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sary Nov 14. 2022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돈 싫어하는 사람 없겠지만…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에 걸쳐있는 X세대라면 재산이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하나은행에서 발표한 ‘대한민국 40대가 사는 법’ 보고서(대도시에 사는 40대 소득자 1천 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40대 소득자의 평균 세후 소득은 월 468만 원이며, 생활비와 자녀 소득비로 343만 원(73%)을 지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부분의 X세대들에게 월 468만 원의 소득은 그리 많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젊은 시절부터 돈에 대한 욕심이 거의 없던 내게 468만 원은 아주 큰돈이다. ‘아, 다들 잘 벌고 잘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나이에도 경제관념이 아주 부족하다. 한때 핫했던 비트코인은 고사하고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기초적인 재테크조차 내겐 아주 먼 이야기일 뿐이다.  X세대라면 큰돈을 벌었다가 왕창 손해 보고 다시 차곡차곡 벌기 시작해서 지금쯤은 어느 정도 안정된 통장 잔고를 유지하고 있지 않을까 추측은 하고 있지만 남들 주머니 사정을 내가 어찌 알겠는가. 


중년에 이르면 대부분 무형의 자산보다 유형의 자산에 관심이 많을 거고, 축적되어있을 거라 짐작은 해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삶에서 무형의 자산이 이토록 무시되어도 되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우리나라 중장년과 노년의 삶이 공허해지는 가장 큰 이유가 무형의 자산에 대한 무관심 때문은 아닐까?


30대 초반까지 이어가던 초등학교 동창 모임을 더 이상 이어가지 않게 된 계기가 바로 ‘돈’ 때문이었다. 우리의 초등학교 동창 모임은 언제나 유쾌하고 즐거운 자리였는데 20대 후반부터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하면서 재테크 정보 모임처럼 모임의 성격이 변하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변화일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부터 돈돈 거리는 친구들의 모습이 불편했고, 이해관계에 따라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모습에 살짝 정나미가 떨어졌다. 


흉허물 털어놓고 웃고 떠들던 그 모임이 더 이상 유쾌하지도 편하지도 않았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게 순리이니 더 이상 그 모임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사회생활에서 알게 된 지인들이 새로운 친구 목록을 채워갔다. 가치관이란 게 없을 때 친했던 학창 시절 친구들은 어른이 되어 만나니 아주 낯선 사람이 되어가는 반면, 공통 관심사로 알게 된 사회친구들과 대화가 잘되었고, 편해졌다. 


2005년 여행에서 만난 아래로 띠동갑인 여행 메이트 한 명은 지금까지도 인연을 이어갈 정도로 소중한 친구가 되었다. 최근에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친구는 단골 빵집 30대 초반 젊은 사장님인데 연배는 훨씬 아래지만 성실함과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추진력이 뛰어난 그에게 많은 걸 배우고 있다.  ‘학창 시절에 만난 오래된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생각이 일반적이겠지만, 지금의 내 모습을 그대로 봐줄 수 있는 현재 진행형의 친구도 충분히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내가 그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면… 

이전 17화 라디오 스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