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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민석 Sep 15. 2023

한 목사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최전선의 그가 사라진 것은 다양성의 부재를 의미한다.


 그의 생각이 나와 아주 같지는 않았다. 


 그가 말하는 내용에 고개를 끄덕일 때도, 가로저을 때도 많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는 다양한 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지구에서 자신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였다. 고통 받는 이들의 벗이었고, 스승이었다.


 모두가 돌을 던지고 침을 뱉을 때, 그는 기꺼이 그 폭력을 함께 맞아주었고, 연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럼에도 그는 전진했고, 가장 앞서 그들의 십자가를 짊어지었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혐오와 차별의 화살은 날로 강해졌다. 어떤 이들은 그를 포함한 그와 연대한 모든 이들의 손과 발을 묶으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거대한 역사의 홍수 앞에서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그들을 억압하는 것이 선인가, 그들을 짓누르는 것이 악인가.


 옳고 그름의 문제 속에서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그저 나의 믿음과 너의 믿음이 그러할 뿐이다.


 그러나 개인적이지만, 나의 분명한 믿음은 사랑이 혐오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차별 없고 경계 없는 사랑. 이 말의 당위성에 대해 가타부타 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 흐름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이를 끌어내린다는 것은 다양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사회의 비주류인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는 그에게 마음의 부채감이 있다. 그 마음이 커지는, 그의 발인을 하루 앞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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