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TV 켜지 않기

나쁜 습관 바로잡기 프로젝트

by Rosary

잠자리에 들어 아침까지 내쳐 푹잠을 잤던 게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수면습관이 영 좋지 못한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어 작년부터 스마트워치로 수면의 질을 확인하고 있는데 깊이 잠들지 못하고 렘수면 상태가 길어 아침에 일어나도 영 개운치 않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좋지 않은 건 잠든 지 몇 시간 만에 꼭 잠이 깬다는 것이다.


3~4시간이라도 잠을 잔 뒤에 깨면 그나마 괜찮은데 1~2시간 만에 눈이 떠지면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다시 잠들어보려고 갖은 애를 써봤지만 그럴수록 눈만 말똥말똥해지길래 포기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1시간쯤 책을 읽고 다시 눈을 붙이면 그래도 금세 잠이 들어 그런 수면패턴이 굳어진 지 벌써 몇 년 되었다.


잠이 깨면 TV를 켜서 클래식 채널을 틀어놓고 책을 읽곤 하는데 오늘 새벽엔 뭐가 문제였는지 TV 연결이 자꾸 끊어지는 것이다. 인터넷 연결과 상관없이 TV가 작동되던 옛날이 차라리 나았다는 생각을 가끔 하지만 그랬으면 애초에 TV의 클래식 채널이 없었을 테니 성립이 불가능한 희망사항이다. 언젠가부터 음악을 들을 때도 음반을 찾아서 플레이어를 작동시키는 것보다 유튜브를 재생시키는 습관이 굳어졌다. 더 다양한 음악을 더 쉽고 편리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읽는 책이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니 기왕이면 어울리는 음악을 듣고 싶어 유튜브 샹송 모음을 찾아봤더니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아내로 유명해진 카를라 브루니 플레이리스트가 주르륵 나왔다. 카를라 브루니 노래 잘하는구나 듣다 보니 핸드폰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게 보였다. 충전을 하면서 들을 수도 있지만 문득 어딘가에 처박아뒀던 CD 플레이어와 스피커가 생각이 나서 끄집어내보았다. CD를 찾아봤더니 오호라, “이탈리안 카페” 이런 게 있었네. 책 읽으면서 듣기 참 적당한 음악들이 흘러나왔다.

Putumayo Presents Italian Café (Official Version) - YouTube


오랜만에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들으니 이게 참 괜찮다.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새로운 결심을 했다. 아침이 되면 보지도 않는 TV를 켜는 습관을 고치기로 한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오면 TV부터 켜는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아침이 되면 TV를 켰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보지도 않으면서 왜 그랬을까 뒤늦게 의문이 생겼다. 일단 오전시간만이라도 TV는 켜지 말아야겠다는 무척 간단한 미션을 부여했다.


매일 야구를 보기 때문에 웬만한 TV 프로그램은 거의 보지 않는 편이지만 그냥 켜놓는 경우는 꽤 있었다. 조용한 게 싫다면 듣고 싶은 음악을 골라 CD 플레이어를 작동시켜 보자. 한때 CD를 한창 사곤 해서 이사할 때 백여 장을 처분했는데도 아직 수백 장의 CD가 있어 들을만한 음악은 충분히 가지고 있으니 버릴 게 아니라면 열심히 들어보기로 했다. TV 소음 대신 훨씬 좋다.


머지않아 올시즌 야구가 끝나면 그 시간에 뭘 해야 하나 싶었는데 별다른 계획 없이 그냥 멍하니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낼 게 뻔했다.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버리는 것 같은데 오전에 TV를 켜지 않는 것만으로도 3~4시간은 벌 수 있으니 뭔가 이득인 느낌이 든다. 인터넷이 일상을 지배하면서 예전보다 훨씬 TV 보는 시간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켜놓고 멍 때릴 수 있는 건 TV만 한 게 없었던 것 같다.


인터넷, TV와 멀어져도 할 수 있는 일, 그것들을 찾아보는 게 가을과 겨울에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다.

keyword
이전 08화청소기, 전자레인지 없어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