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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이야기/통과하는 중입니다

매일은 나에게로 가는 길

by 하루하늘HaruHaneul

서울에서 지방으로 연결되었다는 스마트 고속도로가 개통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구경을 다녀왔다. 바람을 쐬러 가는 길이 수월해졌다며 들어선 그곳은 여러 개의 터널이 이어졌다 끊어짐을 반복하며 중부지방으로 연결이 되어있었다.


가끔씩 보이는 하늘과 다시 시작되는 터널과 그 반복이 이루어진 후에 비로소 편안한 강가에 있는 카페에 다다랐다. 불과 30여 분 만에 몇 개의 산을 뚫고 지나온 듯하다. 단축된 시간만큼 낯선 풍경이 주는 공간이동이 신기하다.


지나 온 길에 들른 휴게소는 미래에서 와 내려앉은 우주선 같고 들어가는 입구 광장에는 하늘을 날아다닐 교통수단인 드론택시(UAM)가 진열되어 있었다. 언젠가 런던 하늘을 날아다닌다던 그 택시가 생각났다. 얼마나 빠른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건지 현기증이 날지경이다. 이제 겨우 사람이 아닌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고 결제를 하는 일이 익숙해지는 중인데 또 다른 신기술이 삶에 다가온다. 그리고 조용히 파고든다.


전자식 요금소를 벗어나 굽이굽이 호수를 따라 도니 다시 과거로 접속 중이다. 조금 전 느꼈던 사람을 대신하던 로봇과의 만남이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빈호수에 남아있는 빈 배와 가끔씩 지나는 차들과 소리 없는 하늘과 하늘거리는 나무들이 익숙했던 시간들로 데려다준다.


호수의 끝에는 계절과 시간이 멈춘듯한 카페가 있다. 주변의 경관에 묻힌 모양에 어느 건축가의 말이 생각났다. 환경과 어울리지 못하는 건축은 너무 폭력적이라고....문을 열고 들어선 공간에 커다란 벽난로가 지붕을 뚫고 중심을 차지하고 창가를 따라 놓인 테이블마다 시집 한 권과 수필집 한 권이 놓여있다. 첫 번째 인생을 정리하고 두 번째 인생을 살러 온 주인과 커다란 반려견이 사람이 좋아 어쩔 줄을 모른다. 문을 열자 온 첫 번째 손님이 누리는 환대다. 커다란 등치의 그 녀석은 두 살이 갓 넘은 천방지축이라 이내 실내에서 쫓겨나 커다란 통창밖에서 눈을 맞추고 어슬렁거린다.


눈부신 하늘과 곧게 선 미루나무 그 끝을 오가는 까마귀가 있다. 날아오르다 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치고 지면에 닿을 듯 아슬아슬한 순간 나의 비명이 나오기 전에 허공을 향해 비상한다. 노련하다. 경이롭다. 자연에 넋을 놓는 이유가 되려나...


창 밖을 쳐다보다 커피가 식어 버렸다. 나에게 커피는 무조건 따뜻해야 하는 음료인데 그 사이 차게 식어버렸다. 할 수 없다. 버터가 녹아든 스콘을 부셔 입으로 넣고 미지근한 커피를 마신다.


삶이라는 반복되는 긴 터널을 통과해 두 번째 인생을 상상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과는 다른 패턴의 삶이 시작될 것이다. 아직 모르는 미지의 세계다. 자신의 앞날을 모르는 것이 어디 한 두 번이던가. 계획을 해도 그것이 수월치 않음을 아는 나이니 이제는 그 변수에 너그러워진다.


무엇이 다가올 것인가. 상관없다. 가끔 나타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고 다시 긴 터널을 지나도 멈추지 않으면 결국 목적지에는 도착하게 되어있다. 가고 있다. 가는 중이다. 삶의 터널을 반복해서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길게 앞으로 가는 중이다. 서두를 필요도 없이 그냥 움직이는 중이다. 살아있다는 건 움직임을 동반해야 제일이고 자력으로 나아간다면 최상의 컨디션이다.


앞으로 가는 중이다. 어떤 준비도 예상도 의미는 없지만 나아가고 있다. 오늘 무사히 움직이는 중이라면 성공이다. 살아내느라 움직이는 중이다. 미지의 나에게로 천천히 다가서는 중이다. 오늘의 나를 다독이며 긴긴 여행을 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그 길 끝에서 만나게 되는 나와 아름다운 시간을 나누려 오늘을 움직이는 중이다.






https://youtu.be/wNcz5AagtaU?si=KdZZdCeGA9tvbO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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