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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라리 Jul 26. 2023

[성인 추천 게임3] 리터널

#성취의경험 #회복탄력성

● 들어가며

 

 "세상에 어떤 것도 제 마음대로 안 돼요.
   일도 사랑도 제 마음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어요.
   세상에서 제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게 몸밖에 없더라고요.”
 
  2019년 6월 1일 KBS <대화의 희열>에서 모델 한혜진이 한 말이다. 동의하는 말이지만 몸을 만드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한혜진은 모델이기에 의지를 발휘해 몸을 만들었을 것이다.(물론 요새는 젊고 날씬한 모델뿐만 아니라 플러스 사이즈 모델, 시니어 모델도 있다) 그렇다면 게이머인 나(우리)는, 몸짱이 되는 의지를 가지긴 어렵지만 적어도 게임을 잘하고 싶은 의지는 있지 않을까? 자문자답 하자면 취미로 하는 게임이지만 잘하고 싶다. 못 하면 스트레스 받는다.
  기존 의미와 딱 맞는 것은 아니지만 '피지컬'이란 단어는 게임판에서 등장한다. 게임판에서 '피지컬'은 게임을 잘할 수 있는 컨트롤 실력(손 빠르기, 정확도, 반응 속도, 멀티 태스킹 등)을 의미한다. 스타크래프트, 롤, 배틀그라운드 등 대중적인 온라인 게임 중계를 보면 "피지컬이 좋다"는 말이 자주 등장할 정도로 흔히 쓰는 말이다. 그런데 과연 이 게임 '피지컬'은 운동을 하면 몸짱이 되듯 똥손도 노력하면 금손이 될 수 있을까?
  필자는 흔히 말하는 똥손이다. 옛날 스타크래프트는 열심히 즐겼지만 그 이후에 나오는 온라인 게임-사람과 대결하는 것-은 거의 하지 않았다. 못하고 맨날 지고 욕먹고 하다 보니 하기가 싫었다. 콘솔게임에서도 대부분 1인용 게임을 한다. 콘솔게임 중 가장 어려운 게임이라고 하는 소울류 게임은 하다가 포기했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할 게임은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중간에 세이브를 할 수도 없고 한 번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그 어렵다는 소울류 게임을 다 정복한 게이머조차도 이 게임은 잘 못하겠다는 고백이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했다.
  그런데 감히 똥손 게이머가 로그라이크 게임을 왜 추천할까? 


● 게임 소개

이름 : 리터널 (Returnal) / 15세 이용가 / 2021년 4월 30일 출시(PS5), 2023년 2월 16일 출시(PC)
장르 : 로그라이크 TPS(3인칭 슈팅 게임)
설명 : 


Break The Cycle
끊어라, 반복되는 고리를            


변화무쌍한 세계에 불시착한 셀린은 고대 문명의 척박한 지역을 수색하며 탈출구를 찾아야 합니다. 홀로 고립된 셀린은 생존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됩니다. 셀린은 계속해서 죽음을 맞이하며, 죽을 때마다 여정을 새로 시작해야 합니다. 가차 없는 로그라이크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주기마다 행성만 변화하는 게 아니라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도 바뀐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반복 주기마다 새로운 조합이 주어지므로, 매번 경계를 넓히고 전과는 다른 전략으로 전투에 임해야 합니다. 부패해가는 세계의 어두운 분위기를 놀라운 비주얼 이펙트로 구현했으며 심장을 터뜨릴 정도로 깜짝 놀라게 하는 요소로 가득합니다. 총알이 난무하는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부터 삭막하고 대조적인 환경 속의 무시무시한 우여곡절까지 모두 경험하세요. 가는 곳마다 수수께끼가 펼쳐지는 지독한 여정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탐험하고, 발견하고, 헤쳐나가세요. 극한의 반복플레이성을 선사하는 Returnal의 진화하는 세계에서 패배를 맞이하더라도 떨쳐버리고, 부활할 때마다 새로이 드러나는 도전을 받아들이세요.
-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소개



게임 장면


 이 게임은 핀란드 게임제작사 HOUSEMARQUE에서 만든 3인칭 슈팅게임이다. 등장하는 적(외계 생명체)들의 다양한 공격들을 피하면서 총을 쏴서 죽여야 한다. '로그라이크' 장르-세이브가 없고 죽으면 처음부터 시작한다-의 게임이다. 끝까지 다 깨는데 최소 3시간 이상이 필요하니, 중간에 죽으면 맨탈 타격이 크다. 매 번 다시 시작할 때마다 맵구성과 아이템, 등장하는 적들이 바뀐다. 그래서 질리지 않고 계속 플레이할 수 있다.

  이 게임은 '라스트 오브 어스 Part1'과 마찬가지로 플레이스테이션 독점작이었으나, 2023년 2월 16일 PC버전이 출시됐다.


