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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즐거움에는 끝이 있다

by 제나랑


<2024년 09월 29일>

PM 12:10

어제 새벽, 소파에서 일어나 씻고 침대에서 다시 잠이 든 스텔라는 평소보다 더 늦게까지 자다가 일어났다.

충분한 수면으로 피곤함은 사라졌지만, 일어나자마자 밀려오는 두통 때문인지 컨디션이 좋지 않다.

주방으로 향한 그녀는 서랍에서 두통약을 꺼내고, 찬장에서는 컵 하나를 꺼내 정수기 냉수 버튼을 누르고는 물을 받아


다른 한 손에 들고 있던 두통약과 함께 입 안에 머물고 있다가 꼴깍 삼킨다.

그제야 핸드폰을 확인하는데, 메이든에게서 온 톡과 부재중 보이스톡이 쌓여 있었다.

그녀는 메이든에게 전화를 걸지만, 없는 번호로 나온다.

보이스톡으로 다시 걸자, 이번엔 연결이 됐다.

>>메이든

"여보세요?"

(어? 작가님? 여보세요?)

"전화했었네?"

(아, 주무셨어요?)

"응. 컨디션이 좀 안 좋아서 늦게 일어났어."

(아..오늘 만날 수 있을까 해서요~ 오늘이 힘드시면 내일 만날까요? 할 말도 있구요..)

"내일? 모르겠다..내일 컨디션은 어떨지...내일 일어나서 통화하자..."

(아..네...몸이 많이 안 좋아요? 병원은 갔다 왔어요?)

"그 정도는 아니고..좀 쉬면 괜찮아져..."

(...그래도 끼니는 거르지 마세요.)

"알아서 할게."

(…아...그럼 쉬세요...)

"응..."

메이든과의 통화를 끝낸 후, 이마를 짚으며 소파에 쓰러지듯 누운 스텔라

그녀의 핸드폰 벨소리가 다시 울린다.

>>팀 막내 도우니

(작가님~)

"어..도우나..."

(어? 어디 아프세요?)

"응..머리도 아프고...컨디션도 안 좋네..왜..? 무슨 일 있어?.."

(아니요~ 보내주신 귤도 너무 잘 먹고 있고~ 어제 새벽에 귀국 잘하셨나 전화했죠~)

"친구가 너 대신 마중 나왔더라..새벽에 작가 마중 나가는 직원은 무슨 죄냐면서.."

(역시 환이 형님~ 약은 드셨어요? 밥 또 안 드셨죠~?)

"약은 먹었고 밥도 이따 먹을 거야.."

(그짓말~ 제가 죽이라도 보내드릴게요~ 법카로~)

"그래..고맙다..."

(젤 비싼 걸로 보내드릴 테니까 꼭 드세요~ 빈속에 약 드시면 안 좋아요~ 위도 안 좋으시면서..)

"알았어...잔소리는 대표님보다 니가 더 해, 아주.."

(그럼 쉬세요~)

"응..."

그녀의 담당 팀원 중 리서치 담당자이자 팀 막내인 도운과의 통화도 마치고 힘없이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 두고는 잠시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쉰다.

그러다 잠시 졸았는지, 인터폰 벨소리에 눈을 뜬 그녀가 기력이 없어 느린 걸음으로 인터폰의 버튼을 누르자, 로비에서 건 경비원이었고,


배달 기사가 와 있는데 시킨 것이 맞는지, 대신 받아 둘지, 올려보내도 되는지 물어보기 위해 인터폰을 한 것이었다.

보통은 귀찮더라도 내려가서 받아오는데, 도저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음식을 받아올 기력이 없는 듯해서 올려보내 달라고 요청했고,


잠시 후, 고요한 거실에서 문밖의 엘리베이터 음성 소리가 들려온다.

(부스럭)

(띵~동~)

(배달입니다~)

"결제된 건가요?"

(네. 선결제입니다~)

"그럼 그냥 두고 가시면 돼요..."

(네, 알겠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엘리베이터 음성 소리가 들리고 문밖이 조용해지자, 스텔라는 문을 열고 바닥에 놓인 배달 봉투를 가지고 안으로 들어와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리프트형 테이블을 올려 소파 가까이 음식을 먹기 좋게 세팅하고, 배달 봉투 안에 든 일회용 용기들을 전부 꺼내 뚜껑을 연 후,


일회용 숟가락도 비닐을 뜯어 도운이 보내준 죽을 먹기 시작한다.

