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다들 어렸을 때 기억인데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경험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막 그렇게 특별한 기억이 아닌데도, 뇌리에 박혀서 잊을만하면 한 번씩 떠오르는 기억이라고 해야 하나. 국어 학원에서 내준 소설 쓰기 숙제를 하다가, 문득 그런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5-6살쯤 되었던 나는 검도 관장님 손을 잡고 검도장으로 향하는 길이었던 것 같다. 내 팔에는 조금 헐렁거리는 팔찌 하나가 있었는데, 아마 이 기억이 아직도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이유는 그 팔찌가 너무 예뻤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내가 제일 아끼는 팔찌였고, 지금 와서 생각해 봐도 그때 그건 정말 아름다운 팔찌였다. 어릴 때 집 근처에 있던 성당에서 아마 받았거나 산 팔찌일 텐데 내가 좋아하는 푸른 에메랄드 빛이었다. 그런데 관장님 손을 잡은 쪽 말고 다른 쪽에 끼고 있어서, 헐렁거리던 팔찌가 땅으로 떨어져 버렸다. 그것도 하필이면 주차된 차 옆을 지날 때 말이다. 팔찌는 굴러서 차 밑으로 들어가 버렸는데, 아마 그때 관장님 손을 놓고 차 밑을 봤으면 팔찌를 되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겁 많고 소심한 쫄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으이그...)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때 내 눈에는 관장님의 큰 뒷모습이 조금 많이 무서웠나 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잠시 멈춰서 주우면 되는 건데 진짜 왜 그랬니..ㅋㅋ 아무튼 그 시절의 나도 많이 미련이 남았는지 며칠 뒤 다시 그 자리를 지나갈 때 멈춰 서서 혹시 아직 그 자리에 있나 열심히 찾아보았다. 하지만 이젠 그 자리에 차도 없겠다, 그 예쁜 팔찌가 제자리에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소심한 쫄보의 면모는 5-6살 정도의 나뿐만 아니라 불과 몇 주 전의 나에게서도 드러났다. 난 가끔씩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 필요 이상으로 쫄아서 하고 싶은 걸 못하고 뒤에 가서 후회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새 학기에는, 당당하게 주변 시선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원하는 걸 이뤄보려고 한다. 맨날 이렇게 다짐만 거창한 거 아니냐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3월 1일이면 이 정도 다짐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