스테이지 보스와의 전투 모습



메타크리틱 평점 :            


전문가 평점은 86점으로, 꽤 높다. 그래픽, 사운드, 타격감, 조작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저 평점은 세이브가 없는 점, 출시 초반 치명적인 버그로 인해 전문가 평점보다는 낮지만, 현재 스팀 평가는 '매우 긍정적'을 유지하고 있다. 


● 매력요소 + 교육적인 요소


1. 성취의 경험 : 성장 스토리의 주인공은 나야 나
  SNS에 올라오는 영상 중에 100일간 운동을 열심히 해서 매일 변화하는 몸을 찍어 편집한 영상들을 본 적 있다. 처음에는 턱걸이를 한 개도 못 했지만 점점 한 개씩 늘려가다가 100일 이후에는 10개 이상을 하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좋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부럽기도 하고 대단해 보여서 '나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 해 본 적은 없다. 몸짱이 되면 좋기야 하겠지만 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들을 견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라면, 똥손에서 금손으로 피지컬 트레이닝을 도전하고 싶었다. 나의 경우, 10분 만에 죽던 왕초보에서 한 번도 죽지 않고 기본총으로 끝판왕까지 깨는 데까지 40일, 80시간 정도가 걸렸다.(플레티넘 트로피 획득) 자신의 게임 피지컬에 따라 더 짧아질 수도, 더 길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게임 이전과 이후의 나는 확실히 달라졌다. 그저 게임 좋아하는 사람에서 게임 잘하는 (장르도 있는) 사람으로 자의식이 달라졌다. 그걸 누가 알아주냐고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작은 성취의 경험들이 모여서 개인의 자존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40일 동안의 나의 플레이를 녹화해 두지 않은 게 가장 큰 아쉬움이다. 이거야 말로 '유튜브각'인데 말이다. 혹시나 이 게임을 해보기로 마음먹으신 분이 있다면, 첫 플레이부터 꼭 녹화를 해 두시라.
 
2. 회복탄력성 기르기 : 게임세상의 타임루프 체험
  게임은 영화, 애니메이션, 소설 등 다른 콘텐츠들과 다르게 관찰자가 아닌 '나=주인공'이 되는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인생에서 타임루프는 불가능하지만 게임세상에서는 간접적으로는 체험이 가능하다. 계속 죽으면서 같은 시간을 반복하는 것은 굉장히 짜증나는 일이다. 영화, 애니메이션, 소설에서는 'a few days later(며칠 후)'로 반복이 주는 지루함을 넘어갈 수 있지만 게임에서는 그럴 수 없다.
  처음에 호기롭게 게임을 시작했지만 역시나 나는 똥손이었다. '죽고 처음부터 시작'을 반복했다. 시작하고 10~20분 만에 죽어서 처음으로 돌아왔을 때는 '다시 하지 뭐'하는 마음이었다. 수십 번 시도 끝에 1시간이 넘게 겨우겨우 생존해서 1탄 보스를 처음 만났다. 하지만 화면을 가득 메우는 미사일과 다양한 공격 패턴에 순식간에 죽어버리고 처음 시작점으로 돌아왔다. 이때의 절망감은 매우 컸다. 다시 1탄 보스까지 가는 것도 어려운데, 가더라도 너무 강력하기에 어차피 또 죽어버리는 게 예상되는 상황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힘을 내 다시 도전하지만, 나의 문제일 때는 완전히 다르다. 포기하고 싶어 진다.
(물론 인터넷에서 1탄 보스 공략을 찾아봤다. 아주 쉽게 깨더라. 하지만 똥손의 특징은 봤지만 그렇게 못한다.)
  다른 날, 맨탈을 회복하고 다시 도전한다. 어찌어찌 1탄 보스까지 갔지만 다시 죽는다. 게임을 끈다. 다음 날, 다다음 날도 마찬가지다.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달라진 게 있다면 점점 1탄 보스까지 가는 시간이 단축되고 있다. 열흘 가까이 반복하다가 드디어 깼다. 총 6개의 스테이지 중 이제 첫 번째 스테이지를 깬 것이다. 그러나 진척도는 1/6이 아니다. 절반 이상 왔다 생각해도 된다. 회복탄력성이 늘었기에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최종 보스까지 잡고 게임을 클리어하게 되면, 비로소 이 게임을 놓아주고 타임루프가 끝나게 된다. 리터널의 타임 루프 체험은 끝나지만 루프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남게 된다. 
  평소 단어를 고를 때 신중한 편이다. 아는 어휘가 많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잘 모르면서 쓰거나 과장되게 표현하게 되면 나중에 봤을 때 너무 부끄럽기 때문이다. 회복탄력성이란 말이 좀 거창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게임세상의 타임루프 체험은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이기에 리터널처럼 잘 만든 '로그라이크' 장르 게임에서는 충분히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3. 고수의 경지가 되어 엿보는 '득도'의 맛 : 운을 초월해 보기
  이 게임을 얘기할 때 '운빨'이 게임을 좌우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실제로 그렇다. 옵션이 좋은 총이 나오거나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게임이 수월해지고, 그렇지 않으면 더 어렵다. 그러나 무언가를 잘한다고 하려면 운이 좋지 않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수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운이나 컨디션이 따라주지 않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아무나 할 수 없는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해보자. 
  앞에서 말했듯이 처음에는 10분 만에 죽던 나였지만 타임루프를 거듭하여 최종보스를 클리어하게 됐다. 여기까지는 나도 '운빨'게임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템이 나오면 깰 수 있지만 나오지 않으면 못 깨는 실력이었다. 하지만 스토리 진행을 위해 게임을 좀 더 반복하면서 스스로 고수의 경지까지 왔구나 느끼는 순간이 왔다. 좋지 않은 템으로도 클리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흔히 인생은 운칠기삼이라는 말을 한다. '모든 일은 운이 70%이고 재주는 30%'라는 뜻이다. 운을 강조할 때 쓰기도 하고 반대로 작은 차이가 승부를 가를 때, 재주(재능이나 노력)를 강조할 때 쓰기도 한다. 한번 더 의역해 보자면 인생의 70%는 운이 결정하니 너무 애쓰지 말고 살라는 말로 느껴지기도 한다.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많이들 운을 탓하지만, 자주 운을 탓하는 사람이 멋져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제안한다. 내가 혼자 하는 게임에서는 운을 뛰어넘는 '고수'가 되어 보는 것을. 얼마나 애써야 운을 초월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면, 반대로 운명을 거스르지 않고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득도'의 맛을 아주 쬐금은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 염려 지점


