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 관광 잠수정 실종 소식을 접하고…
『모비딕』을 읽은 직후, 기대에 미치지 못해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선택한 소설이 『해저 2만 리』였다. 타고난 모험가 쥘 베른이 쓴 『해저 2만 리』를 어린이 문고판으로 읽긴 했지만 너무 오래전 일이라 내용은 뭐 가물가물하고 주인공 네모 선장 이름만 기억하고 있었다. 흥미진진한 그림들이 가득한 아쉐트 클래식으로 읽으니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이었구나 새삼 감탄할 정도였다. 1869년에 SF 액션블록버스터를 완성하다니 쥘 베른은 정말 대단한 작가다.
『해저 2만 리』의 모험을 현실에서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대서양에 가라앉은 타이타닉호를 찾아 떠난 관광잠수정 실종되었다는 뉴스를 CNN에서 아침 내내 보도를 하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인가 뉴스를 검색해 봤더니 오션게이트 CEO 스톡턴 러시, 영국의 억만장자 해미쉬 하딩, 잠수정 조종사 폴 앙리 나르젤렛, 파키스탄 기업인 부자 등 5명이 탑승한 잠수정 ‘타이탄’이 출발한 지 1시간 45분 만에 교신이 끊기고 위치확인이 안 되는 실종 상태라는 것이다. 문제는 잠수정에 남아있는 산소가 40시간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구조가 긴급히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라 미국과 캐나다의 해양경비대가 총동원되어 수색하고 있지만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해외여행이 더 이상 흥미로울 것이 없어진 부자들이 입맛을 당길 만한 새로운 사업으로 우주관광사업이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심해관광사업도 관심을 모으고 있던 터였다. 잠수정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진 오션게이트 CEO 스톡턴 러시는 1912년 대서양에서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선체를 돌아보는 상품을 25만 달러(한화 약 3억 2천만 원)에 출시하면서 우주관광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안전하다고 강조했지만 기술결함과 안정성 문제는 계속 지적되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오션게이트 전 간부인 데이비드 로크리지가 잠수정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아 탑승객들을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를 했지만 스톡턴 러시는 ‘혁신을 방해하는 세력’으로 간주하고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미국과 캐나다가 동원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타이탄’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또한 찾는다고 해도 9t에 달하는 잠수정을 끌어올리는 것도 힘겨운 도전이다.
포털 국제뉴스란에서 14일 그리스 남부 해안에서는 난민 밀입국선이 침몰해 600명 이상이 사망하는 최악의 인명사고와 이번 잠수정 실종사고가 나란히 소개되어 있는 걸 보니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난파선과 해저세계, 이 가슴 뛰는 조합을 직접 목격하기 위해 모험에 나선 사람들과 먹고살 길을 찾아 낡은 어선에 몸을 실었던 사람들은 각각 어떤 마음으로 모험을 떠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