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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회사를 그만 두었습니다.

AMD에 퇴사 통보하다

by 담낭이

미국회사,

특히 기술 중심의 미국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에게는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본인이 다니는 회사의 '주식 가격'


미국 직장인들은

보너스를 두가지 형태로 받게 되는데,

하나는 캐쉬 보너스, 말 그대로 현찰로 보너스를 받는 형식이고

다른 하나는 RSU라는 이름의 주식 형태의 보너스이다.


RSU = Restricted Stock Unit


이 주식은 바로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수령한 후 3, 4년에 걸쳐 받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주식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곧 내가 받게 될 보너스 금액이 오른다는 말과도 같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엔비디아.

5년전 10불 수준의 주식은 현재 200불을 넘어가고 있으니

(주식 분할로 계산 시)

5년전에 입사한 엔비디아 직원들은 최소 보너스가 20배 이상 상승한 것이라고 봐도 좋다.


대략적인 시니어 엔지니어들이 입사 시에 3억~5억 가까운 주식 연봉을 받는다고 치면,

얼추 계산해 봐도 그들의 연봉은 최대 100억이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미국 회사 직장인들에게

본인이 다니는 회사의 주식 가격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내가 다니고 있는 AMD라는 회사 역시

최근 AI 시대의 바람을 타고 큰 변곡점을 맞이했다.


엔비디아 등 다른 반도체 회사 대비 주식에서 큰 재미를 못보던 AMD는

openAI와의 협력 계약을 바탕으로 주식이 크게 뛰었으며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AI 시대의 혜택을 받게 될 반도체 주식이라는 spotlight를 받으며

최근 1년간 저점 대비 대략 2.5배나 뛰어 오른 상태이다.


Screenshot 2025-11-16 181152.png


그리고 그 주식의 가격이 가장 올랐을 때인 11월 초,

나는 매니저와 1 on 1 call을 잡았다.


그리고 퇴사 통보를 하였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미국 회사의 주식 보너스, RSU는 받은 후에 바로 내 것이 되는 것이 아니다.

보통은 3년, 혹은 4년에 걸쳐 수령한 주식의 권리를 갖게 된다. (이를 vesting이라 한다)


예를 들면,

1000불짜리 주식에 대해 10만불어치 주식 보너스를 받았고, 4년에 걸쳐 수령한다면,

주식 100개를 수령한 후에,

1년 후 주식 25개가 나의 것,

2년후 또 주식 25개가 나의 것..


이런 식으로 4년에 걸쳐 받게 되는 것이다.


즉,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를 퇴사한다는 건,

앞으로 받기로 한 남은 회사 주식 보너스를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아니, 좀 더 다시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미 2배 가까이 오른 받아야할 AMD 주식 보너스를 모두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여하튼,


내 퇴사 통보를 들은 매니저는 적잖이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표정이었다.


1주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리사 수의 천재적인 사업 전략에 대해 같이 얘기하며 많이 오른 주식에 대해 같이 기뻐하던 팀원이,

게다가 올해 3분기 팀에서 나쁘지 않은 실적을 보여서 우리 팀 대표로 award까지 받은 팀원이,


갑자기 퇴사 통보라니!


매니저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은 것이 어찌보면 당연했을 것이다.

나는 그에게 내가 준비한 나의 퇴사 이유를 최대한 충분히 잘 설명해야 했다.


매니저와 1 on 1 call을 하고 나서 얼마 후,

급하게 사내 메신저로 전화가 한통 더 왔다.


매니저의 매니저, senior director의 전화였다.

보통 그녀의 성격이라면

아무리 바쁜 일이라도 차분히 나에게 통화 가능한 지 먼저 물어보고 전화했을 테지만,

그런 그녀가 이렇게 다급하게 전화를 했다는 것은 어찌보면

나의 퇴사 통보가 매우 의외였다는 반증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나에게 내가 퇴사하려는 '진짜 이유'를 물었고,

나는 그녀에게도 똑같은 퇴사 이유를 한번 더 설명해야만 했다.


AMD 주식이 가파르게 오르던 2025년 어느날,

나는 그렇게 어렵게 회사에 퇴사 통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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