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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이야기/'그렇긴 해'

댓글과 답글 사이

by 하루하늘HaruHaneul

아이들의 말과 어른들의 말이 차이가 있다는 걸 종종 느낀다. 말은 생각이고 또래의 문화니까. 요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오고 가다 듣는 말 중에 '그렇긴 해'가 자주 들린다. 그렇긴 해. 공감이 섞인 말.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그런데 어쩐지 공감 쪽이 조금 더 많이 느껴지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말. 그렇긴 해....


더위에 잔뜩 흘린 땀 덕분에 길 가다 물을 자주 사게 된다. 시원한 물 한 병을 손에 들고 듣게 된 말 '그렇긴 해'. 무엇이 그랬는지는 듣지 못했다. 외국어처럼 듣고 싶은 부분만 들리는'그렇긴 해'. 발랄한 청춘이 남긴 말이 귀에 맴돈다. 그렇기도 한 일들에 대해 생각이 들며... 대개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전제가 바닥에 깔릴 때 쓰면 되려나. 입에 붙지 않는 그 말을 되뇌며 가던 길을 간다.


나이가 들며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는 일이 '말'에 대한 생각이다. 온라인에 글을 쓰고 있으니 글에 대한 생각도 더불어 많아진다. 눈이 나빠 휴대폰으로는 문자 주고받기도 힘든데 종종 반가운 마음에 덥석 댓글을 쓰는 날엔 후회가 밀려올 때가 있다. 가능한 한 글을 제대로 읽고 상황 파악이 될 만큼 차분한 상황이 아니면 휴대폰으로 무슨 일을 하지는 않는다. 사실은 할 수도 없다. 글씨가 보이지도 않고 휴대폰도 무겁고...(문자가 오면 전화를 거는 사람이다)


블로그와 브런치를 하며 컴퓨터를 마주했고 익숙하지 않은 일이니 일주일에 한 번이 최선인 채로 오랜 시간이 지났다. 건강문제로 하던 일을 그만둔 후에 온전히 나와 보내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읽는 사람도 다녀간 사람도 많지 않은.... 자주 들어오지 않으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온라인의 생태를 모르니 불편함 없이 지냈다.


뉴스기사의 댓글들과 달리 다정하고 따뜻한 글 일색이던 곳. 종종 다녀가는 몇 분들과 교류를 하고 소수라 가능한 인사를 나눴다. 블로그 초기에 망설이다 남긴 첫 번째 댓글에 답글이 인상적이었다.'이곳에서 만나기 힘든 진심이라 감사합니다'였다. 덕분에 댓글을 남길 용기가 생겼고 망설임을 부여잡고 가끔 댓글을 남긴다. 지금 보니 시작이 좋았다. 전화통화나 만남이 익숙한 세대이니 모르는 누군가에게 글로 말을 거는 일은 영 어색하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문자나 톡이 익숙한 세대다. 아직도 자연스럽게 안부를 물어오는 그 젊은 청년이 나의 온라인 생활의 마중물이 되어주었다. 온라인생활을 처음 배운 것이다.


그런 이상적인 일들만 일어나는 곳이 아니란 걸 최근에 처음 겪었다. 말로 했으면 오해가 없었을까? 오해가 맞을까?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되뇌게 된다. 남겨놓은 마음이 오해로 닿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다. 어리둥절한 나에게 연이은 사과를 남겼으니 오해라 짐작해 본다. 어렵다. 결국 글도 말이고 말도 글이 되는 중이니 말에 대한 경계가 이제는 글까지 번지려나...


얼굴도 모르는 낯선 이들의 글을 읽고 응원하게 되는 곳, 같이 웃고 따로 울며 공감하며 위로받는 곳,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글로 배우는 곳, 자식을 이해하려 또래가 쓴 글을 찾아 읽는 곳,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는 곳, 고통 중에도 글을 쓰며 생존을 알리는 곳, 가보지 못하는 곳들을 간접적으로 여행하며 다녀오는 곳, 연배가 높은 이들의 흔적을 따라 용기를 내보는 곳, 눈물이 고이는 글에 웃음을 주는 위트와 재기 발랄함을 맛보는 곳... 보물창고 같은 곳이고 나이 듦을 잊게 하는 세상과의 연결끈이다.


처음 맞이하는 당황의 순간. 그렇구나, 누군가가 말하던 일들 그리고 당부까지 하던 일들,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럴 수도 있구나를 염두에 두게 했던 일이 일어났고 조금 혼란스러웠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지만 또 그렇다고 예전과 같아질 수도 없다. 그런 곳이다. 아주 조심스럽고 부서질 듯 한 '취급주의'의 공간. 그동안 댓글과 답글 사이좋은 일들만 일어났었다면 그 시간이 행운이었던 게다. 그렇긴 해....























https://youtu.be/Ayeij0A9O4Y?si=Ha9YvWdyO2ZXKfl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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