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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좀 아는 언니 Jun 18. 2024

호흡이 트였어요

네버 네버 기브업

반백살을 앞둔 나는 올해 대책 없이 퇴사를 지르고 스스로를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피학적 성격 장애(masochistic personality disorder)인가?  편한 길을 거부하고 굳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 면이 있음을 나는 안다. 예측된 길을 가기보다 세상의 모든 맛을 다 보고 싶어 하는 모험심(?) 또는 반골 기질도 있다. 가능성을 열고 스스로  부딪히고 만들어가는 것이 인생임을 알지만,  20년 이상의 긴 직장생활의 관성은 마음의 여유를 쉽게 허락지 않는다.  


비슷한 상황에서도 서로 다른 삶의 방향을 가는 것을 볼 수 있듯, 인생의 문제는 상황이 아니라 각자의 해석이다. 상황은 내가 주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나를 설명하지 못한다. 그러나 종종 그것에 압도되고 스스로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제한하는 모습을 본다. 내면의 순전한 동기가 우선 되어야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음을 알지만 스스로 갈고닦은 대로에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아 헤매는 자는 상황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스스로 더 많은 것을 경험하는 시간을 선택했기에 책임을 져야 함을 알지만 내가 선택한 시간,  주관적 시간이 이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지난 시간에 대한 평가와 다가올 시간의 가능성에 대한 의심이 나의 행동을 주관하는 것을 본다. 몸의 자유보다 마음의 자유가 더욱 시급함을 느낀다. 마음은 그대로인데 침침해지는 눈과 늘어가는 흰머리를 보면서 상황의 힘에 종종 무력해지는 순간이 다가온다.


그러나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을 사는 중년의 시간 부자는 그런 것들 대신에 가소성이 있는 뇌와 근육을 믿기로 하였다.




  


퇴사 후 2달, 이제 거의 체육인이 되어간다.


수영을 시작한 지 1년,  오늘! 드디어! 호흡이 트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1바퀴가 어려웠는데... 오늘은 느낌이 싸하더니~  어라? 5바퀴를 달렸다. 결코 빠른 진도가 아니지만 몸치에서 매일의 부단한 물질로 이룬 결과다. (잠시 눈물좀 닦고요…)


선천적 몸치라 자칫 좌절감이 밀려올 때가 많았지만 상황을 보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처음 2달 동안 5미터도 가지 못했던 나의 흑역사를 뒤돌아 보았다. 또 처음 25미터를 한 번에 간 날, 50미터를 처음 간 날들을 복기하며 천천히 오늘을 기다렸다.


인생은 단 한 번의 과정이다. 의심이 몰려올때 상황과 관계없이 나에 대한 믿음을 쌓아가는, 스스로에게 가장 믿음직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환경이 우리 편이 아닌 것처럼 보일 때 스스로에게 믿음직한 동료가 되어주는 것, 판단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것이 가장 좋은 친구가 아닐까? 그 친구가 영글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것, 종국에 맞이할 아름다운 날을 생각하며 하루를 사는것이 가장 큰 기쁨이 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호흡 명상이 신체뿐 아니라  마음건강에 좋다고 한다. 백수의 나날이 길어지면서 불안이 밀려올 때 심호흡을 을 한다. 물에서든 뭍에서든 자유로운 호흡은 우리를 페이스를 스스로 조절하는 여유를 줄 것이다.  


상황, 환경, 왜곡된 자아가 불러오는 판단을 멈추기로 하자.

몸꽝의 호흡이 트인 기적적 사건처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그리고 그 시간에 대한 순전한 믿음이 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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