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언주 Nov 13. 2022

크라잉 클럽

6화

  윤미오가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응답이 없었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가 열쇠로 문을 열었다. 안에서 미친 듯이 웃는 소리가 났다. 열어 놓은 방문 앞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나는 왜 그 사람이 마리오일 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외근을 나갔다가 크라잉 클럽으로 가는 길이었다. 뒤에서 마리오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지 않아도 한동안 보이지 않아 연락하려던 참이었다. 마리오는 부탁했던 원룸이 필요 없게 됐다고 미안해했다. 못 본 사이 조금 말랐고, 평소와 다르게 초조한 표정이었다.

  어디 아팠어요?

  광복이가 집을 나갔어요. 

  광복이?

  새요, 내 동생요.

  말끝을 흐리는 마리오의 눈가가 붉어졌다. 그제야 나는 이사할 때 그가 안고 있던 새장이 떠올랐다. 공원에서 주워 길렀다는 거무칙칙한 구관조였다. 새는 니하오와 꽝쑤 두 마디만 할 줄 알았다. 환기를 시키려 열어 놓은 창틈으로 날아갔다고 했다.    

  차라리 잘 됐어요.

  뭐가요.

  광복이까지 데려갈 수 없거든요. 

  마리오는 손을 들어 목울대를 꾹 눌렀다. 마리오의 기다란 목에서 꾸억, 하고 시커먼 새의 대가리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런 그를 위로할 말이 얼른 떠오르지 않았다. 갑자기 빗방울이 쏟아졌다. 상하이 날씨는 종잡을 수 없다. 손바닥으로 머리를 가리고 우리는 크라잉 클럽을 향해 달렸다. 깨진 보도블록을 잘못 밟아 물이 튀어 올랐다. 웅덩이를 피해 한걸음 건너뛰며 여기는 도무지 제대로인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려는데 마리오는 잊은 게 있다며 이마를 쳤다. 나중에 다시 보자며 그는 오던 길을 되돌아섰다. 마리오가 크라잉 클럽에 얼굴을 내민 것은 한 달쯤 지나서였다.     

이전 05화 크라잉 클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