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는 하되, 실망하지 않는 법
문득 생각에 잠겼던 지안이 다시 대본으로 시선을 옮기자 영준이 고개를 갸웃한다.
“왜요, 누나?”
“아니야, 아무것도...”
Elliott Smith의 Miss Misery 가 끝나고 지안이 멘트를 이어간다.
“네. 영화 [굿 윌 헌팅]의 OST 중 Elliott Smith의 Miss Misery 듣고 왔습니다.
굿윌헌팅을 매번 볼 때마다 ‘It's not your fault. 네 잘못이 아니야’ 라는 명대사가 참 와닿아요.
힘들거나 지칠 때마다 되뇌게 되거든요. 영준 씨도 힘들 때 위로가 된 대사나 글귀가 있어요?“
“있죠. 보기엔 세상 고민거리 없어 보이지만 저도 지칠 때 떠올리는 영화 대사가 있어요.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보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 나오는 대사인데요. 포스트잇에 적어놓고 하도 많이 봐서 이젠 외울 정도예요.
사실, 선배님도 20대 때 비슷한 고민을 하셨을 거 같은데, 미래가 너무 막연하고 언제쯤이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모르고 막막하니까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잖아요. 근데 이 대사처럼 무수한 장애물들을 하나하나 넘다 보면 벽이 나올 거고 그 벽을 허물면
어느새 내가 꿈꾸던 세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계단을 오를 때보면 1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가야지만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가 있는데 오르기 전에는 언제 다 올라가나 막막하고 벌써 힘든 거 같지만
한 계단 한 계단 서두르지 않고 올라 가다 보면 결국에는 100개가 넘는 계단을 다 오르는 순간이 오잖아요.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도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 ‘아, 이거 보려고 내가 이렇게 힘들게 올라왔구나.
포기하지 않고 올라올 가치가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될 거라고 믿어요. 그 기대 하나로 살아가는 거 같아요.“
“그쵸. 계단을 오를 때 가장 중요한 건 영준 씨 말처럼 한 계단 한 계단 서두르지 않고 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은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인데, 그 경치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럼, 힘들게 100개의 계단을 올라온 걸 후회하게 될 텐데, 기대 하나로 100개의 계단을 오르기엔 명분이 너무 부족한 것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계단 하나 오를 때마다 계단 사이를 비집고 피어오른 잡초나 이름 모를 꽃들도 보고, 계단 하나 또 오르고 좀 쉬었다가 중간 경치 좀 보고,
또 계단 하나 오르고 마주친 사람과 인사도 좀 나누고, 그렇게 쉬엄쉬엄 오르다 보면 시간은 조금 걸리더라도 결국엔 정상에 도착하잖아요.
설령, 기대했던 것보다 경치가 아름답지 않더라도 계단을 오르는 과정에서 충분히 아름다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계단을 오르기 전에 정상 위 경치에 대한 기대를 아주 조금만 하는 거죠.
저 경치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으니 계단을 오르면서 충분히 만끽하자, 즐기자.
기대한 만큼 실망하듯, 그럼 기대를 아주 조금만 했으니, 실망도 아주 조금 하겠죠.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힘든 것만 생각하고 계단을 오르는 것을 포기하는 사람은 이전에 계단을 오를 때 빨리 정상에 오르기 위해 숨 쉴 틈도 없이
다다다 올라가다 보니 너무 힘들고 숨이 너무 차서 과호흡으로 쓰러질 뻔해서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왔을 확률이 높아요.
그래서 정상 위 경치도 별로 아름답지 않을 거다, 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는 거죠.
포기하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끝까지 시도는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도조차 하지 않고, 끝까지 가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만큼 한심한 건 없더라구요.“
“역시, 선배님~! 존경합니다~”
영준은 지안을 향해 양손 엄지척을 한다.
