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인간

다른시선으로

by 서호




1탄. 모텔 주인의 시선_파리들이 앉는 자리



배달 라이더 분들이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안다. 비 오는 날에도, 35도 넘는 무더위 속에서도,

식은땀이 헬멧 안에서 흐를 때까지 단 몇 분을 줄이기 위해 목숨 걸고 달린다.

그 고단함을 알기에 늘 정중히 인사한다. “고생 많으시죠?”


어느 날이었다.

CCTV 속에 이상한 움직임이 잡혔다.

한 남자가 2층에서 어물쩡거리고 있었다.

되돌려보니, 그는 206호에 음식을 배달하고 나서, 201호로 슬며시 들어가는 게 아닌가.

불길한 마음에 쫓아 올라갔다.


그는 마침 지퍼를 올리며 문을 나서고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급했다고 했다. 너무 급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그래, 급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모텔은 공중화장실이 아니다.

침구와 화장실은 한 번만 사용해도 다시는 재판매가 안 된다. 청소를 하고, 방을 말리고, 냄새를 빼내는 데 몇 시간이 걸린다.

그날 그는 서서 소변을 보고, 뚜껑도 닫지 않았다.

냄새는 코를 찔렀고, 나는 몇 번이고 물을 내리고, 변기 뚜껑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화가 났고, 동시에 무너졌다. 이 공간을 성심껏 준비해도 누군가에게는 그저 “잠깐이면 되잖아요”라는 장소가 될 뿐이라는 걸.


어떤 날은 여자 손님이 (아니 손님도 아니지) 말끔히 청소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는 물도 안 내린 채 나간다.

화장실 바닥이 젖으면 곰팡이가 생기기 때문에 물을 닦고 말리고 환기해 두는데, 그 틈을 파고들어 파리 같은 사람들이 자리를 만든다.


공간을 지킨다는 건 누가 쓰고 간 자리를 치우는 일이 아니라 누가 앉아도 괜찮을 만큼의 예의를 확보하는 일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예의를 악용하고 침묵을 기회로 삼는다.


그리고 그런 날이면 “너무 예민한 거 아냐?”, “그 정도는 이해해야지”라는 말이 칼끝처럼 날아든다.


때론 후기에 안 좋은 말까지 올라온다. ‘변기 청소가 되지 않았다.’ , ‘물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등등.


하지만 나는 여전히 방의 공기를 세척한다. 누군가에게 이 모텔이 단지 하루짜리 잠자리일지라도 그들이 쉴 수 있는 둥지를 만드는 것이 임무이므로.





2탄. 라이더의 시선_잠깐이면 돼요



헬멧 안은 이미 땀으로 젖어 있었다. 땀이 눈썹을 타고 흘렀다. 7월의 습도는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어제보다 배달 요청이 많았고, 오늘은 콜이 끊기질 않았다. 뱃속은 아침부터 텅 비었는데

물은 너무 많이 마셨다. 날이 더우면 갈증도 허기처럼 찾아온다.


오전 아홉 시 반부터 뛰었고 다. 점심도 못 먹은 채 오후 세 시. 여전히 배달 어플은 쉬지 않고 울린다. 거절하면 평점이 깎이고, 평점이 깎이면 콜이 끊긴다. 단순한 논리다.




그는 206호로 짜장면 두 그릇을 들고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는 고장이었고, 여덟 층짜리 모텔의 계단은 숨을 끊었다.


문 앞에서 배달 앱 사진을 찍는데, 급작스럽게 벼락처럼 방광이 비명을 질렀다. 온몸에 한기가 돌았다.

“아, 진짜 미치겠다…”




기다려줄 사람은 없다. 콜은 또 들어오고, 지금 내려가면 또 20분이 날아간다. 돈도, 평점도, 시간도. 도망치듯 복도로 나왔다. 다행이다! 201호는 문이 닫히지 않았다. 청소를 막 마친 방처럼 보였다. 반쯤 열린 창문으로 햇살 한줄기가 이리 오라 손짓했다.


“진짜… 딱 30초만…”


그는 숨을 들이켰다.


뭐 어때.

물 내리고 뚜껑 닫으면 아무도 모른다. 모텔은 원래 이런 일 많지 않나. 그러니까, 괜찮을 거야. 잠깐이면 돼.




그는 지퍼를 내렸다. 그리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인생에서 가장 달콤한 12초. 숨을 고르자, 정신이 돌아왔다. 그런데 방금 자신이 저지른 행동이 남의 집 화장실에 들어가 몰래 볼일을 본 그것이 뭐시당가? 갑자기 양심이란 녀석이 툭 튀어나와 그의 얼굴을 때렸다.


그는 허겁지겁 지퍼를 올렸다. 물도 내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손도 못 씻었다. 심장이 경주마처럼 뛰었다.




그리고 마주쳤다. 복도 끝에서 빠르게 걸어오는 여자. 단정한 머리, 묶여 있는 앞치마를 보니 주인으로 보인다.

당황한 눈빛, 범인 쫓듯 조여 오는 거리.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죄송합니다. 진짜… 너무 급해서요.”


그 순간만 넘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이 이렇게 오래 남을 줄은 몰랐다.




밖으로 나오니 더운 공기가 목을 조여왔다. 그는 바이크 시동을 걸며 생각했다.


“나 진짜, 파리 같은 새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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