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경외

by 이상역

직장이 세종으로 내려오면서 주중과 주말을 가족과 떨어져 지낸다. 주중에는 직장이 소재한 세종에서 머무르고, 주말이면 서울에 올라가 가족과 보낸다.


주말을 집에서 보내는 날은 장지천 천변에 나가 산책을 즐긴다. 주말 아침에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장지천에 들어서면 천변길이 나온다.


장지천은 남한산성과 위례신도시에서 흘러온 시냇물로 탄천에 합류하는 지류다. 장지천 천변에는 시냇물을 중심으로 한쪽에는 자전거 도로를, 다른 쪽에는 사람이 산책할 수 있도록 오솔길을 조성해 놓았다.


지금도 외곽순환 고속도로 너머 남한산성 밑에 자리한 위례는 신도시 조성이 한창이다. 지난해 봄 주말에 천변 길을 산책하면서 장지천에 크고 작은 잉어가 헤엄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그러다 위례신도시 2단계 공사가 시작되면서 장지천에 누런 황토색의 걸쭉한 진흙탕이 쏟아져 들어왔다. 장지천에 진흙탕이 흘러 들어오면서 잉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신도시 공사가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되자 잉어는 진흙탕 속에서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걸쭉한 흙탕물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근 일 년 내내 냇가로 들어왔으니 잉어가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이듬해 봄이 되자 신도시 조성 공사가 끝나자 장지천 시냇물도 맑아졌다. 주말에 혹시나 하는 생각에 천변을 걸어가며 시냇물을 들여다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장지천에는 잉어가 지난해보다 두 배나 많아진 숫자가 돌아다녔다. 누군가가 잉어를 사다 풀어놓은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함께 산책하던 아내도 진흙탕 속에서 잉어가 어떻게 살아남은 것인지 신기해했다.


장지천에서 떼를 지어 다니는 잉어는 산란기를 맞은 것 같다. 암놈이 알을 낳으면 수놈이 자기 수정체를 뿜어내려고 암놈 한 마리에 대여섯 마리의 수놈이 함께 몰려다녔다.


얼핏 보기에 잉어가 서로 장난을 치며 노는 것 같다. 잉어가 무리 지어 몰려다니는 경이로운 모습에 아내와 산책을 하다 말고 시냇가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바라보았다.


잉어는 지난해보다 덩치도 커지고 숫자도 많아졌다. 우리뿐만 아니라 아침에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도 잉어가 무리 지어 다니는 모습이 신기한지 여기저기서 구경하고 있었다.


잉어가 진흙탕물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은 것일까. 위례신도시 공사로 장지천에 진한 흙탕물이 들어오면서 흙과 물이 뒤범벅이 된 상태로 일 년을 보냈다.


장지천 하류로는 동부간선도로 공사로 인해 잉어가 탄천에서 장지천으로 거슬러 올라올 수 없는 구조다. 해가 바뀌고 장지천이 맑아지자 잉어가 “나는 진흙탕 속에서 살아남았노라.”라고 큰소리로 외치며 움직이는 것 같다.


잉어가 건강하게 무리 지어 헤엄치는 것을 바라보자 기분이 묘해졌다. 자연의 환경이 나빠지면 생물은 살아남을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잉어는 냇물의 환경이 바뀌자 살아남기 위해 고통과 몸부림을 치며 생명을 이어왔을 것이다. 아마도 사람이 그런 환경을 맞이했다면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도태되지 않았을까.


자연의 생명력은 참으로 위대하고 존경스럽다. 비록 말을 하지 못하는 잉어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생명을 지켜냄으로써 생존경쟁에서 자신은 꿋꿋하게 살아남았노라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것만 같아 대견스럽다.


요즈음 주말마다 집에 올라와 장지천에 잉어를 구경하러 산책 나간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생존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을 만나면 존경심이 생겨난다.


비록 장지천에 흘러가는 물은 얼마 되지 않지만 물고기가 생명력을 키워내는 소중한 터전이자 천변을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경이로운 생명을 만나게 하는 삶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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