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링링 Jan 24. 2024

여유는 나를 빛나게 한다.

쫄 리지는 말자!

- 돈이면 뭐든 다 할걸?

- 허겁지겁 오니 정신이 없지!


 " 00 씨 아직 안 온 거 같은데 안 온 팀원 확인 하셨어요? "


" 아, 제가 미처 못 봤습니다. 죄송합니다. "


" 하아, 오전에 보고건 한 가지 빠진 거 있던데 알고 계시나요? "


" 아, 제가 아직 못 봐서 죄송합니다.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


" 오전 일이 많은 건 아는데 왜 이리 정신이 없나요? "


 내가 출근을 일찍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허겁지겁 오는 날에는 출근하자마자 몰아치는 일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하나씩 놓치거나 실수를 하게 된다. 작은 실수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상사는 내가 잘한 백가지 일 보다 내가 한 작은 실수를 더 크게 본다. 본인이 하는 큰 실수는 아무렇지 않은 일로 생각하고 밑에 사람들에게 던져 주면서 내 작은 실수는 이렇게 짜증 내고 화를 낼 일인가 싶은 마음이 들지만 직장생활이 그렇지 뭐 하는 생각이 이내 들었고 나는 다시 생각했다.

 ' 그냥 차라리 일찍 오자! '

 아침에 일찍 출근하는 건 회사에 잘 보이고 싶은 것도 아니고, 회사가 좋아서도 아니고, 충성도가 높아서도 아니다.

일을 여유롭게 하기 위해서이다.


 급하게 허둥대는 모습은 사람을 낮게 만들어 준다. 뭔가 준비가 부족한 사람처럼 보이고 일이 허술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러다가 실수라도 하게 되면 " 정신없어! "라고 옆에서 이야기한다.  이런 사람은 신뢰하기가 어렵다. 반면 여유로운 사람은 일이 능숙한 사람인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처럼" 이 중요하다. 이는 다른 말로 이미지라고도 한다.  조금 일찍 와서 여유롭게 일한 것뿐인데도 남들에게 내가 보인 여유는 나를 조금 능숙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럼 여유를 통해 내 이미지를 좀 더 만들어보자. 이 여유를 좀 더 넓혀서 내 행동과 말에 더해 보자.

 나는 내 말을 돌아보았다. 말의 속도가 빨라서 사람들이 놓치는 경우도 있고, 나의 빠른 말 속도가 내 품격을 낮추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말속도에 여유 한 소끔을 더하기로 했다. 말을 할 때 빠르게 말해도 되는 구간과 천천히 말해도 되는 구간을 생각하며 말하기 시작했다. 대화를 할 때도 내 생각을 말하고 싶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여기에도 여유 한 소끔을 넣어 주기로 했다. 그렇게 좀 더 들어 보니 그 사람 말에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왔고, 내가 틀리고 저 사람 말이 맞다는 걸 발견할 때도 있었다. 굳이 내 말을 다 하지 않았지만 일은 더 잘 진행되었다.  

 내 마음에도 여유를 주기로 했다. 누가 인사 하는가 안 하는가 확인하고 인사하는 사람에게만 인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온화함을 가지고 허리를 숙이고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더니 상대도 마음을 풀고 환한 미소로 나를 바로 보았다. 그렇게 인사를 먼저 한 것뿐인데 나는 환한 미소로 화답받았고 마음은 좀 더 편안해졌다. 내 마음에 여유 한 소끔은 상대에게 먼저 환한 미소를 짓게 했다. 그렇게 먼저 미소 짓다 보니 왠지 상대의 마음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내 행동에 여유 한 소끔을 넣어 봐야겠다. 약속시간을 겨우 맞추고 허겁지겁 뛰어가거나 5-10분 정도 늦었던 나는 좀 더 일찍 도착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약속 장소 주변에 여러 가게와 풍경들 그리고 사람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일찍 도착하니 만남 후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다시 점검하고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그 일을 놓치지 않고 꼼꼼히 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말과 생각과 행동에 여유 한소끔씩을 조금씩 넣어 주었더니 나는 어느새 품위 있고 일 잘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 떄서나 나는 알게 되었다.

