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선물

by 이상역

겨울의 추위가 물러나고 봄의 정령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봄날이다.


직장에 출근하기 위해 아침 식사를 하는데 라디오에서 ‘당신은 나의 동반자 영원한 나의 동반자 내 생애 최고의 선물 당신과 만남이었어…’라는 가수 태진아의 ‘동반자’ 노래가 봄의 탱고처럼 들려온다.


대중가요는 사람의 감정을 녹녹하게 녹여주고, 가슴에 담은 한과 슬픔을 적절하게 달래준다. 나는 지금도 동반자나 동행이나 선물과 같은 말은 듣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하고 훈훈해진다.


봄날에 초록이 소생하는 오솔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면서 집에서 들었던 ‘동반자’ 노래를 다시 흥얼거려 본다. 그러자 머릿속에서 슬그머니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은 무엇일까?”라는 물음표가 떠오른다.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이라면 좀 거창하고, 남들에게 자랑스럽게 보란 듯이 내세울 수 있어야 하는데 무엇이 있을까?


가수 태진아가 부른 ‘동반자’의 노랫말처럼 당신이란 아내와 만남일까, 먹고 살아갈 직업을 구한 것일까 아니면 부모를 만난 것일까. 이것저것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정답을 찾을 수가 없다.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을 선택하려니 생각한 모든 것이 최고로 다가온다. 그들 중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해서 ‘이것이다.’라고 정할 수가 없다. 마치 말을 배우는 아이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바보 같은 말처럼 들려온다.


내가 잘살고 못 살고, 출세하고 못 하고는 팔자라지만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은 과연 무엇일까? 오솔길 옆 언덕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진달래, 목련, 개나리의 나뭇가지 끝에는 봄을 알리는 봄꽃이 자신과의 만남을 위해 움틈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나무도 자신과의 만남을 위해 세상을 향해 의미를 부여하며 희망을 노래하는 계절이다. 요즈음 직장에는 인사로 인해 정들었던 사람을 떠나보내거나 낯선 사람과의 만남으로 어수선하다.


그로 인해 사무실 주변의 음식점도 분주하다. 직장 동료들은 떠남과 만남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퇴근길에 식당의 백열등 아래서 시끌벅적한 환영과 석별의 정을 나눈다.


인사가 만사라는데 동료들의 표정을 보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정들었던 자리를 떠나는 사람 중에는 자신이 원해서 간 사람도 있고, 자신은 원하지 않았는데 억지로 떠밀려 간 사람도 있다. 그리고 아무런 예고 없이 원하지 않은 자리로 떠밀려 간 사람도 있다.


사람의 일에는 샐리의 법칙처럼 좋은 일만 일어나란 법도 없고, 머피의 법칙처럼 나쁜 일만 일어나란 법도 없다. 어떤 일이든 자신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은 방향으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면 나쁜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인생살이다.


세상에 태어난 누구나 자신의 생애 최고의 선물은 자신이다. 인생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고 흘러왔듯이 앞으로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간다. 그 과정에서 누가 더 출세하고 못 하고는 없다. 또한 좋은 자리도 나쁜 자리도 없다.


출세나 자리는 자신과의 인연이 다하면 그만이다. 직장의 인사로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이 생애 최고의 선물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은 타고난 팔자려니 여기고 무심한 마음으로 살아가자.


인생의 만남을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사람에게는 좋은 만남이, 자신의 마음을 이기지 못해 괴롭히는 방향으로 몰아가는 사람에게는 나쁜 만남이 기다린다.


아름다운 봄날에 나무가 소망의 싹을 틔우는 것은 맨몸으로 거대한 겨울을 이겨낸 기다림의 결실이다. 자신의 속이 상해서 또 기분이 좋다고 겉으로 드러내지는 말자.


자신의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헛된 생각을 잠재우고,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자신을 한번 돌아보자.


지금 남녘에는 산수유꽃, 매화꽃, 진달래꽃이 사람의 외출을 유혹하고 있다. 그저 모든 것 팔자려니 여기고 어깨에 바랑 하나 둘러메고 꽃놀이나 가자.


먼지 자욱한 사무실에 앉아 자신을 자책하거나 남을 험담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버스에 몸을 싣고 훨훨 떠나자. 그리고 봄날에 아름다운 꽃을 바라볼 수 있는 자신이 생애 최고의 선물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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