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노력하는 자에게 온다
[그날 밤]
유진은 후식으로 일일이 꼭지를 딴 딸기 한 팩 모두 씻고 거실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준규는 지안의 방문에 조심스럽게 노크를 한다.
(똑.똑.)
“지안아? 유진씨~ 혁주씨~ 후식 들어요~”
“네~”
세 사람은 지안의 방에서 나와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는다.
“아부지, 우리 금요일에 해운대 가기로 했던 거, 다음에 가자~”
“갑자기? 와?”
“아, 다음 주 영어 듣기 능력 평가 시험 있는 거 깜박했다 아이가...주말 동안에~ 공부 해야 댄다~”
시험이 있는 걸 잊어버렸다는 말에 황당해하는 유진과 준규
“어? 시험이 있는 걸 까먹었다꼬? 그라고 한 달 내~내~ 졸라댔나~”
“다다음주 놀토에 가믄 안대나~? 이번 주에 당장 가자고 할 줄 몰랐다 아이가~”
“으이그~ 근디~ 아부지 연차까정 냈는데 아까버서 우야노~”
“아...그건 쪼매~ 아깝네. 우야지~?”
“송도 해수욕장은 가보셨어요? 여기서 젤 가깝고 터널, 이딴 것도 안 지나도..되고...”
“어? 언니랑 오빠도 같이 갈래요?”
“맞다~ 우리 다 같이 가자~”
그렇게 얼떨결에 다섯이서 송도 해수욕장을 가기로 했고 꿈 같았던 이틀은 야속하게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2004년 04월 13일]
오전 일찍부터 분주한 지안의 집
어린 지안은 학교, 준규는 회사에 가고 없고 유진과 지안 그리고 혁주, 세 사람은 해수욕장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유진씨~ 진짜 옷 안 갈아입어도 괜찮겠어요~ 옷 꺼내기 힘들면~ 내 옷 줄까요~?”
“아...옷 박스가..젤 안쪽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요...한 벌만 빌려주시면 될 거 같아요~”
“한 벌로 되겠어요~?”
“네~ 잠옷도 빌려주셔서 잘 입었고~ 저는 한 벌이면 돼요~”
지안은 유진이 빌려준 옷으로 갈아입고 가져갈 물건들을 챙겨 준규가 일찍 반차를 내고 퇴근하자마자 차에 실었고,
어린 지안을 태우고 출발하기 위해 네 사람이 함께 떠났다.
부산 여자 중학교 정문 앞에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종소리와 함께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고,
학생들 사이로, 설레는 발걸음으로 뛰어오는 어린 지안이 보였다.
“뛰지 마라~ 다친다~”
“이히히~”
어린 지안이 차량에 탑승하자마자 송도 해수욕장으로 향했고, 부산항을 지나 30분 여 만에 도착했다.
송도 해수욕장 입구에는 무지개색으로 영문 이름의 대형 구조물이 있고 바닷가엔 무지개색 테트라포드들도 보인다.
해변에서 거북섬까지 이어지는 해상 위로 가로지르는 구름산책로가 구성되어 있었고,
산책로 북쪽 입구는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해양 레포츠를 상징하는 커다란 요트 모형의 조형물로 이뤄져 있었다.
어린 지안은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신나서는 챙겨온 디지털카메라로 여기저기 찍어 대고,
신발까지 벗어 던지고는 잔잔한 파도가 발을 간지럽히는 촉감이 좋은지 맨발로 해변을 거닐고 있다.
“우리 지안이 신~났네~”
지안은 옷에서 나는 엄마의 냄새, 이렇게 해변을 거닐고 산책로를 걷던 추억들을 기억하려 꾹꾹 눌러 담는다.
하지만 시간이 다 되었는지 지안과 혁주의 귓가에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나고 눈을 감자, 포토 부스로 돌아왔다.
[현재]
“지안아, 성..공 한 거지? 사고..막았으니까 어머님, 아버님 살아 계신 거지?”
“확인해 봐야지...”
두 사람은 지안의 오피스텔로 들어가 그녀의 집 2002호 옆집인 2001호의 초인종을 누른다.
(띵~동~)
잠시 후, 문이 열렸고, 한 여자가 나온다.