사람의 인품은 여유로움을 통해서 드러나는구나.

" 무슨 잡부 같이 생겨서 참내,  왠지 시장에서 싸워도 대부분 상인들은 다 이겨 먹을 거 같네. "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막말까지 서슴지 않는 직원을 보고 놀라서 물었다.


"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


" 아, 저 사람은 같은 회사사람인게 창피해요. 맨날 퇴근시간에 환장해서 떙하면 허겁지겁 나가고 손해는 십원도 안 보려고 하고 뭐라고  한마디 하면 4절까지 이야기하면서 악착같이 쫓아와요. 뭐가 맨날 그리 쫄 릴까요? "


 여기서 말하는 저 직원이 연연하고 악착같이 챙기는 것들은 다른 사람들 눈에는 쉽게 공격할 수 있는 그 사람에 약점들이다. 내가 악착같이 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들, 내가 잃을까 봐,  가지지 못할까 봐 조급해하는 것들은 남들 눈에는 약점이 된다. 그리고 그것들이 나를 떨어 뜨린다.  퇴근 시간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늘 6시 떙 하는 순간 순간이동을 하는 직원들이 다른 사람들 눈에 곱게 보이지 않는 건 절대 손해 보지 않겠다는 마음과 이 회사가 얼마나 싫으면 저리 가냐는 생각 때문에 곱게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야근도 당연하고 굳이 남아서 일을 1-2시간 더 하라는 건 아니다. 인사하며 정리하고 둘러보고 나갈 수 있는 여유가 그 사람이 회사와 동료를 그렇게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돈에도 시간에도 쫄리지 않기로 했다.

 남편에 휴대폰이 오래되다 보니 배터리가 가만히 놔두어도 반나절을 버티지 못했다. 요즘은 늘 보조배터리를 연결하며 살다시피 했다. 남편에 그런 모습을 발견하고 휴대폰을 바꾸어 주기로 결심했다. 결혼 후 남편과 나는 단 한 번도 새 폰을 구입한 적이 없었다. 늘 내가 중고 리퍼폰을 구입해서 바꾸어 주었다.  요즘은 일이 많아 힘들 텐데 힘든 내색 하나 안 보이고 " 나는 괜찮은데 너는 안 힘들어? " 물으며 오히려 나를 걱정하는 남편이 애처로워 이번에 처음으로 새 폰을 사 주기로 결심했다. 나는 여기저기 알아보고 혜택이 더 좋은 것이 무엇인지 메모하고 계산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직원이 나에게 말했다.


 " 와, 이렇게 까지 해야 해요?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이 집은 돈이 들어가면 나가기가 참 어렵네. "


 라고 이야기 하고 갔다.  그리고 며칠 후 그 직원이 부모님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덜덜 떨고 울면서 달려 나갔다. 나는 급히 잡아서 병원 갈 때 뭐라도 챙겨서 사 가라고 울고 있는 직원의 손에 조용히 돈을 쥐어줬다. 부모님께서 회복되고 다시 돌아온 직원은 며칠 뒤 내 자리에 커피를 놔두면서 말했다.


" 커피도 비싸다고 잘 안 사 먹는 양반이 먼저 뛰어와서 이럴 줄은 몰랐는 거 알아요.  내 눈물 때문인지 몰라도 그때는 잠시 빛이 났어요. "


 인생에서 돈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곳에 내가 여유 한소끔 놓어 주는 이유는 돈이 나를 빛나게 방법은 내가 돈에 대한 집착을 놓는 것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돈을 아끼고 따져가며 절약하고 버는 이유는 내가 써야 할 때와 베풀어야 할 때 움켜 잡지 않고 쓰기 위해서다. 그 여유가 나를 빛나게 하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내 직장생활과 삶 가운데 조금씩 여유 한소끔씩을 넣기로 했다. 내 여유가 나를 더욱 빛나고 아름답게 만들 것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