“제가 후배님이랑 알고 지낸 지 3년인데 이렇게 속이 깊은지 몰랐네요. 후배님이 저에게 엄지척을 해주셨는데, 저야말로 엄지척!“
영준을 향해 양손 엄지척을 하는 지안의 모습에 기분이 업 된 영준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와~ 오늘 제 생일인가요? 여러분~ 저, 차지안 선배님한테 칭찬받았어요~~~”
“제가 좀 칭찬에 인색하긴 하죠~ㅋ”
지안과 영준의 추천작뿐만 아니라 청취자들이 게시판, 은하수 어플 댓글, 문자로 보낸 추천작, 영화 [와일드], 드라마 [도깨비],
에세이 [당신에게 분명 좋은 일만 생길 거예요]도 소개한 후, 마무리 멘트가 이어진다.
“네, 아쉽게도 영준씨 보내 드릴 시간입니다~ 영준씨, 가시기 전에 마무리로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아, 벌써요? 1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네요.
저번 주에 처음 나왔다가 이번 주 부터는 이렇게 눌러앉아 토요일마다 뵙게 되어서 진심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하구요.
영화, 드라마, 책 추천만 하는 게 아니라, 추천하게 된 이유나 생각들을 선배님, 그리고 밤달지기님들과 공유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네. 오늘 좋은 작품 추천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희야말로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까 앞에 공지해드렸듯이 홈페이지 게시판, 은하수로 추천작 보내주시면 멋있는 영준씨와 제 생각도 공유하고 영화 시사회 티켓도 받으실 수 있으니까요,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오늘 나와주신 윤영준씨, 수고 많으셨습니다~
영준씨 보내드리면서 성시경과 나얼의 잠시라도 우리, 세븐틴의 음악의 신, 허각의 물론, Charlie Puth의 I don't think that I like her 까지
네 곡 이어서 듣고 올게요. 잠시만요~“
지안의 멘트가 끝나자 성시경 & 나얼의 잠시라도 우리, 가 나오고 지안은 헤드폰을 벗는다.
“누나, 이따 뭐해요? 치맥 콜?”
“놉. 내일 행사 가려면 너도 치맥 먹지 말고 집에 가서 팩이나 하렴~ 띵띵 부어서 사진 찍힐래?”
“아, 그렇네요. 역시, 선배님!”
“으이구~ 어여 사라져~”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너도~”
영준이 부스를 나가고 지안은 자리에 앉아 다시 헤드폰을 쓴다.
세븐틴의 음악의 신, 허각의 물론, Charlie Puth의I don't think that I like her, 세 곡이 연달아 나오고, 노래가 끝나자 지안이 멘트를 이어간다.
“네. 세븐틴의 음악의 신, 허각의 물론, Charlie Puth의 I don't think that I like her 까지 듣고 왔습니다.
벌써 헤어질 시간이네요. 오늘 별아곰님이 추천해주신 영화 [와일드] 보고 자야겠어요.
우리 밤달지기님들도 오늘 하루 실망과 후회가 없는 시간으로 마무리 잘 하시구요.
끝 곡으로 폴킴의 모든 날, 모든 순간 그리고 이무진과 헤이즈의 눈이 오잖아 들으면서 우리는 내일도 다시 만나요~
차지안의 깊은 밤, 푸른 달은 늘 당신 곁에 있습니다.“
지안의 엔딩 멘트가 끝나자 폴킴의 모든 날 모든 순간 이 흘러나온다.
지안은 헤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스튜디오로 나온다.
“언니, 녹화 요청하신 날짜가 20일, 다음 주 토요일 맞죠?”
“네. 시상식이 있어서요~”
자기 자리에 앉아서 지안 쪽은 쳐다보지도 않던 재효가 한 마디 던진다.
“지만 바쁘지. 참 나”
재효의 한 마디에 순식간에 얼어붙은 스튜디오 안
수아와 현성은 어색하게 웃으며 상황을 넘기려 애쓴다.
“하.하.하. 피디님 기분 안 좋으신 일 있나 봐요~”
“안 좋은 게 기분만은 아닌 거 같은데~?”
