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는 라틴어로 ‘죽음을 생각하라’라는 의미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읽으면 의미 없이 다가오지만, 자신 앞에 놓인 삶을 저울질하게 하는 무겁고도 두려운 말이다.
나도 언젠가 세상과 이별하고 머나먼 영원의 길에 들어설 것이다. 그 길은 내가 아무리 가기 싫다고 몸부림쳐도 갈 수밖에 없다.
저문 들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어디서 불어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듯이 삶이란 바람도 어디서 불어와 어디로 가는 것인지를 모르겠다.
이승에서 삶이란 산 자의 영원한 화두다. 오늘이란 현실은 깨닫지 못한 순간순간의 연속이자 지나온 시간의 궤적이다.
삶이란 시계추에 매달려 생명의 끈을 이어가고 있지만, 생명의 시계추가 언제 어느 방향으로 기울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가슴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신세다.
일상이란 맨숭맨숭한 나날의 연속이다. 그런 날들에서 가끔 삶이란 깃발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때로는 고통과 괴로움과 슬픔을 만나기도 한다.
유년 시절의 꿈과 소망을 안고 고향을 떠나 서울에 둥지를 틀고 아이들과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지만, 아이들과 지나온 삶의 이야기를 나눌만한 시간도 공간도 없다.
아마도 그런 날은 영원히 다가오지 않거나 없을지도 모른다. 세월의 나이테가 두꺼워지기 전에 머릿속에 남아 있는 희미한 것이나마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소망에 펜을 들었다.
어쩌면 아이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보다 이렇게 글로 남겨주면 두고두고 나의 영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희망에 용기를 내었다.
사람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자기가 살아온 삶의 흔적과 이름을 세상에 남기려 한다. 나 역시 삶에서 굵직한 흔적을 남길 만큼 잘 살지는 못했지만, 옅은 자국이나마 세상의 이곳저곳에 흔적을 남겼다.
부모님과 형제와의 만남, 아내와 아이들과의 만남, 직장 동료와 학창 시절 친구와의 만남을 통해 남긴 흔적이 여기저기 얼룩져 있다.
내가 쓴 글이 후손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생을 감내하기 힘들거나, 삶의 바다를 저어 갈 때 힘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삶이 고달프고 팍팍할 때 내가 남긴 글을 읽으면서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과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뒤늦게 삶을 돌아보는 미지의 길로 떠나려고 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무거워진다. 아울러 세상에 태어나서 자라며 겪은 흔적을 더듬어보려는 것인데 제대로 될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얇은 기억에 의존하여 삶의 진실한 마음을 담아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모쪼록 내 후손들이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은 세상살이에 대한 눈치라도 배우기를 바란다.
삶의 흔적을 더듬는 여행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고 매듭을 지을 것인가에 대하여 기약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삶의 흔적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서 기록할 것인지를 생각해두지 않아서다.
그저 시간과 기억이라는 징검다리에 의지해서 하나하나 더듬으며 산 자의 의무를 다하려는 것이다. 부디 나의 이런 소망이 제대로 실현되어 후손들에게 뜻깊게 전해지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