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딸은 외동아이다.
5살부터 동생을 빌려오면 안 되냐로 간절한 동생앓이가 시작되었다.
놀이터에 나가면 늘 주변을 탐색하며 함께 놀 친구를 바쁜 눈으로 찾아 헤매고는
비슷한 또래가 보이면 성큼 다가간다. "나랑 같이 놀래?"
비슷한 또래가 없으면 언니, 동생도 마다하지 않는 아이는 그렇게 놀이터에서 스스로 인싸가 되었다.
그런 아이는 놀이터에 형제, 자매가 함께 나오는 모습을 꽤나 부러워했고 그런 날이면 유독 동생앓이가 이어졌다.
동네 아이들과 신나게 함께 놀고 헤어질 때면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우리 집에 가면 아이는 나 하나 뿐이자나"
그런 외동아이에게는 태어나기 전,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함께한 1살 많은 오빠가 있다.
바로 나의 오랜 벗인 친한 언니의 아들이다.
부부가 모두 친했기에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여행도 함께 가고 같이 어울리는 시간이 많았다.
그렇게 외동아이에게는 태어나면서 오빠가 생겼다. 맞춘 듯이 생일도 같은 7월, 정확하게 12개월 차이의 연년생 남매이다.
오빠는 아이가 태어나 누워있을 때부터 함께했다.
하루가 다르게 폭풍 성장을 하는 영유아에 12개월 차이의 위엄은 대단하다. 1년 먼저 태어난 오빠는 누워서 꼬물거리는 동생을 무척이나 예뻐했고 젖병을 직접 물려주기도 했다. 동생은 그런 오빠를 잘 따르며 둘은 영락없는 연년생 남매이자 베프가 되었다.
연년생 남매는 그렇게 '공동 육아'의 이름으로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고
둘 다 외동아이였지만 서로에게 든든한 오빠와 동생이 되어 줄 수 있었다.
아이가 3살 되던 해, 오빠에 이어 동생이 생기는 경사가 생겼다.
그것도 한 번에 두 명의 동생이 생긴, 쌍둥이 탄생의 겹경사였다.
나의 벗인 언니는 한순간에 외동맘에서 다둥이맘이 되어 분주한 육아가 시작되었지만
나의 아이에게는 든든한 오빠에 이어 귀여운 여동생, 남동생까지 생기면서
그렇게 외동아이는 사 남매의 둘째가 되었다. 푸훗~
아이가 8살이 되어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같은 학교에는 2학년이 된 연년생 오빠가 있다.
놀이터에서 동네 엄마들을 만날 때면 아이의 주변을 살피며 종종 듣게 되는 말이 있었다.
"오빠가 있다고 들었는데 어디 갔나 봐요?"
"쌍둥이 동생도 있다면서요?"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는 친구들이 우리 오빠, 우리 동생 얘기를 할 때
당당하게 나에게도 오빠가 있고, 쌍둥이 동생들도 있다고 얘기했다.
수업시간에 가족소개를 하는 시간에도 오빠가 있는데 다른 아파트에 산다는 애매한 소개로
오해를 쌓을 수 있는 사연 있는 가족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동네에서 외동아이는 한동안을 사 남매의 둘째로 알려졌다 ㅎㅎ
어느 날은 기분 좋은 목소리로 우쭐거리는 표정과 함께 말했다.
"엄마~ 오빠가 잘생겼어? 난 잘 모르겠는데 친구들이 너네 오빠 잘생겼다고 이런 말을 하더라고"
아이는 시크한 듯 얘기했지만 느껴졌다.
'너네' 오빠가 잘 생겼다고 들었을 때의 그 뿌듯함, 그리고 나 역시 오빠의 잘생김을 알고 있다는 것을~
어느덧 사 남매의 큰 형님인 오빠는 12살이 되었고, 둘째 포지션을 맡은 아이는 11살, 쌍둥이 동생들은 9살이 되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그야말로 함께 커온 삼 남매가 있어 나의 딸은 외동아이지만, 남매간 우애를 알아갈 수 있었고 형제간 서열 속 포지션을 스스로 찾아나갈 수 있었다.
집에서는 철저하게 외동 포지션을 유지하며 외동 티를 팍팍 내는 아이가 삼 남매를 만남과 동시에 둘째 포지션으로 정확하게 자리 잡는 모습은 웃음이 나온다. 그 덕분에 외동아이지만 어디서도 "외동아이 같지 않은데요?"라는 소리를 종종 듣곤 한다.
동생들에게 양보하는 큰 오빠를 보며 아이가 몸과 마음으로 익혔을 배려는 혼자 크는 집에서는 배워나갈 수 없는 값진 가르침이 되고,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아이가 느껴봤을 언니, 누나의 역할은 건강한 아이의 성장을 돕는다.
4인 4색이 이처럼 다양할 수 있을까 싶게 너무나도 다른 색을 가지고 저마다의 색으로 커가고 있는 사 남매를 보며 그 안에서 오빠, 언니, 동생의 포지션 속에서 각자 고군분투하며 성장하는 사 남매를 응원한다.
오늘도 사이좋게 놀다가, 싸우기를 반복하며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내 화해하고 깔깔 웃는 우당탕탕 사 남매가 있어 아이들 뿐만 아니라 '공동 육아'의 이름으로 함께하는 엄마, 아빠도 즐겁다.
"엄마~ 나 이제 동생 없어도 돼"
"아정말? 왜 생각이 바뀌었을까?"
"응~ 나 이제 외동의 장점을 많이 알게 됐거든, 그리고 난 가족같은 아니 가족인 암튼 삼남매가 있으니까"
푸훗, 아이는 그렇게 외동의 장점을 알게 됐다며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동생앓이도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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