자연산 송이 소고기죽과 삼계죽이 각각 작은 용기에 나눠서 담겨 있고, 서비스로 보이는 양배추 사과즙도 있으며,


그녀는 분명 그녀가 한꺼번에 다 먹지 못하고 나눠 먹을 걸 알고 배달 주문할 때 작은 용기에 나눠서 시켰을 거라고 예측했다.

자연산 송이 소고기죽 작은 용기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죽이 담긴 용기는 뚜껑을 덮어 놓고, 영화를 보며 먹기 위해 리모컨을 집어 TV 전원을 켜고는


OTT에 있는 영화 중 하나를 선택한 후, 죽 한 입을 맛본다.

영화 [그래비티]를 보며 작은 용기에 담긴 자연산 송이 소고기죽을 다 비웠고, 남은 죽은 냉장고에 넣어두고 빈 일회용 용기는 분리수거함에 넣는다.

영화 [그래비티]는 주인공인 라이언이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 속에 고립되면서 그로 인한 고립감과 절망감을 더욱 강조한 영화로,


라이언이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은 우주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생존하고자 함에 대한 간절함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극복의 과정에서 느끼는 희망과 용기가 인상적이다.

라이언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모습은 관객에게 큰 감동을 주며, 삶의 가치와 의지를 다시 되새기게 하고,


영화의 결말 중, 라이언이 지구에 돌아오면서 느끼는 안도감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스텔라는 이 영화가 단순히 큰 자본을 들인 영화가 아닌,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감명 깊게 보았고,


개봉 당시에도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가끔 다시 꺼내 보는 영화 중 하나였다.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내린 그녀는 머그잔에 옮긴 후,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담아 아메리카노를 제조하고는


다시 거실 소파에 앉아 리프트형 테이블을 내려 그 위에 머그잔을 내려놓는다.

다음에 볼 영화를 한참 고르던 그녀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발견하고는 바로 재생 버튼을 누른다.

영화 [이터널 션사인]은 주인공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관계를 통해 사랑의 복잡함과 기억의 중요성을 다룬 영화로,


사랑과 기억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으며, 처음에는 서로의 기억을 지우고 싶어 하는 두 사람의 선택이


결국 그들도 자각하지 못했던 진정한 감정이 드러나게 되는데, 서로의 기억 속에서 행복한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는 과정은 매우 감동적이다.

특히, 영화의 비선형적 서사 구조와 독창적인 시각적 표현이 기억의 흐름과 감정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각 장면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깊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사랑과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고,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사랑이 시간과 기억을 초월하여 어떻게 서로를 지켜주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잊고 싶었던 기억조차도 우리의 삶에 필요한 부분이라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영화 [그래비티] 다음으로 이 영화를 다시 감상하게 된 이유는 단순한 로맨스 영화를 넘어, 사랑의 본질과 기억의 의미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며,


감정적으로 강렬한 여운이 남았던 영화였기 때문이다.

스텔라가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가도 중간에 정화하는 시간이 필요할 때, 지금처럼 시나리오 작업이 끝난 후, 집에 있을 때, 혹은 새로운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구상하면서 영감이 필요할 때 인생 영화, 감명 깊었던 영화를 다시 보거나 새로 개봉한 영화나 새로운 소재의 영화를 찾아보곤 한다.

이제껏 장르만 달랐지 줄곧 사랑 이야기를 다룬 로맨스 영화 시나리오를 써온 스텔라는 다음 작품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가 아닌


다른 소재를 주제로 한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영화 [그래비티]와 [이터널 선샤인] 외에도 다양한 은하수와 별들의 경이로운 풍경이 등장하고 블랙홀과 다른 행성들의 비주얼이 인상적인


우주여행을 다룬 [인터스텔라], NASA의 여성 수학자들의 이야기로, 우주와 별에 대한 열망과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나오는


[히든 피겨스], 화성을 배경으로 하여 우주여행의 꿈과 인간의 연결을 탐구하는 [스테이션 엑스] 등 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찾아보다가

중간중간 졸다가, 영화 재생을 멈춰 놓고 잠이 들다가, 깨면 다시 영화를 보다가를 반복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하루가 저물고 있었고,


저녁은 점심때 남겨둔 죽 중에 삼계죽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면서도 계속해서 영화를 감상했다.

