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관자재 1 20화

스스로 치료하는 자기 관찰

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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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공부는 환자의 병리 현상을 해석, 분류하는, 변증(辨證)의 습득 과정입니다. 한의학 공부가 힘든 것은 변증이 어렵기 때문인데 그런 까닭이 있지요. 관찰 습관이 부족해섭니다. 현상을 자세히 관찰해야 해석과 분류가 가능하거든요. 관찰력 갖춘 사람이 변증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관찰력은 책으로 공부되거나 스승에게 배워지지 않습니다. 반복된 훈련을 통해 갖추어 집니다. 관찰 습관이라고 표현한 이유입니다. 관(觀)하는 습관. 이것이 바로 한의학 공부의 열쇠입니다. 변증 습득의 키 포인트이고요.


인체에 대한 관찰은 의료인만의 행위가 아닙니다. 누구나 가능하지요. 관찰 습관을 지닌 사람은 스스로 변증하고, 자가 치료할 수 있습니다. 환자가 한의사에게 자신이 관찰한 결과를 알려 줄 경우 치료 기간이 단축됩니다. 한의사의 관찰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환자 자신일 순 없기 때문이죠. 환자에게 관찰력 있다면 한의사는 그 의견을 경청해야 합니다.


한의학은 한의사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일반인이 한의학을 안다면 한의학의 입지가 넓어지고, 환자가 한의학을 이해한다면 치료가 빨라지기에 저는 대중에게 한의학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료로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한의학의 대중화가 절실한데 이러한 교육은 교양 단계로 그치지 않고,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살피는 수준이 되길 희망합니다.


제가 상담할 때 대중에게 관찰을 강조하는 것은 인체의 관(觀)이 한의학 교육의 바탕이기 때문입니다. 의료인에게 질문해서 얻는 답도 필요하지만 자기 몸과 마음에 대한 스스로의 관찰이 더 중요합니다. 실체를 분석하지 않고, 현상을 해석하는 한의학에선 특히 그렇습니다.


자신을 관(觀)하세요. 음식과 환경 등에 자기 몸과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세요. 시선을 외부 아닌 자신 안으로 돌리면 들뜬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 무게 중심이 밑에 있어 넘어지지 않는 오뚝이처럼 건강해집니다. 관찰의 답이 없더라도 관찰하는 행위 자체만으로 질병에서 멀어지지요.


관찰하는 습관을 지닌 한의사는 변증 습득으로 명의가 되고, 관찰 습관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 치료하는 힘이 생깁니다. 따라서 관(觀)은 저에게 한의학의 목적이자 인생 지침입니다. 서울 종로에서 제가 운영하던 한의원 이름이 관자재(觀自在)인데 자유자재로 관찰하고 싶다는 뜻입니다. 현재 제주에서 개원을 준비 중인 한의원의 상호 역시 관자재이지요.


환자를 관찰하는 직업인 한의사도 정작 자신은 관(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의사임에도 아픈 이유입니다. 제주에 입도한지 지난 8년 동안 제 자신과 가족을 관(觀)해 왔는데 한의사로서 큰 공부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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