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아무런 결정을 못 하겠다고?
AI가 올려놓은 광고 사진을 무심코 보다가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4박 6일짜리 보홀여행 패키지 이십사만 구천 원.
새파란 수영장과 하얀 리조트에 홀려서 나도 모르게 클릭을 했다.
비수기 보홀 패키지 가격은 항공권과 숙박, 관광과 식사를 포함한 가격이 이십만 원대였다. 더 싼 건 십만 원대 후반도 있었다.
이게 진짜로 가능한 가격인가 자세히 따져보려다가 점점 더 혹하기 시작했다. 사진 속 열대의 바다는 보석처럼 빛났다. 가슴에 빨간 하트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은 모두 활짝 웃고 있었다. 커다란 눈을 반짝이는 안경원숭이도 있었다.
여러 사이트를 둘러보면서 그중에서 제일 괜찮아 보이는 상품을 골랐다. 수영장이 바로 연결된 객실에 이십만 원대 중반의 가격, 자유일정도 하루 포함된 4박 6일짜리 패키지였다.
급격하게 마음이 동해서 지인 두 명에게 연락을 했다. 패키지여행은 6월이 가장 싸니깐 같이 가다며 부추겼다. 실망스럽게도 두 명 다 시간이 안 된다고 했다. 정확한 날짜는 내 쪽에서 맞추기로 했으니까 마음만 있다면 시간이야 낼 수 있었을 텐데. 가고 싶지 않거나 나와는 안 가고 싶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러니까 혼잣 몸이라고 해외여행도 못 간단 말인가.
그럴 리 없었다. 사사건건 가로막는 남편도 없으니 맘 내켰을 때 확 가면 되는 거였다.
여행사 게시판에 1인만 예약해도 되는지, 싱글차지가 얼마인지 문의를 남겼다.
인솔자가 따로 없이 현지여행사에서 진행하는 상품이므로 1인만 가도 되고 싱글차지는 20만 원이라고 했다. 인터넷에 나오는 것처럼 수영장과 바로 연결된 방으로도 되는지 물어봤더니 5만 원을 더 내라고 했다.
즉, 초저가 갓성비 온라인 판매 여행상품 24만 9천 원짜리 패키지 상품을 내가 가고 싶다면 실제로는 49만 9천 원을 내야 하는 거였다.
이십오만 원 때문에 포기한다고?
나는 꼭 보홀에 가고 싶었다. 한편으론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았다. 이혼한 후로, 나는 줄곧 그 모양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력이 하나도 없고 꼼짝도 하기 싫었다. 기운을 북돋아 줄 사람은 곁에 아무도 없었다. 그걸 자각할 때마다 억지로 스케줄을 만들어서 바쁘게 움직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가고 싶지 않다는데 어르고 달래고 일으켜서 끌고 갈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눈을 질끈 감고 일단 예약을 해버렸다. 한 달 후에 가기 싫으면, 도저히 못 가겠으면, 노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돈 몇십만 원 날리면 되는 거니까.
해외 패키지여행을 다녀 본 이들이라면 상식적으로 알 만한 사실이 또 하나 있었다.
패키지여행 가이드의 주 수입원은 옵션 관광상품 판매와 쇼핑 상점에서 받는 수수료이다. 저렴하게 패키지로 여행을 온 이상 옵션투어 몇 개 정도는 해 주는 게 상도덕(?)으로 통했다.
내가 골랐던 여행상품에는 둘째 날 호핑투어와 마지막 날 진행되는 데이투어는 출발 전 선결제를 하면 할인을 해준다고 했다. 일단 두 가지 옵션을 결제하고 현지에 도착하면 상황을 봐서 한두 가지 정도 더 하면 될 거 같았다.
근데 또 하나 몰랐던 게 있었다. 현지에서 한 명으로는 옵션투어를 진행하려고 하지 않았다. 비수기라서 조인할 사람들이 없는데 기사와 가이드까지 나가는 게 수지가 안 맞나 보았다. 가이드는 다른 사람들이 나가는 날짜에 조인하라고 했다. 나는 스케줄상 그 시간대는 싫다고 말했더니 바로 ‘도움 안 되는 손님’으로 찍혀버렸다.
그렇다고 손가락만 빨다가 온 건 아니었다. 방법이야 찾으면 얼마든지 있는 거였다.
도저히 못 갈 거 같으면 돈만 날리더라도 일단 예약은 하고 봐야 했던 이혼 후 첫 해외여행은 나름대로 스릴 있고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