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토루아 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생활상을 재현한 테푸이아 민속촌을 관람하러 이동했다.
로토루아는 화산활동이 활발한 지열 지대라서 간헐천의 유황 냄새가 진동을 한다. 유황 온천의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간헐천과 여기저기서 유황 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모습과 노란색으로 주변이 물든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일행과 간헐천이 솟구치는 주변의 돌에 앉아 엉덩이를 데우고 있는데 로토루아 호수에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피부를 스친다.
뉴질랜드 테푸이아 마오리 민속촌에는 대표적인 식물인 고사리 나무로 만든 가옥과 마오리족의 생활상을 담고 있는 공동회의장 그리고 생활에 이용한 통나무배 등 다양한 형태의 생활상을 전시해 놓았다.
우리나라 용인 민속촌처럼 마오리족의 전통적인 생활상을 복원해 놓았는데 민속촌 입구에는 마오리족의 생활상을 보존하기 위한 현대식 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과거의 전통을 보존하고 이어가려는 이들의 노력이 엿보인다. 민속촌 관람을 마치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아우테어로아’란 말처럼 흰 구름이 기다랗게 떠 있다.
이곳은 공기가 맑아 그런지 사방팔방 어디를 바라봐도 지평선에 우뚝 솟은 산이 가깝게만 바라보인다. 대기가 오염되지 않아 공기가 아주 맑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에 뉴질랜드의 밤하늘을 보고 싶다. 남극의 남십자성과 뭇별들이 갑자기 그립다. 오늘 밤에는 남반구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북반구에 사는 가족이나 생각해야겠다.
지금쯤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곳이 4시간 빠르니 아마도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에 귀 기울이며 공부하고 있지 않을까. 뉴질랜드 아이들처럼 푸른 초원을 마음껏 뛰어놀지도 못하고 건조한 콘크리트 벽에 갇혀 공부에만 매달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니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이 나라는 자연의 조건과 환경이 좋고 모든 것에 여유와 넉넉함이 배어난다. 일행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면서 여행을 즐기고 있을까. 나처럼 한국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을 떠올리기나 할까.
뉴질랜드는 초록의 나라요 구름의 나라요 풍요의 나라란 생각이 든다. 초원에는 양과 소와 사슴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도로 옆에는 골프장이 운동장과 함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사시사철 초록을 즐길 수 있는 생활이 삶을 풍성하고 풍요롭게 하는 것 같다. 오늘은 북섬을 여행하는 마지막 날이다.
이곳에 도착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삼 일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로토루아의 초록과 맑고 푸른 하늘. 내가 언제 다시 이곳에 와서 여행을 즐길 수 있을까.
내 생애 처음으로 떠나온 여행지에서 만난 로토루아. 어쩌다 시간이란 징검다리를 타고 북반구에서 이곳까지 흘러왔는데 눈으로 마주하는 모든 것에 애착과 애증만 높아 간다.
가이드가 남섬으로 떠나기 전 일정에 여유가 있다며 아그로돔 농장을 다시 방문했다. 이번에는 농장에서 개조한 트랙터를 타고 양이나 알파카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과 키위 농장으로 안내했다.
농장의 안내원이 일행을 트랙터에 태우고 양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일행이 트랙터에서 내리자 안내원은 양에게 먹이를 줘보라며 말린 풀을 건네준다.
일행이 말린 풀을 손에 들고 머뭇거리자 양이 먼저 다가와 일행의 먹이를 낚아채 간다. 양이 먹이를 먹는 동안 털에 손을 대자 기름기가 흠씬 묻어난다. 양이 참 건강해 보인다.
양이 사람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양을 피해 다녀야 할 정도다. 농장 안내원은 양에게 먹이 주는 체험을 끝내고 트랙터를 운전해서 구릉진 언덕으로 올라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안내원은 일행에게 먹이를 건네며 알파카에게 줘보라고 한다.
알파카는 작은 낙타처럼 머리가 귀엽게 생겼다. 알파카의 털은 파카나 옷이나 카펫 등에 사용하는데 고급 소재란다. 알파카는 양과 달리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사람의 접근을 꺼린다.
농장의 안내원은 알파카가 바라보는 앞쪽으로 접근해서 먹이를 주라고 한다. 알파카 뒤에서 접근하면 자신을 공격하는 줄 알고 뒷발질해서 위험하단다.
일행과 양과 알파카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을 끝내자 안내원은 키위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농장으로 트랙터를 몰고 갔다.
키위 농장에 도착해서 먼저 일행과 농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안내원이 농장에서 키위로 만든 와인과 아이스크림을 가져와 일행에게 내민다.
키위로 만든 와인과 아이스크림과 키위를 먹어보니 맛이 달콤하다. 그동안 한국에서 맛보던 키위와는 전혀 다른 맛이다. 키위의 육질이 부드럽고 수분도 풍부하고 당분도 높아 달콤하다. 키위가 이런 맛이 나는 것인지 이곳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뉴질랜드인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사는 것 같다.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여유롭게 다가온다.
낯선 이방인에게 웃음과 친절함과 무언가를 베풀고자 하는 마음이 따스하게만 느껴진다. 자연을 섬기며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은 이들이 자라면서 배태된 품성이 아닐까.
초원의 양들과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낯선 사람을 가리지 않는 모습에서 양들도 사람에게 친화된 감정이 느껴졌다. 키위가 주렁주렁 매달린 농장에서 키위로 만든 와인도 마시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자 지도와 책으로 보아왔던 뉴질랜드가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왔다.
뉴질랜드는 관광지마다 한국인 방문객이 많아지자 한국인 가이드와 한국어로 설명된 안내서를 비치해 놓았다. 대한민국은 확실히 국내보다 외국을 방문하면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