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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by 하루하늘HaruHaneul

주어진 삶이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몰라 헤매게 될 때 책을 펼치게 된다. 무수히 엉키는 삶을 조금씩 풀어보려 다시 들었던 책. 그땐 그랬고 지금은 또 다른 부분이 가슴을 파고든다. 남아있는 내 앞의 삶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사랑은 이런 눈길과 마음이어야 한다고 알려주는 사람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 아픔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과거의 공포와 살아내야 하는 지난한 현재를 지나 느리게 가는 시간 속에서 온전히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 그 속에서 눈물과 웃음과 온기로 고통을 달래고 조용히 보듬는 마음과 따뜻한 공감의 깊이를 배우게 되는 이야기.


아이가 삶의 틈에서 희망을 찾아 어른이 되고, 어른은 죽음 한가운데 순간을 살아내고 세상을 선택하지 못한 채 태어난 아이에게 받아들여야 하는 생을 알려준다.


익명의 삶을 원했지만 현실은 너무도 유명한 작가. 포스코 시니발, 샤탄 보가트를 지나 에밀 아자르에 이르기까지 이름을 바꾸며 지속적으로 작품을 발표하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인간의 허위성에 대한 혐오를 느꼈던 작가 로맹 가리.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폴란드를 거쳐 열세 살에 프랑스에 정착한 그가 느꼈던 소속감에 대한 갈등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그의 생애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였으며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파리의 빈민가, 벨 빌이 배경인 이 소설에 나오는 다국적 등장인물들을 통해 자신을 투영하고 타국에서 이민자로 견뎌왔던 어머니의 고된 시간에 대한 애도였을까….


성공한 자식을 키운 어머니와 그녀의 아들이었지만 뿌리내리지 못한 삶은 힘겨웠고 모두가 바라보는 시선 안에서 자신의 방어기제와 가면을 썼노라 작가는 고백한다. 쓰고 포기하기를 반복하며 평생에 걸쳐 그가 쓴 자신의 유고작이며 일생의 고백 '가면의 생'에서 로자 아주머니는 어머니였다고 말한다.


어머니를 향한 사랑을 녹여낸 '자기 앞의 생'. 아들에 대한 어미의 마음과 아들이 바라보는 엄마에 대한 연민. 러시아 억양을 가진 유태인 어머니가 전쟁의 포화 속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타국인 프랑스에서 자신을 키웠던 기억들을 아이의 눈으로 들여다보며 복기한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중략...) 하밀 할아버지는 위대한 분이었다. 다만, 주변 상황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뿐.



기억이 남아있는 어린 시절의 시간, 세 살부터 열세 살에 이르기까지의 모모는 철이 난 어른 같기도 하고 철없는 또래의 장난꾸러기 어린아이 같기도 하다. 엄마에게 떼를 쓰듯 자신을 키워준 로자아주머니에게 다가서는 투정과 사랑을 구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아들이 엄마에게 관심을 원하는 모습이다. 작가가 그려낸, 사랑으로 견디는 삶의 순간들과 맞이해야만 하는 죽음의 시간들은 섬세하고도 슬프다. 자신이 그토록 이야기 속에서 살아 버티는 것이 삶이라 해놓고 스스로 생을 달리 한 작가의 마지막 모습이 안타깝다.


모욕이 일상인 창녀가 자신을 키워준 로자아주머니의 과거다. 나이가 들어 살이 쪄 몸을 움직이기도 힘든 아주머니가 다른 젊은 창녀들이 맡겨놓은 아이들을 맡아서 키우며 보호자가 되어 주며 안식처의 역할을 한다. 돌봐주지 않으면 고아가 될 아이들과 아이를 몰래 맡겨놓고 돈을 벌어 양육하는 엄마들과 그녀들을 이해하는 로자 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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