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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이땅하면 도망쳐

by 김소희

점심시간 소문난 맛집에 몰아치는 주문서처럼 내가 해야 하는 일도 산처럼 쌓여갔다.

"어떤 걸 먼저 해야 하나."

매일 비슷한.. 아니 어쩌면 강도만 다를 뿐 똑같은 질문이다.

신기한 건 일기를 쓸 때면 분명 매일이 다른데 똑같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궁금해하지 말자 우선 일을 처리해야지~

일이 마무리되어 갈 때쯤, 벽에 걸린 시계를 올려보았다. 30분 정도 짬이 난다. 야호!

아무 생각도 아무 일도 안 하고 멍하니 있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마음과 달리 책상에 노란 포스트잇을 본다. 해야 할 일을 적어놓는 종이다.


제일 아래에 적힌 글이 눈에 띄었다. 튜터 가입하기

"이건 뭐지?... 아~깜빡하고 있었다."

핸드폰을 들어 아까 읽다가 덮어 버린 문자를 찾는다.

<***튜터 문자공지>라는 제목으로 온 방송대안내문자였다

튜터(tutor)
한 명 이상에게 특정한 분야나 기술에 관해 보조나 지도를 제공하는 사람

출처 : 위키백과


노트북을 켜고 방송통신대 사이트에 접속하여 안내된 경로를 따라 쭉쭉 달려갔다.

처음 들어간 학과 홈페이지는 과 같았다. 볼 게 너무 많았고 몰랐던 공지사항도 넘쳐났다.

"오오! 왜 여기를 이제야 알았을까."

나의 손은 눈보다 빨랐다. 클릭을 멈출 수가 없었다. 학과소개, 학습정보의 하위 카테고리까지 마우스를 연신 움직였다.

그중 제일 오랜 시간 머무른 게시물은 연간 일정이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출석수업 일정 등이 공지되어 있었다.

화면을 훑어내리다 탁상 달력을 가져와 날짜에 동그라미까지 치며 표시를 해두었다.

그곳에 있는 모든 정보가 다음 달에 시작할 대학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빛과 같은 일 년 일정이 지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헉! 지금 몇 시지?"

시계를 확인하는 게 떨렸다. 왠지 예상 시간을 훌쩍 넘었을 것은 두려움이 밀려왔다.

공포영화에서 음산한 음악과 함께 뒤를 돌아보는 장면처럼 겁에 질려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휴~ 다행이야. 3분 남았어."

순식간에 빠져들어 다른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던 30분(아니 정확히는 27분)이 너무 즐거웠기에 노트북을 들고 도망치고 싶었다. 튀자!

그럴 수 없다는 건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잠시 행복회로를 돌려보았다.

2년 동안 대학생활이 오늘처럼 나에게 탈출구가 되어주기를, 활력소가 되어주기를 바라본다.


그나저나 OT 일정을 보고 말았다.

20살 이후 다시는 없을지 알았던 OT라는 단어를 달력에 적었다.

(회사 OT는 비켜줄래? 나 지금 대학 OT 말하는 거야.)

'나 오리엔테이션 참석할 수 있겠지?' 결과는 다음화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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