지안이 가만히 있지 않고 한 마디 받아 치자 그제야 지안을 보는 재효
그의 표정엔 ‘저 ㄴ, ㅈㄴ 싫다’ 라고 쓰여 있는 듯, 한껏 구겨져 있다.
“피디님은 참~ 투명하세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 불편하게 만들지 마시고 표정 관리 좀 하세요~”
“뭐?”
“수고하셨습니다~”
“언니, 수고하셨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재효의 따가운 시선에도 신경조차 쓰지 않고 스튜디오를 나서는 지안
“가기 전에 저 인간은 내가 꼭 조지고 간다.”
“네?”
함께 지하 주차장으로 향하던 찬이 되묻자 별거 아니라는 듯 웃어 보인다.
두 사람이 주차되어 있던 스타리아에 탑승한 후, 시동을 건 차량은 방송국을 빠져나간다.
“누나, 김재효 피디랑 무슨 일 있었어요? 왜 저렇게 누나를 싫어해요? 나잇값 못하고 직원들 앞에서 티도 팍팍 내고~”
“찬아, 너 입사 몇 년 차지?”
“3년 차요~”
“아, 그럼 모를 수도 있겠구나~ 한 5년 전인가? 나 라디오 시작한 지 몇 달 안 됐을 때였는데...”
지안은 재효와 처음으로 언쟁했던 때를 떠올리며 얘기를 시작한다.
<기대란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희망의 마음이다. 목표가 확실한 사람은 노력하다 보면 꿈이 이루어진다는 기대를 품고,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사람은 내가 마음을 준 만큼 상대도 돌려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는다.
설령 이 기대가 헛된 희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내가 투자한 만큼 보장이 돌아오지 않으면 ‘이게 현실이구나’라면서 실망하는 것이 보통의 인간이다. 이때, 경계해야 할 것은 ‘그럼 그렇지, 어차피 안 되는 일이었어’, ‘역시 사람은 믿는 게 아니야’라면서 자포자기하는 태도다.
어떤 일을 기대하고 바란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이상’이다. 이상은 마치 태양과 같아서 어둠 속에서는 우리를 밝은 길로 이끌어주지만, 무모하게 다가가면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태워버린다.
그러니 보상 심리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가볍고 여유로운 마인드를 장착하여 실패했을 때의 충격을 완화하는 편이 좋다.
욕망을 철저히 억누르거나 모든 사람에게 벽을 쌓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불가능한 꿈을 꾸어도 된다. 하지만 기대가 좌절되었을 때 마음이 다 무너져버리는 사태를 방지하려면 각오와 대비가 필요하다.
기본적인 생계는 유지하면서 도전을 이어 나가자. 모든 것을 버리고 뛰어드는 사람은 용감한 것이 아니라 무모한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고, 할 수 없는 일에는 도움을 구할 줄 알아야 한다. 타인의 도움 없이는 어느 누구도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또 관계를 잘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서로 이해해야 하며, 대화를 통해 자신의 기준과 상대방의 기준을 맞추어나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아무리 지속하려 노력해도 유통기한이 정해진 관계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현실적인 마인드를 갖추되 인생 자체는 긍정적으로 살아가자.
자신과 약속했던 다짐들을 하나씩 이루다 보면 이상이 어느덧 현실로 눈 앞에 펼쳐질 테니까.>
[지코 - 실망]
다를 거 없이 하찮은 하루
유독 좋은 일만 피해 갔구나
어릴 적 그림 속 어른이 된 난
분명 기쁜 표정이었는데
한평생이 오늘까지면
발길을 돌릴 곳이 있나요
멋쩍다는 이유로 미루었던 사랑해란 말을
너에게 건네줘 right now
고개를 자꾸 떨구게 돼 요즘엔
마지막으로 하늘을 본 게 언젠지
흐릿해진 세상은 먼지투성이네
나 같은 사람들이 발버둥 쳤기 때문에
We always say 나중에 그 나중에를 위해
건너뛴 생일을 빼면 여태 난 십 대
철들수록 부쩍 상상이 두려워
미끄럼틀도 서서히 비탈길로 보여
낯선 친절은 의심 가
뻔한 위로가 더 기운 빠져
화기애애한 대화창 속 넌
정말 웃고 있을까?
