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울타리에서 자식과 살을 맞대고 살지만,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것과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는 것은 천양지차다.
부모에게 자식은 미래의 희망이지만 자식에게 부모는 과거의 연장이다. 부모와 자식, 자식과 부모는 사람의 생래적 근원이자 서로 분리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부부는 촌수가 없는 무촌지간이고, 부모와 자식은 일촌지간이다. 그리고 자식과 자식의 관계는 이촌지간이다. 사실 이촌 이하는 별 의미가 없지만 한 번쯤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가족이란 틀을 형성하고 살아가도 부모와 자식이 바라보는 관점이나 시선은 제각각이다. 부모는 자식을 평등하고 동등하고 측은지심으로 바라보지만, 자식은 부모를 시시비비를 가리는 불평등의 관계로 바라본다.
이런 불평등의 관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때는 부모가 자식에게 무언가를 나누어 줄 때다. 부모는 나름 고생한 자식을 고려해서 배려해 주고 싶어도 자식들의 아우성에 고민만 깊어진다.
자식들에게 부모와 살면서 고생한 이야기를 하라고 하면 너도나도 자신이 제일 고생했다고 주장한다. 부모는 자식의 그런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자식은 부모나 형제 앞에서 고생한 것은 오직 자신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드높인다.
부모가 자식에게 무언가를 나누어 주려면 생전에 미리 나누어 주는 것이 좋다. 나중에 남은 유산을 배분하려면 자식들끼리 조금이라도 불평등해 보이면 평등을 보장받기 위해 소송도 불사한다.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마음은 하늘과 같이 넓지만, 자식이 부모를 바라보는 마음은 우물 안 개구리다. 대부분 유산 문제는 부모와 자식 간에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부모가 살아계실 때는 우애가 좋은 형제도 부모가 돌아가시면 그 틀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부모는 자식을 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포용하지만, 형제는 다른 형제를 우물 안에 가두고 바라보는 데서 한계점이 발생한다.
자신의 마음을 우물 안에 가두고 바다와 같이 마음이 넓다 하지만 실상 다른 형제가 품고 있는 우물 안까지는 들여다보지를 못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유산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말은 나오게 마련이다. 단지 그 유산으로 자식 간에 다툼이나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족이란 부모와 자식이 한집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성장한 친밀한 관계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출가해서 독립된 가정을 이루면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한 에고가 자란다. 각자도생이란 말처럼 부모에게 독립하면 각자 살아갈 방법은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
그로 인해 대가족을 이루고 밥을 함께 먹던 시절은 옛날이 되고 자신의 가정에 풀칠하기도 바빠 다른 형제를 이해하거나 배려하는 마음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부모와 자식, 자식과 부모는 한 가정에서 같이 잠자고 먹고 토닥토닥 싸우는 시절에나 가능한 관계다. 자식이 독립해서 가정을 이루면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형식과 의무의 방향으로 마음이 기울어진다.
그런 관계에서 재산이나 뜻밖에 수입이 생겨 배분이란 단어가 등장하면 그때부터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불평등을 주장하고 배분을 평등하게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나는 딸만 둘이다. 나중에 얼마 되지 않은 재산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참에 아이들에게 재산을 어떻게 나누어할 것인지 미리 생각해 두어야겠다.
자식은 성장과정에서 가족이란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어 부모로 대하겠지만 각자 가정을 꾸리고 독립하면 호시탐탐 재산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모와 자식과 관계에서 평등과 불평등은 태고적부터 발생했다. 이 세상에는 영원한 부모도 영원한 자식도 영원한 부모와 자식의 관계도 없다. 그런 진리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배분의 문제만 생기면 불평등이란 단어가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어서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