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고독

by 이상역

직장이 과천에서 세종으로 내려오면서 어쩔 수 없이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신세다. 서울에서 세종까지 출퇴근하는 것이 힘들어서 직장에서 멀지 않은 호수공원 옆에 원룸을 얻어 생활하고 있다.


원룸이란 말 그대로 방 하나에 거실 겸 부엌이 달린 작은 다용도실이 전부다. 원룸 생활은 단조롭다 못해 적적하고 고독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고 와서 샤워하고 아침을 대충 챙겨 먹고 옷을 입고 출근길에 나선다. 원룸에서 사무실까지 거리가 멀지 않아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 터벅터벅 걸어간다.


직장에 도착해서 업무를 하면서 점심과 저녁은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직장에서 두 끼를 먹고 저녁에 원룸으로 돌아오면 해야 할 일이 별로 없다. 원룸에 와서 씻고 스님처럼 좌선해서 책도 보고 TV도 보다가 잠이 들면 하루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어느덧 홀로 원룸에서 생활하는 것도 익숙해졌다. 원룸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고독과 외로움이다. 직장에서 원룸으로 돌아오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도 나눌 사람이 없다.


원룸 생활에서 필수품은 무엇보다 TV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수 없을 때 TV마저 없으면 고독을 견딜 수가 없다. 세상 밖 소식은 TV로만 접할 수 있어 그에 대한 의존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간다.


원룸 생활은 고독하지만 반대로 좋은 점도 있다. 혼자 생활하다 보니 누가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말도 없고 샤워를 마치고 맨몸으로 옷을 벗고 활동해도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아서 좋다.


주중에는 세종에서 원룸 생활을 하고, 주말에는 서울 집에 올라가는 떠돌이 생활을 해온 지도 그럭저럭 삼 년이 되어간다.

세종에서 원룸도 두 번이나 옮겨 다녔다. 그 이유는 주변 환경과 층간 소음 때문이다. 호수공원 옆은 대형트럭이 이른 아침부터 원룸 앞 도로를 내달리면 건물이 흔들거리고 경음기 소리가 시끄러워 잠을 깨곤 했다.


그렇게 호수공원 옆에서 차량의 소음을 겪으며 일 년을 살다가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운영하는 아름동의 아파트형 원룸으로 이사를 갔다.


그런데 아름동의 원룸도 차량 소음은 없었지만 층간 소음이 아주 심했다. 내가 살던 위층 원룸은 원룸에서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것 같았다.


아주머니나 아이들이 방을 걸어 다닐 때마다 ‘쿵쿵’ 거리며 울리는 소리가 심했다. 가끔 주말에 서울에 올라가지 못하고 원룸에서 지낼 때는 종일토록 층간 소음에 시달렸다.


한낮에 발생하는 층간 소음은 그런대로 참겠지만, 윗집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아주 심했다. 깊은 잠에 빠져 들면 소리를 듣지 못해 괜찮지만, 층간 소음으로 도중에 잠에서 깨면 다시 잠들기가 힘들다.


그러다 계약기간이 끝날 무렵에 다시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새롬동의 임대아파트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새롬동의 원룸은 위층에서 층간 소음도 덜하고 주변에 도로가 없어 차량의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원룸 앞에는 야트막한 산자락에 공원까지 조성되어 있어 산책을 즐길 수 있고 전망도 좋았다. 원룸을 두 번이나 옮겨 다닌 끝에 괜찮은 원룸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살기에 좋다는 곳은 사람과 차량의 소음이 적은 곳이다. 원룸 생활도 아파트처럼 사람과 차량에 의한 소음을 피할 수 있는 환경을 쫓아갈 수밖에 없다.


사람과 차량에 의한 소음은 잠과도 연결된다. 사람은 밤에 잠을 편하게 자야 다음날 생활하는데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차량이나 층간 소음으로 밤잠을 설치면 몸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이튿날 생활에도 지장을 받는다.

세종에서 원룸을 두 번이나 옮겨 다니며 생활하는 신세지만 직장을 퇴직할 날도 얼마 남지를 않았다. 직장을 물러날 때까지 원룸의 고독한 생활을 굳건하게 버티다가 가족들 곁으로 건강하게 돌아가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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