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현자(賢者)를 찾는 사람들
인터넷 검색이 비약적으로 편리해진 스마트폰을 통해 알고 싶은 모든 것을 몇 초 만에 척척 알 수 있으니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궁금증을 모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내는 게 예삿일이 되었다. 낯선 곳을 여행하게 되더라도 숙소나 맛집은 물론, 교통이나 쇼핑 정보까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어디서 들어본 음악인데 노래제목이나 뮤지션이 궁금할 때도 금세 찾아볼 수 있고, 기사에서 본 누군가에 대해서 알고 싶어도 이름만 타이핑하면 그에 대한 온갖 정보가 쏟아진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건 분명한데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능력을 거세하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
야구팬이라 야구 관련한 정보를 보기 위해 야구 커뮤니티를 자주 이용하는데 심심치 않게 이런 질문이 올라오는 걸 보면 딱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아내가 임신 9개월인데 출산하면 당분간 야구장에 못 갈 것 같아서요. 같이 가도 괜찮을까요?” “3개월 된 아기 아빠입니다. 아기를 데리고 야구장에 가도 될까요?” 뭐 이런 질문이 올라오면 괜찮다, 아니다로 갈라져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걸 종종 본다. 처음에 이런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걸 보고 뭐 이런 것들까지 물어보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비슷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질문자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옥신각신하는 걸 보면 웃음이 터지다가도 정신을 차리면 퍼뜩 웃을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질문의 의도는 어떻게든 야구장에 가고 싶은데 그래도 같은 야구팬들의 동의와 이해를 갈구하는 게 느껴진다. 야구장은 어디서 어떻게 파울볼이나 홈런볼이 날아올지 모르는 곳이다.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고 경기에 집중해서 야구공의 향방을 쫓지 않으면 언제라도 빠른 속도의 타구를 맞을 수 있고 실제로도 타구에 맞는 관중들이 적지 않다. 입장권에도 주의하라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다.
자신과 가족의 안전에 관한 일이고, 만약 사고가 일어난다고 해도 본인이 감당해야 할 일인 만큼 본인이 생각해서 결정할 일이지 제삼자에게 만족할 만한 답을 얻을 수 없을 텐데도 묻고 또 묻는다. 사실 이 정도는 애교에 가까운 일이고, 결혼을 앞두고 상대방의 이런저런 점을 나열하고 걸리는 부분이 있는데 결혼을 해도 될까요? 류의 질문에 막말과 억측이 난무하는 댓글이 수백 개가 쏟아지는 일도 자주 목격한다.
객관적인 의견을 듣고 싶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다는 게 질문자들이 내세운 명목이지만 그런 글들은 대체로 본인 입장과 주관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있으므로 객관적인 의견을 청취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자신이 오랫동안 만나온 사람이 배우자로 적합한지에 대해 본인이 가장 잘 알 텐데 자신이 듣고 싶은 대답을 듣기 위해 제한된 정보를 주고 사랑하는 사람이 불특정 다수의 입길에 오르고 공공의 적이 되는 걸 원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정보를 얻기 위한 질문을 하거나 특정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하는 것은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겠지만 사생활에 관한 것은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결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개인의 내밀한 고민에 대해서 가족, 친구, 지인들도 관여하거나 조언하기 쉽지 않다. 하물며 댓글 쓰는 사람이 초등학생인지, 중학생인지도 확인할 길이 없는 온라인에서 현명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