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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언주 Nov 13. 2022

크라잉 클럽

7화

  우기가 시작되고 하루도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 없었다. 우산의 물기를 털어 내고 크라잉 클럽 문을 열고 들어섰다. 몸도 마음도 다 질척거리는 느낌이었다. 

  롱 타임 노 씨.

  윤미오와 마주 앉아 있던 마리오가 손을 흔들었다.

  어떻게 지냈어요?

  나는 의자를 당겨 마리오 옆에 앉았다. 그는 어깨를 한번 들썩하고는 별일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리오씨가 다음 주에 돌아간다네요.

  냅킨을 건네주며 윤미오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언제쯤 돌아와요?

  내가 묻는 말에 마리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참 웃기죠. 세상이 난리인데 여긴 이렇게 멀쩡해요.

  윤미오는 의논 반 푸념 반으로 와인 바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마리오가 떠나는 일은 벌써 잊은 듯했다. 그녀는 나와 마리오를 번갈아 바라보며 스페셜 룸을 늘리면 어떨지 물었다. 우사모 회원만으로는 유지가 힘들어 보이긴 했다. 개인 룸을 늘이려 해도 공사가 만만치 않은 모양이었다. 다른 손님이 들어와 윤미오는 옆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완전히 떠나는 겁니까?

  내 말에 마리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오의 집은 계약기간이 아직 반년이나 남아 있었다. 그는 월세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물었다. 나는 안 될 거라고 대답했다. 집주인들은 계약기간이 끝나도 두 달 월세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려 트집 잡을 때가 많았다. 

  하던 일은 어떡하고….

  직원이 하겠다고 해서 그냥 그러라고 했어요. 생각했던 금액의 십 퍼센트 받고. 그게 자기네 법이래. 그래도 잘 끝났어요. 

  말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괜찮을 리 없었다. 그의 등을 두드리는 내 기분도 착잡해졌다. 한 자리에서 계속해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쓸쓸함이란.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점점 고립되고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나더러 중국인이 다 되었다지만, 중국인에게 나는 한국인이다. 언젠가부터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내가 누구인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아졌다. 출근 도장을 찍듯이 와인 바를 들락거려도 허전함이 채워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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