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예쁜 카페에서 아들과 인생샷 남기기
동탄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길, 오랫동안 휴대폰 메모장 한구석에 있던 한옥 카페에 방문했습니다. 가보고 싶은 곳으로 저장해두고도 늘 동선이 맞지 않아 아쉬웠는데 오늘 딱 맞춰 선물 같이 가게 되었네요.
제 아들은 커피를 참 좋아합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커피 맛에 눈을 뜨더니 대학에 가서는 동아리 활동까지 할 정도로 진심이 되었지요. 다행히 오늘 들른 곳은 원두 향이 유난히 좋기로 이름난 곳이었습니다. 나열된 원두의 향기를 하나하나 정성스레 맡으며 설레하던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제 마음엔 이미 은은한 커피 향이 번지는 듯했습니다.
향긋한 커피를 사이에 두고 우리 모자는 참 도란도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얼마 전에 아들이 다녀온 런던과 파리 이야기가 어찌나 흥미롭던지요.
저 역시 딱 아이의 나이 때 배낭 하나 메고 그 곳에 여행 갔었죠. 너무 오래전이라 유명한 몇 곳을 제외하곤 기억이 흐릿해져 있었는데 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빌려 제 낡은 추억 위로 새로운 색깔이 덧칠해지는 기분이었어요. 출장으로 몇 번 더 가보긴 했지만 '일'이 아닌 '여행'으로 마주하는 도시는 역시 공기부터 다른 법이니까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대화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창밖에는 붉은 노을이 뉘엿뉘엿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이 예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아들에게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자고 제안했습니다. 아이는 기꺼이 동참해주었어요. 입대를 앞둔 마음 한구석이 왜 복잡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아이는 어찌나 마음이 여유로운지 내내 방실방실 맑은 웃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미소가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코끝이 찡해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인가 봅니다.
사실 오늘 마신 커피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제 기억 속에 더 오래 더 선명하게 머물러 있는 건 커피 향보다 따스했던 아들의 미소인 것 같습니다. 그 미소 하나에 엄마의 걱정은 눈 녹듯 사라지고, 마음은 다시금 충만함으로 가득 차오릅니다. 오늘도 이렇게 아들과의 소중한 페이지 한 장을 정성스레 넘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