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관자재 1 19화

한의학 공부는 변증의 습득

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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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인 1996년에 한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저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만 보는 대증(對症)으로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대증 치료의 바이블인 방약합편으로 한약을 처방하고, 침은 동씨침법을 사용했지요. 병명(病名)에 얽매이지 않고, 환자의 전체 현상을 해석하는 변증(辨證)의 중요성을 알았지만 터득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1999년에 복된 인연으로 만난 스승의 가르침 덕분에 30대는 대증(對症) 아닌 팔강변증(八綱辨證)으로 진료했습니다. 환자의 병리 현상을 표(表), 리(裏), 음(陰), 양(陽), 한(寒), 열(熱), 허(虛), 실(實), 이상 8가지로 해석, 분류한 것이죠.


그러나 스승과 제 방식의 한계를 경험했습니다. 특정 환자의 치료가 어려웠던 것인데 공교롭게 제 자신도 해당된 문제라 고민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 결과 8체질이라는 체질변증(體質辨證)을 연구하게 되었으니 팔강변증으로 치료가 힘든, 저를 비롯한 특정 환자 모두가 8체질의 하나인 금체질임을 깨달아섭니다. 이에 40대는 체질변증으로 환자를 관찰했습니다. 제주가 금체질에게 치유의 섬임을 몸소 검증하고자 서울 종로의 한의원을 제자에게 물려주고 입도했지요.


제주에서 맞이한 50대는 다른 변증(辨證)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환자의 병리 현상을 육장(六臟), 육부(六腑)의 12가지로 해석, 분류하는 장부변증(臟腑辨證) 말입니다. 팔강변증은 한약 처방에 적합한 것이라 침 시술을 위해선 장부변증이 절실하더군요. 팔강변증으로 한약만 연구한 제가 나이 50에 비로서 침 공부를 시작한 셈인데 장부변증으로 시술하는, 이치웅 선생의 총통침법 덕분에 가능해졌습니다.


요즘은 30년 전 한의학에 처음 입문했던 학창시절처럼 열정이 생겼습니다. 30대의 팔강변증과 40대의 체질변증을 50대에 연구 중인 장부변증과 융합하는 과정이 흥미롭네요. 각각 부족했던 퍼즐들이 서로 맞춰져 더 정교한 모습으로 보이니 그렇습니다.


현상을 해석하는 변증(辨證)은 끝이 없습니다. 외국어를 습득한 만큼 방문 국가가 늘어나 넓어진 여행으로 견문이 깊어지는 것과 같지요. 한의학 공부는 변증의 습득 과정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환자의 전체 현상을 해석, 분류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한의학 공부의 핵심이지요. 한약과 침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기 위해섭니다.


대증과 변증의 한계가 고민인 후배 한의사에게 다른 변증을 권합니다. 그리고 한의대 학생에겐 변증 가르치는 스승과의 인연을 강조합니다. 현상 해석이 능숙한 스승을 찾으세요. 처방과 침술에 국한되지 말고, 현상을 해석, 분류하는 방법(辨證)을 배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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