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뉴질랜드 남섬의 맨 끝에 자리한 옛 시절의 금광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금광 마을은 지난 시절의 화려한 영광은 사라지고 마을 이름을 애로우 타운으로 바꾸어 관광객을 맞이한다.
금광 마을은 1859년 금광이 발견되면서 금을 캐려는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마을은 이전과는 달리 번화한 관광지로 변했다.
옛 시절의 화려한 영광은 사라지고 영화 반지의 제왕을 촬영한 곳이란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반지를 만들어 파는 상점만이 즐비하다. 금을 채취하던 시냇가를 휘휘 둘러보고 마을로 들어서자 건물마다 건축 연도를 표시한 둥그런 간판을 달고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곳에 오는 도중에 날씨가 흐리고 가느다란 빗줄기가 내리더니 버스가 애로우 타운에 도착하자 빗줄기가 굵어졌다. 금광 마을에는 시냇물만이 옛 시절의 영광을 안고 유유히 흘러간다.
금광 마을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일행과 버스에 올라 다음 여행지를 향해 가는 중이다. 다음 목적지를 향해 가는데 비가 세차게 내리자 가이드가 숙소인 호텔에 들어가서 비가 그칠 때까지 쉬었다 가잔다.
남섬은 북섬과는 달리 버스가 달릴 때마다 호수를 품에 안은 산자락이 자주 나타난다. 올해는 운이 좋게도 두 번이나 새싹이 태어나는 봄을 체감하니 삶의 의미가 새록새록 깊어만 간다.
남섬 하늘에서 쏟아지는 가느다란 빗줄기, 호숫가의 아담한 집과 언덕의 호텔이 이국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버스가 호텔로 가기 전에 이곳의 슈퍼에 갔다 오라며 길가에 멈추었다.
일행이 찾아간 슈퍼이름은 ‘NEW WORLD'다. 한국어로 신세계란 뜻인데 뉴질랜드도 내게는 새로운 세계인데 슈퍼이름과 나라 이름이 비슷하다. 내가 한국을 떠나 여행을 온 것도 신세계를 찾기 위함이다. 그런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슈퍼이름이 신세계다.
나는 슈퍼에 가지 않고 버스에 앉아 창밖에 펄럭이는 나뭇잎의 움직임을 통해 계절의 의미를 깨닫는 중이다. 여행의 체류 시간이 길어갈수록 감정의 골은 깊어만 가고 마음은 무한대를 상상하며 미지의 세계를 그린다.
버스의 육중한 엔진소리가 멈추자 버스 안에는 고요와 정적만이 감돈다. 일행 대부분은 슈퍼로 물건을 사거나 구경하러 가고 버스에는 나와 두 명만이 남아 있다.
버스 옆 도로를 지나가는 차량의 소리가 적막한 분위기를 깨트리며 갈 길을 서두른다. 동서남북에 대한 방위 감각을 알 수 없는 곳에서 시간이란 고독에 갇히게 되자 갑자기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이 떠오른다.
버스 창문 너머 저 멀리서 호수를 안고 형성된 퀸스타운의 시가지 모습이 풍경화처럼 들어온다. 바닷물이나 호수는 삶의 물살을 풍성하게 만드는 전해질이다. 산과 물은 사람이 살아가는 근원이자 바탕이다.
버스에 앉아 일행을 기다리는데 슈퍼로 물건을 사러 갔던 일행이 하나둘씩 돌아오자 버스 안은 다시 소란스러워진다. 슈퍼에 가서 무언가를 구경하며 샀는데 영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다.
비가 내리면서 날씨가 쌀쌀해지자 몸을 잔뜩 움츠리고 버스로 들어오는 모습에서 계절의 변덕스러움이 느껴진다. 가이드가 이곳 날씨는 수시로 변하니 날씨에 대하여는 묻지 말아 달란다.
사계절이 하루에 나타난다는 것은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된다. 그만큼 살기 좋은 곳이란 뜻이 담겨있다. 사계절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으니 일 년 내내 휴양지로 인기를 끌게 되면서 세계적인 휴양지가 된 것이다.
버스에 앉아 이국적인 것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자니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텅텅 비어만 간다. 버스에 앉아 무언가를 끄적거리니 손목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손끝이 점점 무디어간다.
글을 쓰는 작가의 고민과 고충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무언가를 골몰하게 생각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영혼을 무던히도 괴롭히는 일이다. 머릿속은 점점 비어 가고 몸에서는 알 수 없는 기운이 빠져나간다.
버스 옆에 선 미루나무의 이파리가 바람에 흔들리며 펄럭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바람의 존재와 시간의 흐름을 알 수가 있다.
일행을 챙기는 가이드의 목소리와 성원이 되었다는 눈짓을 전달받은 캡틴은 버스의 운전대를 잡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일행이 슈퍼에 갔다 와서 의자에 앉자 버스 안은 다시 활기를 찾아간다.
버스나 집이나 사람이 살아야 사람의 기운을 받아 활력이 살아난다. 버스가 다음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자 굵게 내리던 빗줄기도 그쳤다. 햇볕이 구름을 헤집고 얼굴을 내밀며 반갑다며 인사를 건넨다.
이곳은 도로와 초지와 주택과의 편차가 거의 없다. 뉴질랜드는 적도에서 내려오는 태풍도 없고 여름에 집중호우도 내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로 인해 도로와 초지 사이에 턱을 두지 않아도 배수에 문제가 없단다.
이곳은 공기가 맑아 좋지만, 날씨는 정말로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하루에도 비가 오다 갑자기 우박과 눈이 내리는 날씨가 자주 발생한단다.
뉴질랜드가 정말로 사람이 살기가 좋은 낙원인지 아니면 살기가 어려운 곳인지 날씨로는 판단할 수가 없는 나라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