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함은 피곤함을 만든다.

재미있게 만들어 볼까?

by 링링

- 지루하면 몸도 피곤하고 힘들어진다.

- 저 시계 고장 난 거 아니에요?


나에게 있어 유난히 시간이 잘 안 가는 날은 금요일이다. 그날은 사람들이 최대한 몸을 사리고 일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다음 날이 주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날보다 조용하고 일은 적지만 버티기 더 어려운 날이 금요일이다.


" 와, 저 시계 고장 난 거 아니죠? 왜 이리 지겹고 피곤하죠? "


" 지루해서 그래. 원래 지루하면 몸은 더 피곤해. "


어슬렁 거리며 힘들어하던 직원은 이내 자리에 앉아 일을 하는데 앉은 자세가 지금 당장 허리 디스크로 못 일어나겠다고 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자세다. 직원을 툭 치며 말을 건넸다.


" 야, 바닥에 그냥 붙어서 누워라."


" 아, 진짜 피곤해요. "


" 네 자세를 보니 나도 피곤하다. 그러면 시간 더 안 가. 너 그러다가 노트르담에 가서 종을 쳐야 할 것 같아. "


지루함에 못 이겨 몸이 서서히 휘어져 내려가고 있다. 그런데 그럴수록 시간은 더 안 가고 분명 다른 날 보다 하는 일이 없는데 피곤하다. 그 순간 나는 얼른 허리를 펴 자세를 바르게 하고 앉아서 생각한다.

' 아, 지루하면 안 돼! 지루하면 더 힘들어져. 일을 재미있게 해 봐야겠다. '

그 때부터 일이 재미있어질 수 있도록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 시작한다.

' 이 업무에 대한 정리가 제대로 안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지금부터 짬이 나는 대로 이 부분을 따로 정리 해 봐야겠다. ' 그때부터 나는 정신 없어지고, 바쁘기 시작했다. 내 자리는 온갖 자료로 널브러지기 시작했고, 내 손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옆에서 누군가 툭 쳤다.

" 금요일 오후인데 퇴근 안 해? "

그 떄서야 비로소 나는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았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지? 그리고 그날은 다른 금요일보다 더 피곤하지 않았다. 나는 새로운 흥밋거리를 찾았고, 지루함에 못 이겨 피곤해 지쳐가던 나는 바쁘지만 재미있는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회사를 싫어하고 불만이 많고, 일을 잘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는 사람이 일이 적어서 오래 다닐 것 같지만 더 빠르게 퇴사한다.

그건 못 견디는 거다. 흥미를 잃어버린 따분함이 더 피곤함에 몰아 놓는다. 다른 직원과 같은 시간을 일하지만 더 일하지 않으면서, 실적이 낮으면서도 몸은 더 피곤하게 된다. 사람들은 대부분 일이 너무 많아서 피로감을 느끼기보다는 일이 지루하고 흥미를 잃을 때 더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우연히 한 편 읽던 웹툰이 너무 재미있어서 다음 날 아침까지 웹툰을 정주행 하는 날이 있다. ' 딱 한 편만 더 봐야지. ' 라는 생각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새벽 4시가 넘었다. 밤을 새우면서 읽었지만 그 시간 동안 나는 그렇게 힘들지도 피곤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같은 글이지만 나니아 연대기를 읽던 날 ' 이건 c.s 루이스의 잘못일까? 아니면 번역한 사람에 잘못일까? 아니면 내가 난독증일까? '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결국 패배를 인정하고 1시간 남짓에 책을 덮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얼마 전 이 책을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와서 나에게 해맑게 말했다. " 엄마, 이 책 재미있겠죠? " 그 책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크게 웃으며 말했다.

" 푸하하, 아들아 너는 성공하길 바란다. "

기대감에 부풀어 신나게 책을 가지고 온 아들에게 차마 나는 지루함에 졌다고 말을 할 수 없었다. 일주일 뒤 책을 반납하는 날 나는 아들에게 넌지시 물었다.

" 오늘 반납하는 날인데 넌 이 책 읽었니? "

" 하아, 엄마 그 책 페이지가 몇 페이지 인지 아세요? 천 페이지가 넘어요. 그리고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전 못 읽겠어요. "


회사를 포기하고 퇴사를 결심하는 이유에 대부분은 일이 너무 많아서이기보다는 내가 흥미를 잃고, 지루해졌거나, 즐겁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내 일을 좋아한다. 내 직업을 좋아하고 꽤 매력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 더 해 볼까? 하며 있다 보니 어느덧 15년 넘게 일하고 있다. 가끔 지루할 때는 다른 일을 지원하고, 나 스스로 재미를 찾아다녔다. 최근에는 매일마다 신선한 소재로 다채로운 일을 터트려 주시는 상사를 바라보면서

' 와 , 이건 나의 귀중한 글감이다. 이건 글을 써야겠다. ' 생각해서 나는 글을 적어 내려갔다. 그래서인지 여러 다채로운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나는 오늘도 늘어난 글감에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즐거워했다. 그렇게 즐거움을 찾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 넌 안 힘들어? 체력이 좋은 건가? "

날 바라보며 의아해하며 질문하는 이에게 나는 대답했다.


" 응? 난 재미있는데 넌 아니야? "

그런 날 바라보며 피식 웃으며 그가 대답했다.


" 아니, 나도 너랑 있으면 재미있어. 네 자리 근처가 회사 내 핫스팟 이잖아. 그래서 나도 아침마다 항상 네 자리로 오잖아. "


" 응, 재미있으면 됐지 뭐! "


회사에 있는 시계가 잘 가지 않는 것 같고, 내가 피곤하고 힘들 때 다시 돌아보자. 혹시 나 일을 재미없어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더 피곤한 건 아닐까?

그러면 이왕 일 하는 거 재미있게 해 보자. 어차피 흘러가는 시간, 동일하게 주어진 시간이라면 좀 더 알차고 즐겁게 지내보자.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일이 즐거워지고, 어느 순간 인정받고 있는 날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루하고 조용한 시간을 혼자 즐기며 실력과 인정을 차곡차곡 쌓아 가고 있을 어느 조용한 때의 끝에 비로소 드러나는 그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은 저절로 운만 좋아서 생기는 게 아니다. 기회는 조용히 혼자 즐기는 그 시간이 있어야만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이 왔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날 인정하고 지지해 주는 나의 치어리더와 같은 응원단이 조금씩 모여 있을 것이다. 그때 그 사람들은 이야기할 것이다.

" 이 사람 일도 잘하고 열정도 있어, 그리고 믿을 만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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