거리낌 없이 아무 데나 걷기엔
피해야 될 것이 너무 낳은 곳에서
태어날 때나 늙어갈 때나
움츠린 채 사는 우리
다를 거 없이 하찮은 하루
유독 좋은 일만 피해 갔구나
분명 기쁜 표정이었는데
한평생이 오늘까지면
발길을 돌릴 곳이 있나요
멋쩍다는 이유로 미루었던 사랑해란 말을
너에게 건네줘 right now
조심해 시간은 무섭게 속력을 낼 거야
넘어지지 않게 서로 손잡이가 되어줘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실망밖에 없어
터질 듯 쌓여버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삶은 교묘한 장난을 안 멈춰
네가 공짜로 생명을 얻은 날부터
우선시되는 무언가에 늘 묻혀 있지 행복은
화려한 꽃밭 틈에서 찾는 네 잎 클로버
나쁜 마음씨를 들킬까
너 나 할 것 없이 눈치 봐
걱정 마 좀 부족해도 누군가는
인간다움을 느껴
남의 눈에 좋은 사람이기 전에
나 자신한테 먼저 화해를 청해
어렵다는 거 모두가 알아
이번이 처음 살아 보는 거잖아
다를 거 없이 하찮은 하루
유독 좋은 일만 피해 갔구나
분명 기쁜 표정이었는데
한평생이 오늘까지면
발길을 돌릴 곳이 있나요
멋쩍다는 이유로 미루었던 사랑해란 말을
너에게 건네줘 right now
We're the same
We're the same
We're the same people
Are you happy are you sad
We're the same
We're the same
We're the same people
We need love
[G-DRAGON - Black]
내 심장의 색깔은 black
시커멓게 타버려 just like that
틈만 나면 유리를 깨부수고
피가 난 손을 보고 난 왜 이럴까 왜
네 미소는 빛나는 gold
하지만 말투는 feel so cold
갈수록 날 너무 닮아가
가끔식은 karma가 뒤쫓는 것 같애 no
사랑의 본명은 분명히 증오
희망은 실망과 절망의 부모
어느새 내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너란 빛에서 생긴 걸 몰랐을까
너와 내 사이에 시간은 멈춘 지 오래
언제나 고통의 원인은 오해
하기야 나도 날 모르는데
네가 날 알아주길 바라는 것 그 자체가 오해
사람들은 다 애써 웃지
진실을 숨긴 채 그저 행복한 것처럼
사랑이란 말속 가려진
거짓을 숨긴 채, 마치 영원할 것처럼
우울한 내 세상의 색깔은 black
처음과 끝은 변해 흑과 백
사람이란 간사해 가끔 헛된 망상에 들어
정말 난 왜 이럴까 왜
그 입술은 새빨간 red
거짓말처럼 새빨갛게
갈수록 둘만의 언어가
서로 가진 color가 안 맞는 것 같애
사랑의 본명은 분명히 증오
희망은 실망과 절망의 부모
어느새 내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너란 빛에서 생긴 걸 몰랐을까
너를 만나고 남는 건 끝없는 고뇌
날마다 시련과 시험의 연속 고개
이젠 이별을 노래해 네게 고해
이건 내 마지막 고해
사람들은 다 애써 웃지
진실을 숨긴 채 그저 행복한 것처럼
사랑이란 말속 가려진
거짓을 숨긴 채, 마치 영원할 것처럼
Someday 슬픔의 끝에
나 길들여진 채 끝내 후회할지도 몰라
돌아갈 게 내가 왔던 그 길로
너와 내가 뜨거웠던 그 여름은 It's been too long
돌아갈 게 내가 왔던 그 길로
너와 내가 뜨거웠던 그 여름은 It's been too long
Fade away, Fade away
Fade away, Fade away
Fade away, Fade away
Fade away, Fade a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