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 보증인
25년 4월 28일 월: 맑음
경주 여행을 가기 전에 다툰 것에 대하여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거라 믿었다. 늘 그랬듯이. 하지막 2박 3일이 지나도 그대로였다.
야간 직원, 주간 직원, 청소팀까지 자잘한 잘못을 하였을 때 모든 화살은 내게로 향한다. “그거 말했어?”
“말해야지. 말해도 모른다니까. 당신이 늘 그런 식이라서 직원들이 그러는 거야.”
직원들의 기분을 풀어주려 웃음 짓고 되지도 않는 농담을 던지는 것도 내 몫이다. 그렇다 보니 직원들의 태도도 남자 사장이 있을 때와 여자 사장이 있을 때가 천지차이다. 말은 좋다. 공동대표. 픕, 그러나 그것은 허울뿐. 말이 공동대표지. 난 단지 그 건물에 대한 근저당 설정 제1 보증인에 불과하다. 권리도 없는 의무.
여정을 풀기도 전에 부랴부랴 향한 곳은 가게였다. 팝콘을 튀기고, 객실 최종 점검을 하고 수건을 개우고, 팩정리를 했다. 오늘은 월요일 야간 직원이 쉬는 날이다. 게다가 청소팀도 휴일이라 일용직 아주머니들이 출근하셨다.
“이쁘게 하고 계시네.”
마음에도 없는 아주머니의 인사에 웃음으로 화답을 한다.
주간 직원은 아직 미숙한 면이 많다.
“전달 사항 없니? 전화 예약은?”
인수인계 사항을 묻자 대답한다.
“전화가 온 것도 같은데 기억이... 뭔가 하나 흡연실이 예약 같은데요. 제가 아까 무얼 하고 있어서... 안 적었나 봐요.”
그래 일하는 시간이니까 무얼 하고 있었겠지. 그런데 예약 전화를 미룰 만큼 중대한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전화번호 몰라?” 하고 물으니 모른다고 하는 그녀다.
“예약 전화가 오전에 왔어? 오후에 왔어? 오후? 그럼 오후 전화받은 거 적어놔. 세 개 중 하나겠지.”
그 와중에 시간은 직원의 퇴근시간 오후 5시 20분을 넘기고 23분을 향한다. 그때 울리는 전화벨 소리. 남편이다. CCTV로 현황을 지켜보고 전화한 것이다.
“애기 퇴근시간 넘었는데 안보내면 어떡하냐?”
상황도 모르면서 무작정 나에게 뭐라고 하는 남편이 야속하다.
수첩에 메모를 한다.
<예약 전화받는 법>
성함/ 전화번호/ 예약날짜(당일예약은 수첩에 기재, 미리예약은 칠판에 기재)/ 인원/ 객실타입/ 흡연여부/ 인원/ 입실 시간
저녁 6시가 넘고 주간 업무 마무리가 될 즈음에 남편이 출근을 한다. 전달사항을 이야기한 후 집으로 귀가했다.
이런 분위기가 싫다. 남편과 함께 일하며 크고 작은 일들로 다툰다. 난 웃으면서 일하고 싶은데. 하하 호호 일하고 싶다구!
우리 부부가 어쩌다 이렇게 된걸까?
미운 마음이 튕겨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