수업이 온라인강의로 이루어지니 꽤나 큰 장점이 있다.
바로 수업시간과 학습양을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수업 중간에 필기할 때는 영상을 멈출 수도 있고, 이해가 안 될 때는 뒤로 가서 다시 보기도 할 수 있다.
나는 영상 속도를 1.2배나 1.4배로 본다.
어려운 수업을 1.4배로 들으니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선생님 말이 지나가버린다.
그러니 10초, 20초 전으로 돌아가는 횟수가 많아진다.
보통 수업시간이 1시간 내외인데 영상을 멈추고 필기하면 1시간을 훌쩍 넘기곤 한다.
배속으로 보는 게 손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1.4배는 가~끔 설정하고 평소에는 1.2배속으로 듣고 있다.
배속이라고 말하기는 쫌 부끄러워지는 속도다.
수업을 듣는 것보다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메인화면에 있는 진. 도. 율.
처음에는 이 숫자들이 의미하는 게 뭔지 몰라서 그냥 지나쳤었다.
어느 날, "이게 뭐지?" 하며 눈여겨본 이후로 그 숫자들이 너무 크게 보인다.
(아차차. 이 숫자들의 의미지 몰랐어야 했다.)
+형성평가진도율(-내 수업 전체를 100%라고 했을 때, 현재 진행정도)
+권장 진도율 (-방송대 권장 진도율)
+학과 진도율(-소속학과 평균진도율)
로그인하면 진도율 삼총사가 나란히 서서 나를 맞이한다.
처음에는 평균에 못 미치는 내 진도율에 조급했었다.
다른 이들과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게 아니다 보니 눈에 보이는 저 숫자가 온전히 나의 현재 위치를 말하는 것 같았다.
평균보다 낮았을 때는 따라가려 애쓰다 평균이 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매일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은 꼼꼼하게 세심하게 챙겨서 하는 건가.
한마디로 나만 이렇게 복잡하게 정신이 없는 거냐고! 묻고 싶었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나는 이걸 한꺼번에 소화할 수 없다. 도망.. 쳐... 아니 아니 천천히 하자."
천천히. 꾸준히. 옳지 그렇게.
이렇게 마음 먹으니 나는 평온한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수업을 다 듣기 전에는 부가적으로 올려준 자료를 보지 않기로 했다.
다만 공지는 꼼꼼히 확인했다. 시험일정이나 대면수업일정은 정확하게 챙겨야 한다.
달력에 체크까지 잊지않았다.
처음 입학했을 때는 살짝 장학금에 욕심을 내고 우수학생 타이틀을 달고 싶은 것도 사실이었다.
지금 내 모습을 보니 그건 과욕이었다.
목표를 수정했다.
졸업!
중간에 내 발로 하차하지 말고 무사히 졸업을 하자.
지금은 모든 것에 신경을 끄고 형성평가(-수업)에 주력하고 있다.
어차피 레포트를 쓰든 시험을 치루든 수업을 들어야 문제를 알아 들을거 아닌가.
수업이 기본이다.
이 편한 마음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쓰는 오늘은 잘 넘어갔다.
그걸로 만족^^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담임 선생님과 전화상담을 했을 때가 생각난다.
아이가 수업태도도 학습도 모두 양호하다며 학교에 잘 적응 중이라고 했다.
"진짜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아이가 중간만 가도 좋습니다." 했더니
"중간하는 거 어려워요 어머니. 어디서든 중간을 지키는 게 쉬운 게 아니거든요."
하던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는 매일 중간, 평균, 남들이 하는 만큼에 도전한다.
그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