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맞이하는 날이지만
오늘이 가장 좋은 날이라 생각하고
지금 하는 일이
가장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 여기고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의 인생 하루하루는
최고의 인생이 될 것이다.(나태주 '최고의 인생')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계기는 다양하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서로 다른 감정이다. 사람의 관계는 좋아하다 사랑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좋아하는 감정 자체로 남기도 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얼마나 많은 만남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좋아하고 사랑하는 감정이 생겨날까. 어찌 보면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것에는 철학적 인식이 작용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진정으로 좋아하는 감정을 갖고 만난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아마도 좋아하는 감정보다는 그냥 막연하게 만난 사람이 대부분인 것 같다.
언젠가 하루는 딸이 남자 친구를 소개하겠다고 해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기준은 나와 딸이 서로 다를 것이다.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많은 것을 겪거나 나누고 나서다. 거기에는 서로에 대한 갈망과 애증과 기다림이란 시간이 담겨있다.
문정동 법원단지 근처에서 딸이 만나는 남자 친구와 점심을 먹었다. 식당에서 마주한 첫인상은 모나지 않고 수수해 보였다. 딸은 대학교 때부터 만나왔다고 한다.
딸이 남자 친구와 몇 년은 사귀었으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기준을 딸에게 내밀 수도 없다. 그렇다고 내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특별한 기준은 정하고 있지도 않다.
사람은 만나면서 그 사람의 됨됨이를 하나하나 알아가고 좋아하는 감정이 생겨나는 것인데 첫 만남에서 좋고 나쁘다는 개념이 들어설 여지는 없다.
그날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딸이 자기가 만나는 남자 친구가 어떠냐고 물어왔다. 내가 사람을 좋아하는 기준을 말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기의 남자친구를 만나본 첫 느낌을 묻는 것이다.
나는 수더분하고 착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자 딸도 자신도 그렇게 느껴서 남자 친구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렇게 딸의 남자 친구와 식사를 하고 며칠 지나서 딸은 남자 친구 가족과 식사를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둘이서 양가 가족과 식사를 했으니 다음은 두 가족 간에 상견례만 남은 셈이다. 그러다 연말에 딸이 남자 친구 가족과 상견례를 갖자고 했다.
둘 사이에 어떠한 말이 오고 갔는지는 모르지만, 양가 가족이 만나자는 제안에 선뜻 동의했다. 둘이 장소를 상의하더니 위례의 한 식당을 정하고 날짜와 시간을 알려왔다.
양가가 만나기 전에 딸에게 남자 친구를 진정으로 좋아하는지 물어보지는 않았다. 결혼은 한 사람에게 남은 인생을 의지하고 일상의 삶을 나누면서 살아가는 중요한 절차다.
결혼하기 전에는 인생을 동행할 사람과 함께할 것인가에 대한 갈등이 따른다. 결혼 전까지 삶은 홀로 살아왔지만, 결혼은 둘이 삶의 제도권에 들어서는 것이고, 가족이란 틀에 묶이기 때문에 깊은 고민이 따른다.
딸은 충분하게 고민하고 결정을 한 것 같다. 남자 친구에 대한 신뢰와 성격을 알고 있어 그런지는 모르겠다.
나도 아내와 결혼 날짜를 정하고 많은 것을 고민했다. 내가 과연 가정을 꾸릴만한 능력과 자격은 갖추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서울에서 가정을 잘 꾸려갈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하면서 결혼에 임했다.
드디어 양가의 가족이 만나는 날이다. 집 앞에서 아내와 택시를 타고 위례에 예약된 식당을 찾아갔다. 연말이라 그런지 날씨도 제법 쌀쌀하고 상견례 자리에서 술 한잔은 해야 할 것 같아 차를 집에 두고 갔다.
위례의 식당에 도착해서 예약된 자리를 찾아가 아내와 딸과 함께 딸의 남자 친구 가족이 오기를 기다렸다. 딸의 남자 친구 가족도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이 되자 식당에 도착했다.
사돈이 될 가족과 통성명을 나누고 가족을 서로 소개했다. 사돈 될 가족과 만남은 처음이지만 딸과 남자 친구는 서로 만나면서 수시로 많은 이야기를 자신들의 어머니에게 전해준 것 같다.
사돈 될 가족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 고향과 인연이 있는 분이다. 사돈 될 사람은 내 고향에서 몇 년간 농장을 운영하다 수도권으로 이사를 왔으며 고향은 경산이란다.
사돈 될 분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사돈 될 분에게 세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나누기로 하고 상견례를 마쳤다.
위례에서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사돈 될 분의 인상이 어떠한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사돈 마님이 좋은 사람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상견례 자리는 누구를 평가하거나 무엇을 기대하는 자리는 아니다. 상견례는 양가의 가족이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근황만 살피는 자리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결혼식을 언제 하자는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다. 결혼은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과 해야 한다. 나도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좋아한다는 진정한 의미를 알지는 못한다.
글쎄다.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그저 얼굴만 바라봐도 좋은 것인지 아니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좋아하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를 않는다.
사돈이 될 분의 가족을 만나 식사를 나누었더니 기분이 좋다. 딸도 남자 친구와 그 가족을 좋아하고, 딸의 남자 친구도 딸과 우리 가족을 좋아해 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