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수술받기 위해 수술실로 들어가셨다. 병실에서 어머니는 어떻게 수술실에 들어가느냐며 한걱정하셨다. 한평생 농사만 짓다가 수술실이란 낯선 환경이 좀 두려웠을 것이다.
며칠 전 누님이 어머니가 엉덩이뼈를 다쳐서 수술해야 하는데 수술을 지켜볼 사람이 없다며 시간이 되느냐고 물어왔다. 나는 마침 직장을 퇴직하고 집에서 쉬고 있어 시간이 된다고 했다.
구순의 어머니가 시골집에서 화장실을 가다 넘어져서 엉덩이뼈에 금이 갔다고 한다. 구순의 고령임에도 의사가 수술하는 것이 낫다고 해서 수술을 받기로 한 것이다.
서울에서 아침에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 서청주에서 빠져나가 병원을 찾아갔다. 대학 졸업 후 청주를 방문하는 것도 오랜만이다. 청주도 이전과는 다르게 아파트와 상가 빌딩이 높이 치솟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차의 흐름을 단절하는 교차로가 많아지고 차가 많아서 그런지 시내에서 속도를 내지 못한다. 병원에 도착해서 어머니를 만나자 어머니는 어제 먹은 것 때문에 속이 메스껍다고 하신다.
나는 부모님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아버지가 무릎을 다쳐 청주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돌보아드렸고, 이번에는 어머니의 수술을 지켜보고 보살펴야 한다.
병실에서 어머니는 잠시 혼수상태에 빠져 들곤 했다. 지금이 아침인지 저녁인지 왜 당신이 수술하러 왔는지 그리고 병실에 와서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르신다.
청주 병원에 도착할 때부터 나의 왼쪽 머리끝이 살짝살짝 당기듯이 통증이 전해져 오는 것이 느껴졌다. 머리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하면서 통증이 올 때마다 참고 버텼다.
병실에서 어머니가 수술실에 들어가는 것을 걱정하고 계셔서 토닥토닥 달래 드렸다. 어머니께 수술 걱정은 하지 마시고 제가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수술을 잘 받고 나오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병원 수술실 앞에서 수술을 끝내고 나오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막막하고 지루하다. 지금까지 아내의 눈 수술, 큰딸의 편도선 수술, 아버지 무릎 수술, 이번에는 어머니의 수술을 기다리는 중이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미닫이 문에 새겨진 출입 금지란 빨간색 글자는 바라만 봐도 숨이 턱턱 막힌다. 수술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수술실로 들어갈 수도 없고 눈으로 볼 수도 없어 막막하고 답답하다.
병실에서 어머니의 손을 잡아 마사지해 드리는데 손 등이 허물 벗는 뱀처럼 쭈글쭈글하고 손가락 마디는 농사일과 허드렛일로 대나무처럼 툭툭 불거져 나왔다. 팔십 평생 농사만 지으셨으니 몸이 성한 데가 없다.
여느 가족과 마찬가지로 가족 중에는 수술실을 지키는 자식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다들 사는 일이 얼마나 바쁜지는 몰라도 시간을 내서 어머니 수술을 지켜보는 것조차 힘든 세상이다.
수술실 앞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수술실에 들어간 사람을 수술 대기, 수술 중, 회복 중으로 분류한 화면이 눈에 들어온다. 어머니는 수술 대기 중에 이름이 표시되어 있다.
수술실 앞에는 녹색 가운이나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와 수술실로 들어간 가족들이 정신없이 지나다닌다. 세상은 바쁜 곳은 한없이 바쁘고 한가한 곳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고요와 정적이 감돈다.
드디어 어머니가 수술 대기에서 수술 중이란 화면으로 이름이 옮겨졌다. 수술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저 기다리다 좋은 소식과 결과만 나오기를 기도할 뿐이다. 수술실 앞 대기실은 고요한데 엘리베이터가 움직일 때마다 안내원의 목소리와 부산하게 수술실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말소리가 정적을 깨트린다.
병실에서 수술실로 가기 위해 어머니를 안아 옮기는데 몸이 야위어서 그런지 가뿐하게 들렸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근육이 빠져나가 몸이 약해지고 가벼워지는 것 같다.
수술실 화면에는 어머니보다 늦게 수술실로 들어간 사람이 먼저 회복실로 이동한다. 그리고 화면에는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성별 표시 위에 알파벳을 표시해 놓았다. 어머니도 女자 위에 알파벳 A라고 표시되어 있다. A와 숫자 2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머니 수술은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수술실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곳이다. 병원에 멀쩡하게 웃으면서 들어간 사람이 말없이 죽어 나가는 곳이 병원이다.
어머니가 수술을 끝내고 회복실로 옮겨졌다는 화면이 떴다. 수술이 잘 되었는지 걱정이다. 어머니가 수술실을 나오는데 의사는 없고 간호사만 따라 나온다. 어머니 수술이 잘 된 것인지 의사에게 설명도 듣지 못하고 병실로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
수술을 끝내고 병실로 돌아온 어머니는 연신 춥다고 하신다. 간호사가 앞으로 8시간은 무조건 뒤로 누운 채로 있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휑하니 가버렸다.
