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관자재 1 18화

한의학의 변증을 아시나요?

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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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상담을 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육지의 환자분들로부터 한의원 소개를 요청 받습니다. 인맥이 짧은 탓에 난감한데요. 거주지 주변의 변증(辨證)하는 한의원에서 진료 받으라고 답합니다. 지난 글에서 한의학은 실체를 분석하는 과학이 아닌, 현상을 해석하는 실용 학문이라 했지요. 해석된 현상에서 규칙을 찾아 분류하는 것이 변증(辨證)입니다. 따라서 변증하는 한의사는 한약과 침을 자유자재로 사용합니다.


반면에 대증(對症)은 처방과 침술이 제한됩니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症)에 대(對)해서만 치료하기 때문에 환자 전체의 복합적인 현상을 해석(證), 분류(辨)하지 않아섭니다. 어디 아프면 어떤 처방, 어떤 혈자리, 이런 식으로 대증 치료는 매뉴얼에 따르는데 환자가 매뉴얼대로 치료되지 않을 경우 대안이 없습니다.


예컨대 안면근육이 마비되는 구안와사 환자에게 지창, 인중, 승장, 협거, 하관, 대영에 침 놓는 것은 매뉴얼 치료입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일주일 넘게 호전되지 않으면 대증(對症) 침술에선 대안이 없습니다. 그러나 변증(辨證)은 다릅니다. 눈과 입 돌아간 원인을 얼굴 근육에 국한시키지 않고, 내과 요인을 환자 전체의 현상 해석으로 찾아내기 때문에 대안이 많지요. 구안와사의 경우 담(膽), 위(胃), 소장, 대장, 삼초(三焦)의 병리로 각각 나타날 수 있으니 대안이 5가지 이상입니다.


이처럼 변증(辨證)은 대증(對症)과 달리 호전 반응이 없을 경우 대안의 시행착오를 통해 치료합니다. 한약과 침 사용이 자유자재이어야 시행착오도 가능한 법이지요. 한의사의 자존감은 변증(辨證)에 있습니다. 대증(對症)은 매뉴얼 보고 일반인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지만 변증(辨證)은 그렇지 않습니다. 환자 전체의 현상을 해석하고, 결과를 분류하는 일은 오랜 공부와 숙련, 경험을 통해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한의계의 큰 병폐가 비방(秘方), 비법(秘法)이라며 감추는 일인데 비방, 비법은 대증(對症)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누구나 모방할 수 있으니 감추는 것이지요. 반대로 변증(辨證)은 공개해도 쉽게 따라 할 수 없어 감출 이유가 없습니다. 공부와 숙련, 경험에 소요되는 세월이 짧지 않으니까요.


공부하는 한의사라면 비방, 비법 수집하는 노력을 변증(辨證)에 대한 숙련, 경험으로 사용하는 것이 대승적입니다. 비방, 비법은 특정 질환에 국한되지만 변증(辨證)은 한약과 침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으니 모든 질병에 치료법이 생기지요. 다음 글에선 변증(辨證) 공부와 관련된 제 경험을 말하겠습니다. 후배 한의사와 한의대생에게도 전하고픈 메시지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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