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일괄 발송 문자라는 걸 알지만 친구한테 받은것처럼 물결에 느낌표 두 개까지 있어 친근하고 좋았다.
빨리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지만 마음과 달리 늦은 오후가 돼서야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었다.
이름, 주민번호를 넣으니 합격이라는 빨간 글자와 학번이 보였다.
어렴풋이 나때, 그때, 20살 때,
대학 합격여부를 전화로 확인했던 기억이 났다.
내 첫 전화기였던 LG 플립전화기에 귀를 기울였다.
(플립 커버를 다른 색으로 바꿔 끼울 수 있었는데 나는 노란색만 썼다.)
합격자 발표 날, 전화를 걸어 원서 접수 번호를 누르면 음성으로 합격/불합격을 알려줬던 거 같다.
"진짜 내가 그런 세대라고?" 하는 물음표가 뜬다. 내 생각에도 아주 오~래전 이야기라고 생각이 되나 보다.
아무래도 기억의 오류는 아닐 듯싶다. 그냥 난 그 시대를 지나왔다.
홈페이지에 아이디를 만드는 것까지는 순조로웠다.
다음 절차인 수강교과목을 확인했다. 지정과목이 있고 선택과목이 있었다.
교양과목이 보이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순간부터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지 걱정되었다.
찬스를 쓰기로 했다. 전화 찬스!
1577로 시작하는 방송통신대 상담 번호를 눌렀다. 상담 마감시간이 가까워오고 있어서 고민할 시간도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요즘은 챗봇상담이나 카톡 상담을 선호한다는데 나의 원 픽은 전화다.
목소리를 들으며 바로 묻고 바로 답을 듣는 게 좋다.
상담 직원은 첫 학기라서 교양과목이 따로 없다는 것과 선택과목은 내가 결정하라는 답을 주었다.
나의 결정장애는 선택인 3점짜리 과목을 수강 신청 박스에 넣었다 뺏다를 한참 반복하는 참사를 낳았다.
"몰라~ 그냥 다 듣자."며 등록금을 납부하고 혼란스러웠던 몇 시간이 일단락하였다.
다음날.
교재를 담당하는 출판문화원에서 문자가 왔다.
신청 교재와 수강 과목이 상이하단다.
문자를 받고 헛웃음이 났다.
"그래. 이런 실수를 해줘야 나지~.그냥 웃자 웃어!"
이렇게 방송대 학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