“어~ 딸~ 혁주야~ 웬일이고? 이 시간에?”
유진의 모습에, 지안과 혁주는 놀란 마음을 티내지 않으려 애썼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어..엄마, 혹시 김치 있나? 김치가..똑 떨어졌네?”
“김치? 벌써 다 먹었나? 일단 들어와~ 왜 계속 서 있어~”
유진은 주방 냉장고에서 김치가 가득 담긴 큰 통을 꺼내고, 수납장에선 절반 크기의 반찬통을 꺼내 김치를 한 포기씩 옮겨 담고 있고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준규가 뉴스를 보다가 지안과 혁주를 맞이한다.
“안..녕하십니까, 아버님~”
“아부지, 안 주무셨어?”
“어~ 왔나~? 우리 딸내미 라디오 듣고 뉴스 좀 보고 잘라꼬~”
“엄마, 두 포기만, 두 포기만~”
지안은 김치 두 포기가 담긴 반찬통을 받아 든다.
“나, 좀 피곤해서~ 내일 라디오 가기 전에 다시 오께~”
“안녕히 계세요~”
지안은 혁주와 부모님 집을 나오려다 다시 돌아들어 와 유진과 준규를 꽉 안아주고는 집을 나왔다.
부모님 집 현관문이 닫히고 도어락 잠금 소리가 들리자 지안의 집 앞에서 멈춰섰다.
“진짜 바꼈어...”
“그러게...이게 가능하네...”
“과거가...바꼈어...우리 엄마, 아부지를 살렸어...”
감당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이 지안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고 가슴을 부여잡는다.
“왜,왜,왜~? 어디 아파?”
“아니...너무 벅차서...나 들어갈게, 너도 집에 가라...”
“아, 응~ 잘 자라~”
혁주는 돌아서 엘리베이터에 탑승했고, 지안은 도어락 잠금을 해제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갑자기 참기 힘든 고통이 밀려왔고, 서둘러 약을 찾아 목구멍으로 넘겼다.
물도 한 컵을 다 비우고는 소파에 털썩 앉자, 서서히 통증이 가라앉았다.
“과거가 바꼈는데...사고도 막고, 엄마, 아부지도 살렸는데...그럼, 이 망할 암도 없어져야 하는 거 아닌가?”
지안은 내일 오전에 병원에 가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는다.
다시 침실을 나와 서재로 들어갔고, 부산 본가에서 가져온 앨범을 꺼내 본다.
과거가 바뀌기 전에는 중학교 졸업 때까지의 사진들로만 채워져 있었으나, 지금은 몇 개의 앨범이 더 늘어나 있었고,
고등학교 때, 해외 여행 가서 찍은 가족사진들과 서울로 온 가족이 이사 와서 군자동 집 앞에서 찍은 가족사진,
그리고 모델이 되고 싶다고 엄마를 졸라대서 아카데미에 등록하고 오는 길에 외식하면서 찍은 사진,
2005년도 이상봉 디자이너의 폐선 쇼로 처음 데뷔한 날 찍었던 가족사진을 보며, 과거가 바뀌어도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뿐만 아니라, 명성예술대학교에 입학해 정문에서 찍은 가족사진, 기숙사에 들어가면서 건물 앞에서 찍은 가족사진 그리고 졸업식 때,
학사모를 쓰고 찍은 가족사진, 졸업 이후, 뉴욕행 비행기를 타던 공항에서 배웅해 주다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들로 깨달은 건,
원래 지안이 계획했던 대로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취미로 하고, 준규의 말대로 두 번째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것이 모델 일이라는 것이었다.
뉴욕에서의 성공적인 모델 활동으로 인정받은 지안은 25살의 나이에 지금 살고 있는 오피스텔 2002호를 샀고,
동시에 2001호는 부모님의 명의로 사드렸다.
한 가지 더 바뀐 게 있다면 26살이었던 2014년에 라디오 DJ가 되었던 이전과는 달리,
29살 때까지 모델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다가 30살의 나이에 라디오 DJ가 되었다.
항상 인생에는 변수가 있듯이, 사고를 막고 과거가 바뀌면 부모님을 살리는 것은 물론,
암도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그녀의 착각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바꿔야 할 과거가 남아 있는 걸까.
의문투성이였다.
