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마주치지 않기만 바래야 할까
파렴치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그를 보라.
지난해 5월 22일 새벽 부산 서면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여성 A를 뒤따라간 남성 B가 돌려차기로 가격 후 계속적인 폭행으로 의식을 잃고 비상구로 끌려가는 장면이 CCTV에 고스란히 촬영된 일명 ‘돌려차기남 사건’은 사각지대로 끌고 간 8분 동안 성폭행에 준하는 범죄가 의심되는 정황이 뒤늦게 밝혀져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작년 10월 28일 부산지방법원은 살인미수죄를 인정해 징역 12년을 선고했고, B 씨는 지은 죄에 비해 형이 무겁고 살인미수를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검찰은 형이 가볍다고 항소했다. 5월 23일 피해자의 바지에서 B 씨의 DNA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강간살인미수 혐의가 추가되어 공소장이 변경되었다.
6월 12일 항소심에서 강간살인미수 유죄가 인정되어 징역 20년이 선고된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재판부에 제출한 B 씨의 반성문이 공개되어 공분을 사고 있다. 1심에서 12년형을 선고받은 후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반성문의 내용을 요약하면 전과가 많다는 이유로 형량을 과하게 받은 것에 대해 억울하다, 크게 다치지도 않은 피해자의 주장만을 듣고 살인미수죄를 적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내용만 보면 반성문이 아니라 마치 판사를 가르치려는 문구여서 실소가 나온다.
1992년생 B 씨는 2007년 각종 폭행 및 강간 등으로 여섯 차례 소년원에 입소하였고, 18세에는 한 달간 퍽치기 및 폭행 등 30회의 사건을 저지른 기록이 있다. 20대 초반에는 10대 성매매 사기 사건, 2014년 부산 강도상해죄 6년, 2020년 대구 공동주거침입으로 2년을 복역한 후 출소 3개월 만에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 심지어 구치소에서 여자친구와 피해자 A 씨에게 보복할 것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는 구치소 동기의 증언까지 나오고 있다.
억울하다, 너무하다는 말을 감히 입에 올릴 수 있을까 싶지만, 이미 별것도 아닌 잘못에 비해 과도한 형량을 받은 일종의 ‘답정너’ 상태인 사람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자신과 마주쳤다는 이유만으로 무자비한 폭행을 당해 정신적, 신체적으로 엄청난 트라우마를 가지고 평생 살게된 피해자는 안중에도 없고, 자신을 이런 상황에 처하게 만든 피해 여성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가득한 정신상태를 가졌다는 게 무서울 뿐이다.
20년형 형기를 마친다고 해도 52세면 다시 사회에 나와 우리와 마주치며 살게 될 것이다. 32세까지 온갖 사회악을 저지르며 살아오면서 피해자 탓을 하고, 자신의 잘못은 사소하게 생각하는 정신상태의 교화가 가능하긴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