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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링 Jan 30. 2024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억지로 넘지 않는 게 존중이야.

- 선을 두고 싶은 때가 있어.

- 기다리는 건 존중하기 때문이야.


" 너 왜 요즘 내 자리 안 와? "


" 응? 네가 거리 두고 싶어 했던 거 아니었어? 잠시 선을 두고 싶어 하는 거 같아서 그냥 기다린 건데 이제 괜찮아진 거야? "


" 어? 어떻게 알았어. 이젠 괜찮아. 미안해. "


" 사과할 일은 아니야. 그럴 때도 있지. 난 괜찮아. "


" 이유 안 물어? "


" 말하고 싶어? "


" 아니! "


" 그럼 됐어. 안 들어도 괜찮아. "


 그렇게 우리의 대화 중 하나의 주제는 끝맺음을 맺었다. 우리는 이내 아무렇지 않게 다른 이야기를 했다. 내가 그와 다시 친해질 수 있는 이유는 그와 늘 친하게 지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옆에는 당연한 듯 이 사람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그가 가끔 뒷걸음을 질 때는 " 아, 잠시 멀어지고 싶은가 보다. " 하고 생각하고 잠시 물러선 그 자리에서 그냥 있는다. 굳이 이유를 묻지 않는 건 그 사람이 말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대로 놔두는 건 상대를 향한 내가 존중하는 하나의 표현이다. 

 다가오는 사람이 부담스러운 사람이 있다. 친해지면 시간이 지날수록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러다 보니 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게 된다. 가끔 내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인데 간섭하고 지나치게 조언을 하면서 참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친하고 좋았던 관계도 불편해질 때가 있다. 그런 관계가 불편 하지만 계속 유지하고 싶어서 잠시  시간을 두는 것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관계를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들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같이 붙어 있다 보면 지치고 힘들어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조금 시간이 필요해서 잠시 곁에 있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에게 굳이 내가 서운하고 싫다고 원망하지 않는 건 그 사람에 생각과 마음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다르고, 내 생각과 그 사람에 생각이 다르지만 나는 그 다름을 존중하기 때문에 그 사람에  모습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이다. 


" 사람 관계라는 게 그럴 때도 있다. "

 

라는걸 알기에 나는 멀어진 사람을 그대로 인정하고 가만히 기다린다. 

상처를 주지 않고, 내가 몰아세우지 않아야지만 우리는 상처받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다시 만나서 전과 같은 우리의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 

설사 계속 멀어진다고 해도 그래야지만 더 이상 상처를 주거나 받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때로는 상대가 피하거나 말하기 싫어한다면 그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굳이 캐내지 않는 건 그 사람이 말하기 싫어한다는 걸 알기에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다. 그건 그 사람이 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때 물어도 늦지 않다. 때론 상대를 위한다고 하지만 내가 궁금하고, 답답한 게 싫어서 내 욕심에 억지로 싫어하는 상대를 수면 위까지 끌어올려 까발리게 한다. 일부러 덮어 씌운 덮개를 굳이 내가 벗길 필요는 없다.  그 수치와 부끄러움 또는 모욕감 때문에 상대는 나를 떠날 수 있다. 


" 이번 행사 때는 참석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자녀 병원 예약이 되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


" 일정을 조율할 수 없는지 여쭈어 봐도 될까요? "


" 아...... "


" 아, 죄송합니다. 저에게 모든 걸 다 오픈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물어보는 이유는 이번 행사 일정은 오후에 2시간 정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 정도면 병원 시간을 조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물어보는 거고 말씀하신 내용만으로는 제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몇 가지가 있어서 그런 겁니다. 시간 조율이 불가한지, 그리고 간단한 일이면 일정을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는지 제가 모르기 때문에 물어보는 거니 이 부분만 간략하게 이야기해 주면 제가 보고 할 때 충분히 변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그때 서야 직원에 표정은 풀어졌다.  그리고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몰라 잠시 망설이는 직원을 보면서 나는 다시금 말을 이어갔다. 


" 사생활은 말씀을 다 안 하셔도 됩니다. 그건 제가 캐내거나 들을 권리가 없다는 거 알고 있어요. 시간 조율이 어려운 상황이고 예약건이고 중요한 상황이다 보니 바꿀 수가 없는 건입니다 라는 사실이 맞는지만 이야기해 주셔도 충분합니다. 다른 이야기는 말동무가 혹여 필요하시다면 그때 오셔서 이야기하셔도 됩니다. " 


" 대학 병원 예약건이라 시간 조율이 어렵고, 다시 예약을 잡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지역이 먼 곳이다 보니 이후 시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다음은 말 안 하고 싶어요. "


" 그러면 제가 필요한 정보는 받았으니 충분히 괜찮고 감사합니다. "


 여기까지면 나는 충분했다. 상대가 더 이상 원하지 않는 건 필요 이상 내가 캐내거나 욕심을 부릴 이유가 없다. 내가 그에게 이러는 건 그 사람이 감추고 싶고, 말하고 싶지 않은 건 그대로 놔두는 것이 그 사람에 대한 예의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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