영화 [인터스텔라]는 크리스토퍼 감독의 독창적인 비전과 뛰어난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스텔라가 영상뿐만 아니라 극본 부분에서도 감탄했던


작품 중 하나였으며, 우주 탐사와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고, [그래피티]와는 또 다른 느낌의 영화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새로운 행성을 찾아 나서는 주인공 쿠퍼의 여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쿠퍼는 가족에 대한 애정과 인류에 대한 책임 사이에서


갈등하며, 이러한 감정은 관객에게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딸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아쉬움과 사랑은 영화 전반에 걸쳐 중요한 감정적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이 더욱 매력적이었다.

시각적으로도 경이로운 경험을 제공하는데, 은하수와 블랙홀, 다양한 행성들의 장면은 경탄을 자아내며, 특히, 블랙홀을 통과할 때의 장면은


놀라운 비주얼과 함께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탐구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시간의 상대성에 대한 과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사랑과 희생,


그리고 인간의 의지를 심도 있게 표현 하고 있다.

또한, 시간의 흐름이 다르게 느껴지는 상황 속에서 가족과의 유대가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를 보여주며,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도 제공한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작품도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으로 쓴 소설이 영화화된 [미드나잇 블랙]부터 개봉일자순으로 영화를 재생시키는데,


[미드나잇 블랙]은 과거의 아픔을 간직한 여자가 우연히 포토부스에서 사진을 찍는 순간, 시간 여행을 하게 되고, 자신의 과거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대 판타지 장르의 영화로, 소설은 2005년 1월에 처음 출간되었지만, 2006년 12월에 영화가 개봉하는 데까지는 1년 11개월 정도 걸렸으며,


다음 작품은 2008년 5월에 개봉한 [미드나잇 레드]은 악령 헌터가 악령을 찾아 소멸시키는 주인공을 다룬 이야기의 오컬트 판타지 장르의 영화로,


이 영화로 인해 시나리오 작가로서 정식으로 입봉하게 되었다.

그다음 작품은 2010년 3월에 개봉한 [미드나잇 옐로우]는 과거에 억울한 죽임을 당한 여자가 저승사자로 환생해 과거 연인의 환생과 재회하는


로맨스 퓨전 판타지 장르의 영화로, 5,310,510명이 넘는 가장 많은 관객 수를 동원하여 시나리오 작가 스텔라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으로는 영화 [미드나잇 그린]이 2012년 10월에 개봉하였으며,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난 여자가 길을 잃고 숲에 갇히면서 과거의 자신과 미래의 자신을


마주치는 판타지 장르의 영화였고, 2014년 2월에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미드나잇 시리즈의 판타지 장르가 아닌, 라디오 DJ가 매일 편지를 보내는


남자의 사연을 읽고 답장을 하면서 사랑을 키우는 로맨스 장르의 영화로 새로운 시도를 했으며, 삼백일십만이 넘는 관객 수로,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고,


2017년 6월에도 미드나잇 시리즈는 아니지만, 판타지적인 소재를 포함한 영화 [당신의 기억을 삭제하시겠습니까]로, 기억을 삭제해주는 태블릿 PC를


우연히 얻게 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과거의 나쁜 기억을 삭제하는 새드 엔딩의 영화였다.

이번 작품 [미드나잇 블루]의 이전 영화는 2020년 7월에 개봉한 [미래 우체통]으로, 싱가포르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는 여자가 우연히 발견한


한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데, 미래의 한 남자가 그 편지를 받게 되면서 서로 소통하는 로맨스 판타지 장르의 영화였으며,


이후로 그녀의 차기작이 나오지 않자, 수많은 팬들과 인터뷰어, 영화 관계자들도 그녀에게 다음 차기작에 대한 질문들을 수도 없이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 왔고, 별다른 변수 없이 영화 제작이 진행된다면 내년 초에는 개봉하게 되리라고 그녀 또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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