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새로운 취미활동을 시작했는데 바로 뜨개질이다. 뜨개질하면 가장 먼저 어렸을 때 엄마가 떠주었던 모자가 떠오른다. 언젠가 가족이 놀이공원을 갔다가 귀신의 집에서 그 모자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엄청 혼난 적이 있었다.
이렇게 뜨개질에는 썩 좋지만은 않은 추억이 있지만 그런 동시에 나는 누군가 솜씨 좋게 떠놓은 뜨개 작품을 볼 때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어떤 존경심 같은 것이 솟아오르곤 했다.
이걸 진짜 손으로 떴다고? 의심하면서 촘촘하고 일정하게 짜인 털실들을 가까이 들여다보다가 멀리 떨어트려 전체적인 무늬를 한 번 더 살피고는 감탄을 터뜨렸다. 어쩌면 그렇게 금손들이 많은지. 내가 금손이 아닌 것은 참 아쉬운 일이지만 말이다.
그러다 최근 몇 년 잘 챙겨 보고 있던 우엉님의 브이로그에서 뜨개 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인 데다 틈틈이 편집까지 직접 하는 등 부지런하고 알차게 하루를 보내는 장면을 보면서 많이 반성을 하게 되었는데 무엇보다도 바쁜 일과들을 마치고 짬이 날 때마다 잊지 않고 털실을 꺼내 뜨개에 집중하는 우엉님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나도 쉬운 건 뜰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작년 겨울에 처음 다이소에서 대바늘과 실을 샀다. 유튜브에서 겉뜨기와 안뜨기를 쉽게 배울 수 있었고 딱히 도안이 필요하지 않은 강아지용 목도리를 뜨기 시작했다. 혼자서도 시행착오 없이 작고 귀여운 목도리 몇 개를 완성할 수 있었고 친구의 강아지에게 선물을 했었다.
뜨개를 하는 동안은 오롯이 실과 바늘에 신경을 쏟으면서 해봤자 쓸데없는 고민이나 잡생각을 덜 수 있었고 시간을 들인 만큼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렇게 잠깐 뜨개의 맛을 보고는 겨울이 지나 뜨개를 멈추면서 흥미도 사라졌었는데 최근 동료 중에 뜨개의 달인이 있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는 지난겨울에 직접 뜬 티코스터를 직원들에게 돌린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 정도는 그리 어려운 수준은 아니겠거니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자리가 바뀌고 동료의 옆 자리에 배치되어서야 나는 그녀의 진가를 알 수 있었다. 책상의 한 곳을 지키는 요다 인형부터 눈길이 가는 예쁜 배색의 스웨터, 언뜻 봐도 화려한 반려동물 케이프까지 그녀는 뜨개로 할 수 있는 전방위의 것들을 다 소화할 수 있는 능력자였던 것이었다.
그녀를 보며 다시금 뜨개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난 나는 여름이 오면 다시 뜨개를 시작해야지 다짐했었다. 그리고 한 달 전 바늘이야기라는 뜨개 전문 쇼핑몰에서 난이도 별 두 개 짜리의 봄가을용 머플러 패키지를 구입했고 지금은 3분의 2 정도를 뜬 상태다.
근데 우습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한 게 처음 코를 30개로 시작했는데 자꾸 늘어나 지금은 36개가 되어버렸다. 풀어서 다시 할 수도 있지만 다행히 모헤어라 크게 거슬리지 않아 조심하면서 뜨고 있는 중이다. 이건 10월쯤 엄마에게 선물로 드릴 예정이다.
거기다 이번엔 코바늘에도 도전을 했다. 그런데 동영상 강의를 봐도 무슨 말인지, 방금 무슨 마법을 부린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어서 같은 구간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고 조금 모양이 갖춰진 듯싶으면 또 금방 이상해져서 너덧 번을 풀었다. 코바늘은 대바늘 보다 어려운 데다 내 기준엔 손에 힘을 주면서 해야 하다 보니 긴 시간이 아니어도 금방 손이 얼얼해졌다.
그러다 이번에도 안 되면 그냥 포기할까 하던 때 운 좋게 성공하면서 그제야 방법을 깨달았는데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보니 어째 선생님이 하신 거랑 조금 다른 모양이어서 다시 푸를까 고민을 했지만 기능적으로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아서 그대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코바늘로 하는 첫 작품을 완성하게 되었다. 나름 자세히 보면 수제 느낌이 물씬 풍기면서(좋은 건가?) 군데군데 삐뚜름한 것이 적당히 인간미가 느껴지는, (내 눈에만) 귀여운 가방이다.
내가 가방을 뜨다니! 서툰 솜씨에 조금 머쓱해졌지만 다른 사람들의 완성작을 보니 다들 (슬프게도) 나보단 잘했는데 묘하게 조금씩 다른 느낌이어서 같은 실에, 같은 방법으로 뜬 건 데도 사람에 따라 다른 작품이 나온다는 게 참 신기하면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엄마에게 가방을 완성했다고 자랑하니 선물로 달라고 하셨다. 직접 보고도 그런 말을 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음 주에 자랑스러운 나의 작품을 한 번 가져가서 보여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