- 난이도1
  저 같은 똥손도 깼다고 말씀드리긴 했지만, 3인칭 슈팅이라는 장르가 정말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만약 자신이 3단계 상태가 된다면, 이 게임 장르와 맞지 않는 것이다. 떠나자 좋은 게임은 또 있으니.

- 1단계 : 게임하다가 죽으면 스트레스 받는다. > 이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 2단계 : 도저히 깰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 그럴 수 있어. 너만 그런 게 아니야~

- 3단계 : '열받네. 꼭 깨버리겠어!!!'가 아니라 '이걸 계속해야 할까?' 생각이 든다면 > 이건 안 맞는거다.
 
- 난이도2
  세이브 안 돼요.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요. 1탄만 넘어보자. 그 이후의 느낌은 달라질 것이다. 1탄 깨도 비슷하게 막막하다면... 2탄까지만 넘어보자. 그 이후의 느낌은 다,,달라지지 않을까요..?
 
- 어두운 분위기
   15세 이용가이지만 이 게임의 어두운 분위기는 성인에게도 무겁게 느껴진다. 가벼운 힐링 게임을 찾는다면 이 게임은 어울리지 않다.
 

● 총평 : 얼마나 교육적인 게임일까?


재미 ★★★★☆

+ 그래픽, 사운드, 타격감 모두 갖췄다. 
- 다만 어려워서 진행이 잘 안 된다는 거.
 
교육적 ★★★★☆
+ 성장 스토리 영상 한 편 찍어보시죠.
- 스토리가 추상적이라 이해하기 어렵다.
 
접근성 ★★☆☆☆
+ PC판 등장.
- 시스템 요구 사항이 높다. 게이밍 노트북으로 하려면 성능 좋아야 할 듯.
- 청소년들에게까지 이 정도의 끈기를 요구하긴 어려울 듯. 



● 마치며

  운동을 열심히 해서 '바디프로필'을 찍어서 SNS에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결과물만 보더라도 얼마나 오랜 기간 그 사람이 애썼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만약에 노력을 통해 변화한 자신의 모습을 뽐내는 '게임프로필'이라는 게 있다면, 가장 적절한 게임은 무엇일까? 어렵다고 하는 '소울류' 게임이 후보에 오르겠지만, 역시나 '로그라이크'게임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그리고 리터널이야말로 로그라이크 게임 중 종합적인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좋은 얘기 참 많이 했는데 큰 걸림돌이 있다.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처음 PS5버전은 무려 79,800원이었다. 현재 PC판은 58,800원이다. 이 게임의 볼륨에 비해 가격이 과하다는 평이 많다. 그런데 다들 경험했겠지만 무료 또는 저렴한 게임을 오랜 시간동안 하는 경우가 있고, 비싼 돈을 주고 산 게임을 손이 가지 않아 몇 시간밖에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무슨 게임이든 엔딩까지 간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이라고 확실히 얘기할 수 있다. 구입하신다면 엔딩까지 꼭 가보시길 기원한다.
  그럼에도 고민 없이 선뜻 살 수 있는 금액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PS5유저는 현재는 중고 타이틀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PC유저의 경우 세일 기회를 노려보셔서 꼭 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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