[다음 날]
지안은 일어나자마자 병원에 전화를 걸었고 11시쯤 내방 가능하다는 확답을 받고 나갈 준비를 한다.
지하 주차장에 주차해놓은 차를 몰고 명성대학병원으로 향한다.
접수를 마치고 진료실 앞 대기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지안
“지..안아...?”
낯익은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지안이 고개를 돌리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혁주가 서 있다.
“너..왜 여기 있어?”
“그건 내가 물어야 할 말인 거 같은데?”
혁주는 지안이 기다리고 있는 암통합진료센터 간담췌외과 진료실 표지판을 보고는 다시 지안에게 시선을 옮긴다.
그때, 담당 간호사가 나와 명단을 보고 지안의 이름을 부른다.
“차 지안님~ 들어가실게요~”
“네...”
지안은 엉거주춤 일어난다.
“여기서 좀 기다려. 진료 끝나고 다 말해줄게...”
“...그래...”
혁주는 대기 의자에 앉았고, 지안은 진료실 안으로 들어간다.
담당 주치의에게 다시 조직 검사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지안에게 주치의는 무의미한 검사는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할 뿐이라는 걸 상기시키지만
그녀의 간곡한 부탁으로 재검사를 하게 되었고 결과는 일주일 후에 잡은 내방 예약 때 알려준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진료실을 나왔다.
진료실 문이 열리자마자 일어난 혁주를 데리고 입구로 나가는 길에 있는 카페로 가는 지안
두 사람은 따뜻한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직원에게 건네받은 진동벨이 울릴 때까지 둘 중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사람이 없이 조용했고, 진동벨이 울리고 나서야 그 침묵이 깨졌으며,
혁주가 일어나서 머그잔에 담긴 따뜻한 아메리카노 두 잔이 놓인 쟁반을 들고 자리로 돌아온다.
지안은 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마시고는 입을 연다.
“나도 안 지는 얼마 안 됐어...증상은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는데...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자주 소화가 잘 안돼서 소화제 자주 먹었잖아...
근데 초기증상 중에 하나도 소화 불량이래...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소화제 사다 먹고 했는데 몇 달 전부터는 명치가 자주 아프기 시작했고,
그게 점점 심해지더니 허리까지 아프길래 검사를 했어…그 결과를 월요일에 들었고, 췌장암..말기라더라...“
“뭐, 뭐? 췌장암?...”
“내가..하아...시한부라니...짧으면 3개월...길면 6개월이라더라...”
“……”
“이제야 사고 막고, 우리 가족 행복할 일만 남았는데...과거가 바뀌면 내 상태도 바뀔 줄 알았더니...어제 저녁에 또 통증이 있길래 다시 검사하러 온 거야...
안 된다는 거 우겨서 하긴 했는데...내 상태도 바꼈으면 통증도 없었을 거 같고, 결과는 똑같을 거 같아서...괜히 헛짓거리한 건가 싶고...좀 그렇네...“
“아...이번에도 두려워서 말 안 한거야?...”
“뭐, 언젠가는 알게 될 거고…말..하려고 했어...근데 이렇게 들킬 줄 몰랐네...이런 식으로 알게 해서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이제 하지 마...사고도 막았는데...어떻게든 바꿔보자...기회는 움직이는 자에게 온다잖아...”
“하아…근데 그 기회가 한 사람에게 여러번 오지는 않을 거 같아서...엄마, 아부지 사고를 막은 게 나에게 온 기회고,
그 기회를 내가 잘 알아보고 잡은 거면, 기회가 나에게 또 올까?...“
“아...그건...글쎄...그래도 시도도 안 해보고 포기하진 말자…응?”
“그래...근데...며칠 좀 쉬자...”
“그..래...그러자...다음에 병원 올 땐 나랑 같이 오자. 알았지?”
“아냐, 안 그래도 돼...”
“아니, 그래도 돼...같이 안 들어갈 테니까 오늘처럼 진료실 앞 대기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 건 하게 해줘...”
“하아...알았어...이제 니 차례...넌 여기 어떻게 왔어?”
“아...별 건 아니고...건강검진 여기서 했는데 결과 듣고 나오는 길에 니가 암통합진료센터로 가는 걸 봤어…망설이다가 따라간 거고...그게 다야...“
“아...”
