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을 채우기 시작한 생로병사의 비밀. 평소 먹방을 그리 많이 보진 않는 데도 알고리즘의 파도가 밀려들었다. 우연히 밀가루였던가 탄수화물 관련 편을 보고 내 이야기네하고 보게 된 것을 이후로 저녁 밥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인스타에서도 신종 먹방으로 유행하던 생로병사의 흐름이 차츰 시들해지더니 다음으로 내과의사 정희원 교수의 저속노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저속노화를 알게 되고 난 뒤 내 생활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평일 주 3일 점심 도시락을 싸면서 좀 더 건강하고 취향에 맞는 식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엄밀하게 따지면 점심만 조금 신경 쓸 뿐 아침과 저녁은 손 놓고 먹던 대로 먹고 있는 자신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아침이면 빵을 먹거나 하다 못해 과자라도 몇 개 주워 먹고 나오는 나름 오래된 루틴이 있는데 최근엔 지하철역 빵집에서 2~3천 원짜리 빵으로 아침을 해결해 왔다. 워낙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는 데다 빵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편이라 아침마다 새로운 빵을 고르는 재미도 한 몫했다. 게다가 점심 도시락으로 식단을 조금 신경 쓰게 되면서 보상심리가 작용해 아침 정도는 칼로리 걱정 않고 달고 짭짤한 빵을 먹자는 생각도 컸던 것 같다.
그랬던 나의 아침이 달라졌다. 아침마다 삶은 계란과 설탕이 들어있지 않은 두유를 챙기게 된 것이다. 원래 음식도 가리는 거 없이 잘 먹는 편이고 육류만큼이나 채소도 좋아하는데 저속노화 식단과 비교했을 때 기존의 식습관에서 고쳐야 할 점을 두 가지 정도에 초점을 맞추었다. 가장 첫 번째는 당류 줄이기, 두 번째는 단백질 늘리기.
아침마다 밍밍한 두유와 텁텁한 삶은 계란 먹기가 조금 익숙해진 요새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배고프거나 입이 심심해서 추가로 먹었던 사무실 간식이나 빵을 군고구마로 대체하고 있다. 확실히 가벼운 데다 영양도 풍부한 음식들로 하루를 시작하니 뭔가 확실히 달라진 점은 아직 없지만 좀 더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도 좋고, 아침식사라는 작은 부분이지만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이전보다 현명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는 뿌듯함이 들어 좋은 것 같다.
점심 도시락 메뉴는 세 가지 정도를 돌아가며 먹는데 간단하고 맛있는, 거기에 몸에도 좋다는 레시피들로 정착했다. 세 가지 메뉴로는 낫또 비빔밥, 바질 파스타, 양배추 볶음이다. 셋 다 정말 간단한데 낫또 비빔밥은 계란 프라이 두 장에 잘 섞은 낫또, 그리고 간장에 현미밥, 싸 먹을 김만 있으면 끝이다. 이전에 낫또를 먹어 본 적이 없는데도 생각보다 맛있어서 가장 추천하는 메뉴다.
바질 파스타는 마트에서 파는 바질페스토에 토마토나 파프키라 몇 조각, 면만 삶으면 끝이다. 마지막으로 양배추 볶음은 유튜브에서 중식 양배추 볶음을 검색하면 나오는데 다른 재료 없이도 양념 몇 가지만 넣으면 되고 위가 안 좋아 양배추를 먹어야 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그렇게 점심과 아침이 바뀌고 저녁은 되도록 양을 조절하되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있다.
식단과 더불어 매일 두 잔 정도 마시던 커피도 너무 경각심 없이 마시는 것 같다는 자각이 들던 차 마침 생로병사 카페인 중독 편을 보게 되었다. 커피도 좋아하고 카페 가는 것도 너무 좋아하지만 가끔 편두통도 있고 밤에 잠을 푹 잘 자는 편이 아니어서 카페인 줄이기는 예정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우선은 며칠 커피를 무작정 끊어봤는데 그렇게 참기만 하니까 반대로 너무 마시고 싶어져서 오히려 평소보다 커피를 더 마시게 되었고 카페인 관련된 기사나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그나마 합리적인,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보통 주중에 2~3시쯤 졸음이 너무 쏟아져서 점심 이후에만 커피를 마셨는데 잠도 깨고 운동도 할 겸 점심 후 산책을 길게 하면서 최근에는 가능하면 오전에만 커피를 마시려고 한다. 대신에 오후에 졸음이 오거나 커피가 마시고 싶어질 때는 콤부차를 마신다. 얼음을 넣고 시원하게 마시면 정신도 맑아지고 새콤달콤해서 활기도 생기는 것 같다.
거기다 유행하던 애사비(애플 사이다 비니거)를 콤부차에 같이 타서 먹는데 아직 효과는 모르겠으나 일단 맛이 괜찮아서 꾸준히 챙겨 먹으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업무 시간 중간중간 먹던 간식도 줄이려고 검은콩과 아몬드를 책상 보이는 곳에 두었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꽤나 건강을 챙기는구나 싶기도 하고 앞으로도 꾸준히 새로운 정보들을 업데이트하면서 내 입맛에 맞는 건강한 습관을 만들고 싶다는 의욕이 생긴다. 노화를 체감하는 나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이라고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