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아이가 좋아하는 맛집에서 점심 같이 먹기
평소 같았으면 강의실에서 새학기의 설레임과 낯설음을 느끼고 있었을 아이가 오늘은 제 곁에 머물러 있습니다. 4월 입대 결정으로 갑작스레 결정된 휴학. 아이는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는 듯 보이지만 갈 곳을 잃어버린 일상의 공백 앞에서 당황한 기색이 느껴집니다.
괜찮다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익숙했던 루틴에서 벗어나기까지 그리고 곧 다가올 또 다른 세상을 받아들이기까지… 아이에겐 온전히 자신을 마주할 '시간의 여백'이 필요하겠구나, 하고요. 그래서 저는 아이의 입대 전까지 남겨진 귀한 시간들을 '소소한 추억의 기록'으로 채워보기로 했습니다.
그 첫 페이지는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었죠. 추억이라는 건 결국, 그날의 공기와 향기 그리고 입안에 감돌던 맛으로 기억되는 법이니까요.
제일 먼저 떠오른 건 '텐동'이었습니다.
치열했던 입시 시절, 아이가 몸과 마음이 유난히 지친 날이면 어김없이 찾던 음식이었죠. 바삭한 튀김 한 입에 에너지를 얻고, 따뜻한 밥 한 술에 위로를 받던 모습이 선합니다. 그 시절 우리 아이에게 텐동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작은 쉼표였던 셈이지요.
음식점은 대학가와 인접해 있어서 늘 대학생들로 붐벼 웨이팅이 기본인 곳이라 예전 같았으면 점심시간은 엄두도 못 냈을 텐데, 오늘은 참 당당하게도 한낮에 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새 학기 첫날이라 그런지 가게 안은 의외로 고요했고, 덕분에 우리는 아주 오랜만에 음식의 맛을 천천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빨리 먹고 공부하러 가지 않아도 된다니…"
입안 가득 번지는 고소한 풍미 뒤로, 서두를 필요 없는 여유로움이 묘한 쾌감으로 다가오더군요.
아이는 장어 텐동을, 저는 새우 텐동을 주문했습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아들의 선택은 언제나 저보다 조금 더 근사해 보이네요.
먼 훗날, 아이가 군 복무를 마치고 다시 돌아왔을 때 오늘의 텐동 맛을 떠올려주었으면 합니다. 엄마와 함께 보냈던 평온한 오후가 아이의 마음속에 단단한 힘이 되어 머물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