어머니는 누운 채로 대화 상대가 없는데도 혼잣말을 하신다. 모는 심었는지, 김치는 담갔는지, 벌레 나서 쌈을 못 먹는데 등 두서없는 말을 누군가와 주고받듯이 중얼거리신다.
수술이 끝난 병실로 형과 동생, 매형 등 어머니의 안부를 묻는 전화가 수시로 걸려왔다. 병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마디게만 흘러간다. 병실에 입원한 8명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병마와 싸우며 시간을 보낸다.
어머니가 정신이 돌아오셨는지 갑자기 몸이 아픈데 왜 빨리 죽지 안 죽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푸념하신다. 저녁이 되자 어머니가 온전한 정신으로 돌아오셨다. 왼쪽 허벅지가 아파서 몸을 뒤척이는 것이 힘드시나 보다. 누워만 있다 보니 몸을 일으켜 자꾸만 일어나시려고 한다.
병실은 저녁 9시가 되자 전등을 모두 껐다. 모두가 잠이 드니 어쩔 수 없이 나도 누워 잠을 청했다. 오후에는 여동생, 남동생, 형, 누님이 면회를 왔다 갔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머니와 병실에서 자본다.
밤중에 해열제를 드셔서 그런지 어머니 몸에서 열과 땀이 나면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어머니는 수술한 부위가 아프다며 끙끙 앓는 소릴 토해낸다. 어머니 옆에서 쪽잠을 자며 긴 하루를 보냈다.
이튿날 간호사에게 간병인이 있는 공동병실을 신청했다. 병원에서 밤을 새워가며 누군가를 간호하는 것은 참으로 고되고 힘들다. 내 머리 왼쪽 끝에서는 다시 찌를듯한 통증이 신경을 거슬린다.
이른 아침에 어머니가 주무시는 모습을 보니 수술 후 안정을 취한 것 같다. 의사가 찾아와서 어머니 수술이 잘 되었다며 수술이 잘돼서 앉아 있어도 괜찮다고 한다.
의사가 한 2주 정도 입원했다가 퇴원하란다. 어머니는 어제부터 머리가 어질어질하다고 하셔서 간호사가 피를 뽑아가 검사하더니 빈혈이 심하단다.
보통 사람 몸의 빈혈 수치는 12가 정상인데 어머니는 2 수준이란다. 간호사가 나를 부르더니 어머니에게 수혈을 해야 한다며 동의서에 서명하란다. 그러면서 오래 누워 있으면 혹시 욕창이 생길지도 모르니 욕창 매트 사용을 권한다.
어머니가 주무시는 모습이 편안해 보인다. 어젯밤에는 어머니가 수시로 일어나는 바람에 잠을 설쳤다. 어머니는 주무시면서도 연신 두 팔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무언가를 하는 것처럼 허공을 향해 양팔을 허우적거리는데 그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아침은 어머니가 남긴 것을 먹었다. 그리고 점심은 병실에서 무언가를 먹으면 답답해서 기분 전환 겸 바깥에 나가 근처 식당에 가서 김치찌개를 먹으며 지난밤의 피로를 달랬다.
병원 밖에 나가면 어딜 가나 사람 사는 방식은 비슷하다. 식당에 들어가면 식사를 주문하는 소리와 차 소리와 옆에서 사람들이 두런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온갖 소리가 들려온다.
식당에는 단체 손님이 들어오는 바람에 분주해졌다. 오늘 오후에 어머니가 공동병실로 가면 어머니 간호도 끝이 난다. 간호 기간이 며칠이라면 간병인을 구할 필요 없이 돌보겠는데 입원 기간이 2주고 청주에서 머물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 간병인을 두기로 했다.
부모님은 팔 남매란 대가족을 거느리고 있지만 모두가 사는 일이 바빠서 어머니를 간호해 줄 사람이 없다. 간호는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일이다. 성한 사람 식사 챙기는 것도 힘든데 아픈 사람 돌보는 것은 많은 인내와 주변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병원 밖에 나가 점심을 먹고 병실로 돌아오자 어머니가 가벼운 코를 골며 주무신다. 그 모습이 평안해 보여서 자리를 피해드렸다. 어머니가 평소처럼 기운이 돌아온 것 같다. 식사량도 늘고 혈액을 수혈받아 그런가 보다.
오후 5시경 공동병실에 자리가 생겨 어머니를 그곳으로 모셔 갔다. 공동병실로 이동하자 간병인이 필요한 물건을 사다 달라고 해서 병원 밖에 나가 사다 넣어드렸다.
어머니를 공동병실에서 좀 지켜보다 병실을 나오려고 했는데 나이가 들어 그런지 몸이 몹시 피곤하다. 어머니에게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관리 잘하시라고 당부드리고 간병인에게는 어머니 간호를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남기고 어머니가 사는 시골로 향했다.
지난 이틀간 어머니의 수술을 지켜보고 수술 후 어머니를 병실에서 돌보며 보낸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구순의 어머니가 무사히 몸을 회복하고 건강하게 시골로 돌아오시기를 간절하게 기도드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