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절망이 끼어들어 흙탕물을 일으키고 슬픔이 밀려들어 온 몸을 적셔도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나야 한다. 믿는 만큼 아니 우매한 뇌를 일깨워 다시 재정비해야 한다. 막연함에 기대고 자신을 내던지는 대신 적극적으로 내면을 들여다 보고 자신을 인생의 마지막선까지 이끌어 가야한다. 희미해진 기억을 보강하고 느슨해진 근육을 단련하며 작은 호흡을 모아 큰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탄생과 죽음이 번갈아 나타나도 견디기 힘든것이 인생일지도 모른다. 그런 인생에 결승선을 향한 비틀거리는 마지막 주자들만이 가득하다. 새 생명은 태어나기를 주저하는 듯 세상은 그렇게 늙어간다. 전쟁의 포화를 이겨낸 사람들의 절규가 공중에 흩어지고 가파른 수직의 계단을 오르던 사람들의 숨가쁨이 환호가 되던 시간도 잠시다. 모두가 제 자리에서 멈춘 채로 하늘을 원망한다.
젊은 영혼들이 검은색으로 포장 되고 생의 찬미를 마다한다. 냉소적인 웃음속에 쓴물이 넘어오고 반목하는 사이 하루는 노회한 인간의 모습으로 저물어 간다. 마음이 아프고 슬픈 일이다.
젊음은 부러워해도 오지 않을 시간이며 나이듦은 너그러워져도 충분히 아름다운 시간이다.자신을 지키려는 마음일까 그도 아니면 그저 본디의 모습일까...부정한 파동이 공중을 가로지르며 모두의 마음을 훑는다.
자신이 보고있는것과 그것이 가르키는 방향과 가야할 곳의 연결을 알아차리면 좋으련만 불행히도 그런 행운은 일어나지 않는다. 무엇을 보는지, 그 다음엔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지, 내가 할 일은 무엇인지 사이의 인지부조화가 불편과 짜증을 불러온다. 마음과 얼굴에 주름을 새긴다.
노인의 얼굴에 웃음을 짓게하는 일은 어린아이를 웃게 하는 일보다 어렵고 주름진 마음을 펴는 일은 비틀거리며 일어선 아이를 뛰게 하는 일보다 어렵다. 세월이 만들어 낸 주름에 얼굴을 파뭍고 살아있음에 환희를 간과한다.
손을 내민다. 보는것을 보이게 만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마음에 심어주며 작은 싹이 움터 희망이 싹트기를 바라본다. 사지를 움직일수 있는 하루가, 내발로 걷는 자유가,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를수 있는 행복을 모두 알아차리지 못한다. 손에 꼽을 수 있는, 헤아릴 수 있는 행복을 세는 일에 서투르다. 이 보다 더 행복한 하루는 없다.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고 사놓은 상자에 기쁨을 담는다. 기다리는 마음으로 행복해지는 하루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행복하고 선물을 건낼 사람이 있어 행복한 하루다.
하루를 채우고 하루를 센다. 가득찬 충만을 마주하고 부족한 헐거움을 느낀다.홀가분한 육신을 감사하고 영혼의 자정작용을 믿는다. 새로 돋아 난 잎을 바라보고 가볍게 부는 바람을 느낀다. 찬란했던 어제의 햇살을 그리워하고 구름에 가려진 오늘의 차분함을 만끽한다.
소리없이 내리는 빗소리에 마음을 싣고 쌀쌀해질 날씨에 가볍고 보드라운 스웨터를 꺼낸다. 스웨터와 어울리는 스카프를 꺼낸다.감싸고 도는 그 보드라움이 행복한 하루다. 그렇게 가득한 하루가 간다.
https://youtu.be/7m0KseL7ab0?si=WNZPeckHEoheaZH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