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쓰고, 손을 쓰면서 배우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
갑자기 무더워진 날씨 탓을 하며 한껏 게으름을 피우다가 뭐라도 시작해야 하고 싶은 생각에 불현듯 일본어 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영어를 좀 더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전혀 다른 언어를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젊은 시절에야 써먹을 욕심으로 언어를 배우지만, 이젠 그냥 순수하게 재미로 배울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좋다. 언어를 배우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일본어에 대한 첫인상은 엉뚱한 데서 틀어졌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는 선택의 여지없이 제2 외국어는 일본어 하나만 가르쳤다. 여기서 나는 기분이 상하고 말았다. 다른 학교는 프랑스어든, 독일어든 선택의 자유가 있는데 왜 이 학교는 일본어만 배워야만 하는 건지… 이때부터 나 혼자만의 저항이 시작되어 일본어 공부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어차피 선택과목이니 1학년 때는 대충 넘어가고 2학년 때부터는 안 배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
잘해야겠다는 욕심 없이 그냥 배움 자체를 좋아하는데 일본어와의 첫 만남이 사춘기 시절 반항심에 딱 거슬리는 부분에 걸리고 말아서 오랫동안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래도 이사 오면서 버린 줄 알았던 일본어 학습서와 일본어 사전이 책장 구석에 있는 걸 보고 이거로라도 시작해보자 싶었다. 일본어를 공부해 보기로 마음먹은 것은 별다른 이유는 없다. 최근 일본음식과 목공에 관심이 생기다 보니 일본어를 배우면 좀 더 재밌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마침 유플러스는 NHK 채널이 있어 아침부터 틀어놓고 보고 있는데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흥미 있는 프로그램들이 꽤 있었다.
아침에 방송하는 <란만>은 일본의 전설적인 식물학자 마키노 도미타로의 일생을 소재로 한 드라마인데 ‘식물학자’라는 소재가 흥미를 끌었다.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성우로도 유명한 카미키 류노스케가 마키노 역을 연기한다. <란만>이 끝나자 <치코짱에게 혼난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하는데 호기심이 왕성한 5살 소녀 ‘치코’라는 캐릭터가 출연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출연자가 답을 하는 내용이다. 와아, 토요일이라 그런지 일본 프로야구 중계도 한다. 야구중계야말로 말 한마디 못 알아들어도 즐겁게 볼 수 있지 않은가.
1년 동안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217일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글을 쓰고 있다. 일본어 공부도 작심삼일에 그치지 말고 최소한 1년은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일본어 공부를 어느 정도 하면 일본 여행이라도 할 때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된다. 머리를 쓰고, 손을 쓰면서 배우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