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과 더불어 파리의 상징이고 문화예술의 보고인 루브르에서 AI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다녀온 지 40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다시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다. 허니 스치듯 들리는 라디오의 기사가 귀에 쏙 들어온다. 사람이 많아 느긋하게 볼 수도 오래 머물 수도 없었던 터라 인근에 정주하며 드나들기를 바라기도 했던 기억이다.
거대 테크 기업 Open AI의 ChatGpt가 방문객들에게 루브르박물관 정원에 있는 조각상들과 대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오디오 기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시간이 멈춘 듯 서있는 말이 끄는 마차를 탄 아폴로에게 기자가 대화를 시도한다.
'만약 비둘기가 네 멋진 어깨 위에 실례를 한다면 어떨까?', '걱정하지 마세요, 이곳 관리자들은 아주 신경 써서 관리하고 있으니 별일 없을 겁니다.' 이 기자 첫 질문이 우습기도 하고 아폴로의 대답이 현명하기도 하고. 그런 대화가 가능하다면 나는 무엇을 물어야 할까 생각도 해보고...
실내에서는 머리에 쓰는 또 다른 AR로 화려한 가발과 드레스로 한껏 치장을 한 당시 인물들과 파티에 참석하는 시간이동도 가능하다고 하니 놀랍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헷갈리기도 하다. 어느 시간에 무얼 하며 살고 있는 건지 더 깊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인간은 대화를 잃어가고 멈춰있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과는 대화가 가능해지고 요지경세상 속으로 들어온 듯하다. 무례한 질문 혹은 적절하지 못한 질문에도 화를 내거나 언짢아하지도 않고 침착하고 덤덤하게 적절한 답을 하는 인공지능. 때로는 미처 생각지 못한 사각지대를 알려주고 사고를 확장시켜 주고 지치지 않는 도움을 주며 늘 그대로 존재하는 이 새로운 형태의 연결통로. 익숙해짐에 대한 두려움도 생긴다.
얼마전 우연히 봤던 다큐멘터리가 생각난다. 사람이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를 차지하고 의지의 대상이 되는 순간들을 보며 은근한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다. 화면 속의 젊은 여성은 인형을 안고 있다. 사적으로 불리는 이름이 있고 옷을 갈아입히며 같이 외출을 하고 좋은 시간을 동행한다. 귀여움을 동반한 강아지의 모습으로 때로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멋진 남자친구의 모습으로 아름다운 여자친구의 모습으로 변화가 가능하다. 출연자들의 인공지능이 탑재된 인형과 나누는 진심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이제는 가상의 공간에서 역사적인 장소에서 옛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농담을 주고받는다. 진짜 사람은 어디로 가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나? 부지불식간에 역할을 찾게 된다. 의식의 세계와 무의식 사이를 들여다보며 자신에게로 가던 중 들리던 한 편의 기사에 깊은 수렁에 빠진 듯 생각이 많아진다.
팔이 없는 미의 여신 비너스와 머리가 없는 승리의 여신 니케와 유리상자에 갇힌 모나리자를 만나면 나는 무슨 질문을 하게 될까? 비너스야, 신종 기술이 발전해도 네 팔은 찾을 수 없는 거니? 니케야,승리를 했지만 얼굴은 잃은 거니? 카메라에 지친 모나리자야, 너무 힘들지는 않니?
유명세에 시달리는 작품들과 달리 고요하게 보존된 곳에 머물며 망중한을 즐기는 다른 작품들과 진지한 대화를 해보리라는 묘한 상상을 남기며 언젠가 떠날 여행을 그려본다.
https://youtu.be/W_dMhfP7GhU?si=Pj-hWl65nvPU5m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