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행색

25. 춤추는 가족을 보고

by 알레프

너와 머물다 보면

가끔 사랑의 행색을 한 것이 보이는 듯했다


가장 최근에는

전쟁터에서 훔친

기사의 망토를 두르고

엊그제 헐값에 팔린

음유시인의 챙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사랑이 내 지척에 앉아있었다


심장이 빠르게 몸의 온도를 올리고 있었지만

눈 비비고 다시 보니

사라져 있었다고 말하는 걸 빼놓을 수 없다


아쉽지만

그나마 네 곁에서

행색이라도 목격하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기로 한다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사랑의 정체라도 보는 날엔

원무를 도는 춤추는 가족이 될지 모를 까닭에

혼자 깍지를 끼고 손을 내어주지 않기로 한다


처절한 설렘에 매몰되어 본

낯이 익은 사람들의 얼굴은 지천에 널려있고

나 역시 어쩌면 그들 중 하나가 될까

지레 겁을 먹은 탓이다


그러면서 거짓 선지자 같은 몰골로

잘도 사랑을 말하고 다니는 스스로에게

느끼는 혐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누구보다 남몰래 사랑을 갈구하고 있음에 안도한다


사랑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음은

언제나 끝맺음이 확실한 적이 없다


마치 지금 적고 있는 시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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