두 사람은 병원을 나와 지안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너도 같이 점심 먹고 가...”
“응...”
그렇게 어색함이 감도는 사이 지안의 오피스텔에 도착했고, 2001호 앞에 서서 비밀번호를 누르려다 멈춘 지안
“엄마, 아부지한테는...”
“내색 안 할게...걱정 마...”
“고마워...”
지안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연다.
“엄마~ 아부지~ 딸내미 왔네~”
“어~ 왔나~?”
“혁주도 왔어요~”
“혁주도 왔나~? 앉아라~ 밥 묵자~”
그렇게 네 사람은 점심을 함께 했고 그 어느 때보다도 화기애애했다.
<기회는 노력하는 자에게 온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는 기회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도 길러야 한다. ‘기회는 기회의 모습으로 찾아오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회를 알아채는 일은 쉽지 않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을 살아보니,
기회란 역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우연히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 성공을 거머쥐는 사람은 노력에 기회가 더해진 사람이다.
그러므로 내게 행운이 찾아왔을 때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
신호등이 있는 이유는 가야 할 때와 멈춰 설 대를 알게 하기 위함이다.
정신없이 달리며 일하다가도 빨간 불을 지나치진 않았는지 되돌아보고,
멈춰서 숨을 돌리다가도 파란 불을 놓치진 않았는지 확인하자. 무언가를 판단하기 전에 충분히 시간을 들여 고민하는 습관을 갖자.
이러한 습관이 쌓이면 자연스레 주변에 기회가 넘쳐날 것이고,
그 기회를 포착해 노력하면 더 나은 환경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HAAN, Chan - Chance]
말로 설명 못해 이 감정은 더욱더
이야기는 참 길고 설명이 더 필요해져
인생엔 기회가 딱 열 번이라면
고민 없이 너에게 열변 다 쓰고 싶을 정도야
따스한 햇살 시원한 바람 불면
오후에는 낮잠 그러면 됐는데
따스한 햇살 시원한 바람 불면
기다렸단 듯이 널 마음에 담고 있어
저 하늘의 별들 그 사이로 떴던 달도
괜히 더 새로워져 다행이지
일개미처럼 runnin and runnin'
일에 미쳐선 나에게 머리 식힐 거리 따윈 없었고
사회적 거리를 두었어
그런 날 일깨우고 햇살이 좋다며 말해주고
맘 편히 모든 것은 paid off
잊지 못해 그때의 기억을 아침에 또 생각해도
니 생각에 잠을 오늘도 설치고 있어
내 타이밍은 좀 달라도 내 기회를 네게 줄게
어딜가도 내 맘속엔 너 뿐인데
저 하늘의 별들 그 사이로 떴던 달도
괜히 더 새로워져 다행이지
Everything is bright
태연하게 점점 표현하게 돼 점점 더
정신없이 굴어도 다행이지
매일 너에게 말하고 싶어
괜히 더 새로워져 다행이지
Everything is bright
태연하게 점점 표현하게 돼 점점 더
정신없이 굴어도 다행이지
매일 말하고 싶어
[페퍼톤스 - CHANCE!]
번쩍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나에게로 모아지는 눈빛들
터질듯한 바로 지금 이 순간 나의 chance!
예측 불가의 드라마
숨막히는 혼돈의 클라이막스
망설였던 바로 지금 이 타이밍 나의 chance!
항상 알고 싶었던 너의 마음 속 이야기
웃고 있을 뿐이니 자 이제는 내가 먼저
물어 볼 수 밖에
기분 좋게 부는 바람과 이 공기와
머리 위 따뜻한 햇살까지
모두 나의 계획대로야 완벽해
이 퍼즐의 마지막 조각은 바로 너
번쩍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나에게로 모아지는 눈빛들
터질듯한 바로 지금 이 순간 나의 chance!
예측 불가의 드라마
숨막히는 혼돈의 클라이막스
망설였던 바로 지금 이 타이밍 나의 chance!
1,2,3,4 it's time to go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
모든 것을 걸고 승부한다 나의 chance!
기승전결을 뒤엎을
격한 반전의 하이라이트
시작되는 바로 지금 이 타이밍 나의 ch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