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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를 걷어 올려요.

두 달 지나 쓰는 새해일기

by 한송이 Feb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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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서쪽에 들러 새해 일출과 일몰을 구경했다. 매일 뜨고 지는 해를 특별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날마다 이렇게 아름다웠을 텐데 싶었다.


지난해에는 호르몬 때문인지 엄마가 돼서 그런지 슬픔의 감정을 마주해야 했던 날이 많았다. 이전의 눈물은 대부분 분노에서 비롯된 것들이었는데 슬픔이 흘려주는 눈물을 알게 된 거다.


낯설고 다루기 어려운 감정을 대하는 지혜가 필요한 해였고, 앞으로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요동치는 감정을 끌어안은 채 서쪽 바다가 보여주는 섬세하고도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바다 물결 위에 일렁이는 주황빛 윤슬이 따뜻해 보였다.


요즘 바다는 음악이 들리면 박수도 치고 누워서 발을 동동 구르며 논다. 그러다 기대고 싶을 땐 내 품에 기대기도 한다. 그런 이유와 상관없이 아기를 보고 있는 내 얼굴이 밝다. 노을빛에 가려진 그림자에서도 보일만큼 그렇다.


고요하고 잔잔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추위를 막기 위해 하루종일 내려 두던 블라인드가 눈에 띄었다.


'언제 걷어 올렸더라?'


매일 뜨고 지는 해를 보며 일상을 꾸리고 싶어졌다. 바다 풍경에서 만큼 멋지지 않더라도. 영하의 날씨라도. 잠깐이라도.


햇볕이 주는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때때로 찾아오는 어두움을 이겨낼 힘이 되지 않을까.


나도 아기도 그런 힘이 있는 사람으로 자라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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