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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과 사위의 동상이몽

by 김소희

식탁에는 아빠와 남편만 남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식구들은 온열이 되는 소파에 옹기종기 앉아 엉덩이를 지지고 있었다. 나는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예능 방송에 멈추고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남편 입에서 "집사람은 어릴 적에 공부 잘했나요?" 라는 질문이 나왔다. 나는 시선은 돌리지 않았지만 반사적으로 귀를 쫑긋 세웠다.

"공부는 무슨. 공부하고는 거리가 멀었지."

아빠의 말에 "그때는 내가 공부에 흥미가 없었지~" 딴청을 피우며 큰 소리로 말했다. 마음속으로는 그 주제의 대화가 빨리 넘어가길 바랐다.

아빠는 나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놀기만 좋아했다는 둥, 집에서 교과서를 펼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둥의 이야기였다.

처음 듣는 나의 학상시절 이야기에 남편은 흥미진진하다는 듯 눈빛을 반짝였다.


"24살쯤이었던거 같은데 그때 무슨 시험 준비했었어요. 퇴근하고 학원 다녔던 거 같은데요. 제가 밤늦게 종로로 데리러 갔었던 기억이 있어요. 자기야 맞지?"

아빠는 학원이라는 단어에 다시 학창 시절의 내 모습을 또 불러냈다. 24살이 아닌 19살의 나 말이다.

"발등에 불 떨어졌으니 그때는 하려고 했겠지. 그래도 쉽지 않아서 대학교를 다른 친구들보다 늦게 들어갔잖아."

"대학 늦게 들어갔어요?" 남편은 나를 보며 "자기 재수했어?"하며 되물었다.

"응 맞아. 내가 말 안 했었지?" 하며 어물쩍 웃으며 넘겼다.


남편은 글 쓰기를 좋아하고 틈만 나면 책을 드는 지금의 내 모습이 학창 시절부터 이어졌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아빠는 학창 시절 공부와는 거리를 두었던 그 상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믿는다.

둘의 머릿속의 나는, 정반대의 인물이었다.

변화에 자유로운 나

하지만 둘 다 내가 맞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라는 작은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나는 언제나 바뀔 수 있는 사람이었다.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나도 잘 모르겠다.

또 20년 후에 아빠와 남편과 아이가 모여 앉아 각자 기억하는 나의 모습을 얘기할 수도 있겠지.

그때도 아빠는 19살 이후 업데이트 되지 않은 내 모습을 기억할 테고 남편은, 아들은 어떤 내 모습이 그들의 기억 속에 저장될지 모르겠다.


오늘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남기 위해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정신차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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